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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Sep 29. 2024

'차별금지법'에 대한 한 개신교 신자의 생각

나는 개신교 신자다. 개인적으로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 표현인 '모태신앙'인이지만 여러 종교를 들여다 보고 고민한 끝에 내가 가장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개신교 신자로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차별금지법' 자체를 반대하진 않는다. 차별로 분류될 수 있는 것에 대해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건 사회를 위해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개신교 신자로서 이런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이 편하진 않다. 우리 교회를 포함한 많은 개신교 교회들은 '차별금지법'을 전면적으로 반대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오늘 우연히 10월에 교단들이 연합으로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모여 예배를 드린다는 얘기를 들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지 않는 의사표현의 방식이다. 이 얘기를 들은 이후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아서 내 생각을 정리해 놓고자 이 글을 쓴다.


'차별금지법'의 가장 큰 쟁점은 '동성애가 죄라는 말을 하지도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선 이와 관련하여 기독교인이 아니신 분들을 위해서 설명을 좀 할 필요가 있다. 기독교에서 '죄인'을 나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모습으로부터 벗어난 상태의 사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믿고, 받아들인다. 그런 관점에서 사실 모든 사람들은 죄인이다. 전자에 대해서는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지만 후자는 교파를 불문하고, 구교와 개신교가 모두 받아들이고 있는 명제다. 그렇기 때문에 기독교 안에서는 동성애자들만 죄인인 것이 아니고 우리 모두가 죄인이다. 권력, 탐욕을 갖고 하나님보다 다른 것을 우선순위에서 놓는 것은 모두 기독교적으로 봤을 때는 죄이고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가장 아름다운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인간은 모두 어느 정도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상태에서 벗어난 상태로 살아간다는 것은 기독교에서 모두 받아들이는 명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독교적인 관점에서는 '동성애는 죄이다'라는 말도 할 수 없도록 하고, 국가가 처벌까지 하는 것은 기독교에서 믿는 '창조의 질서'에 대한 생각도 국가가 통제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는 표현의 자유는 둘째로 치더라도 양심의 자유와 신앙의 자유에 대한 침해로 해석되고 받아들여진다. 많은 교회들이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반대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동생애의 문제에 대해서 조금만 더 들어가보자. 나는 학부시절에 신문방송학과의 방송수업에서 '한국의 동성애'를 주제로 뉴스클립을 만들기 위해서 보수적인 개신교 목사님부터 양성애자, 최초의 성전환자, 여장남자, 성적지향이 바뀌신 분들을 모두 만나봤다. 그 과정에서 내가 분명하게 알게 된 것은 동성애를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단 것이다. 이 지점이 지금의 개신교 교회들의 주장 중 가장 잘못된 부분이다. 자발적으로 선택한 동성애적 성향을 갖게 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동성애는 질병이 아닌가? 우선 최근의 과학적 근거들에 의하면 동성애를 유발하는 DNA나 유전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또 동성애가 '타고나는 것'이라는 증거가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에 대해서도 해석이 양측이 다르게 이뤄진다. 기독교계에서는 이를 '질환이 아니라 선택한다는 것의 증거'로 주장하는 반면, 반대측에서는 '질환이 아니니 타고난 성향이라는 증거'라고 말한다. 양측 모두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를 하고 앉아 있다.


이러한 양측의 주장이 모두 쓸 데 없고 잘못된 것은, 우린 여전히 인간에 대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기 때문이다. 그렇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졌는데 인간은 아직도 그에 대해 완전하게 대응을 하지는 못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 받으면 우리는 뭔가 근본적인 원인을 알아서 약을 처방해준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많은 약들은 원인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증상을 완화하거나 몸이 자가치유할 수 있을 때까지 버틸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 처방된다. 병원에서는 증상을 보고 A라고 판단했는데 치료를 진행하다 보니 A가 아닌 것 같아서 B일 수 있단 판단 하에 치료법을 바꾸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동성애가 타고난 것인지 여부에 대한 논쟁은 현시점에 아무 의미가 없다. 지금은 타고난 것으로 여기더라도 과학이 발달하면서 원인이 있는 것으로 밝혀질 수 있는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는 게 과학이 아닌가? 불과 몇 백 년 전까지만 해도 죄를 지어서 아픈 것이라고 여겼던 질병이 과학이 발달하면서 그게 아닌 것으로 밝혀진 경우들도, 과거에는 A가 원인인 것으로 여겼던 것이 B가 원인인 것으로 밝혀지는 경우들도 수두룩하게 많다. 지금은 동생애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많은 연구들이 이뤄지면서 그 원인을 언젠가 찾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와 같은 사실들은 동성애와 관련해서 확실한 것은 동성애자들은 대부분, 매우 높은 확률로 90% 이상은 선택으로 성적지향성을 갖지 않는다는 것 외에는 동성애와 관련한 확실한 팩트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혐오와 폭력이 존재하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토론에 나오는 사람들은 '우린 사람이 아니라 행위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동성애자들에게 혐오표현과 행위들을 하는 게 현실이다. 성적소수자들이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을 부인하기는 쉽지 않다. 예수님께서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하셨던 것을 고려했을 때 예수님께서 오늘날 이 땅에 오셨다면 성적소수자들과도 함께 자리하셨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동성애와 관련해서 내가 갖고 있는 믿음이나 생각을 말할 수도 없게 법률을 제정하는 것 또한 당연히 이상하고 잘못된 된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개신교 교회들은 '차별금지법' 전체를 반대하기보다는 차별금지법이 '처벌의 대상이 되는 대상을 열어 놓아서 상대가 특정 되지 않은 행위가 아니라 구체적인 사람에 대한 행위나 발언만 처벌되도록 법률을 개정해라'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는 법률의 내용이 그렇게 개정되면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동성애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지만, 그로 인해 사람에 대한 차별을 하는 발언이나 행위를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법률의 내용이 개인을 차별하는 행위나 사람, 집단에 대해서만 처벌하도록 내용이 개정되면, 그 대상이 특정이 되지 않는 이상 그 사람은 처벌을 받지 않는다. 즉, 법률의 내용이 이러한 방향으로 바뀌어서 통과가 되면 '동성애'나 '동성애적 성향'에 대한 평가나 판단을 하는 내용은 처벌할 수 없지만 '동성애자인 A씨'를 성적지향성을 이유로 비난하거나 채용에서 불이익을 주면 그런 행위는 처벌의 대상이 될 것이다. 법률의 내용을 이렇게 개정하면 법률의 목적도 달성하고 양심과 표현의 자유도 보장할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지금처럼 '차별금지법' 전체에 대한 반대를, 그것도 사람들이 보기에 집단주의적인 모습으로 하는 것이 과연 복음이 전해지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나는 잘 모르겠다. 이 논의를 구체적으로 모르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그런 주장은 '그럼 기독교는 차별을 지지하는거야?'라고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하나님께서 이러한 모습을 기뻐하실까?


이 지점에서 차별금지법을 현안대로 유지하려는 정치인들이나 사람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정말 물리적인 차별과 혐오를 없애는 게 그들의 목적이라면 그들이 위와 같은 개정을 자발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진심으로 차별과 혐오를 줄이는 것 자체가 목표라면, 그 목표를 반드시 달성해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면 그들이 앞장서서 법률안의 내용을 이와 같은 방향으로 수정 및 보완했을 것이다.


KBS에서 이뤄지는 차별금지법에 대한 1시간이 넘는 토론을 보면서 내가 이해가 안됐던 건 이 지점이다. 개신교 신자로써 동성애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질서에 반하기 때문에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죄'이고 나도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질서 그대로는 살지 못해서 죄인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그들이 마치 내게 '너는 지성도 없고 생각도 틀려먹었어. 그러니까 네 생각은 안에만 담아 둬'라고 강요를 하는 느낌이 들더라.


나는 우리나라에 부당한 차별이 곳곳에 있기에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법을 통과시키려는 사람들이 자신은 다 옳고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입을 막고자 하는 생각과 목적을 갖고 있고 거기에서 한 걸음도 타협하지 않겠지 못하겠다면 나는 그들이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는 시도에 동의할 수 없다. 이는 그건 법으로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입을 막아버리려는 시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반대로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생각해봐야 한다. 자신이 '차별금지법'의 제정에 반대하는 이유가 정말 오직 동성애가 성경적으로 죄라고 믿는 믿음 때문인지, 아니면 성적지향이 다른 사람들을 혐오하는 마음과 생각 때문인지에 대해서. 


개신교 신자가 아닌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 개신교 신자로 살아가는 것도 꽤나 어려운 일이다. '개독교'라는 말을 검색만해도 우리나라에 기독교를 혐오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지를 잘 보여준다. 나는 그런 표현을 하는 사람들에게 분노하거나 화가 나지 않는다.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얼마나 이상하고 잘못된 짓들을 현실에서 하고 있는지를 알고 있기에 그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를 하고, 그들에겐 그런 표현을 할 자유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는 심지어 그들이 '모든 기독교인들은 다 지옥에 모여 있을 거야'라고 하더라도 나는 그것을 혐오발언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 역시 그렇게 생각할만한 일들이 많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회 안에서는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 나는 핏대를 올리지만, 사석에서 내게 그에 대한 질문을 하면 나는 그들에게 대신 사과를 한다. 교회 공동체는 하나님 안에서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 내게 '너 같은 개독교 새끼는 지옥에 떨어져야 해'라고 한다면 나는 그 사람을 다시는 상종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나라는 개인에 대한 모욕이자 혐오표현이기 때문이다.


A라는 사람이 동성애적 성향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차별하고, 따돌리는 것은 잘못된 일이고 그런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차별금지법'이 나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차별금지법의 내용이 '동성애'에 대한 개인의 주관을 표현하지도 못하게 해서는 안된다. 개신교에 비판적인 사람들에게 이렇게 물어보자. 당신은 누군가를 특정해서 '개독교인'이라고 부른 적이 없고 기독교를 '개독'이라고 불렀다는 이유만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면, 그런 법률의 내용에 찬성하겠나? 지금의 '차별금지법'은 그런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교회 다니는 사람들을 혐오하는 사람들이 기독교는 개독이라고, 기독교는 다 이단이라고 말하면 그 사람은 처벌 받을 가능성이 있다면, 그건 표현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률이 아닌가?


타협점은 너무나도 분명하게 존재한다. 그런데 그걸 기독교계도,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무시하고 있다. 어느 한 쪽만 잘못된 게 아니다. 이 갈등은 양쪽 다 이기적이고, 사회적 현실에는 눈을 감고 상대를 대결의 대상으로만 보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내가 어느 쪽도 지지하지 못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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