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의 교육
어찌나 빨리 뛰는지 벌새가 따로 없고 어찌나 발이 단단한지 돌망치가 따로 없다. 두찌 말이다.
왕년에 육상 선수했던 엄마는 외할아버지도 친할머니도 육상 선수셨고, 시 대회 1등이었다. 운동을 좋아해서 금메달리스트 체육선생님의 도움으로 첫 유도대회 때 은메달을 땄고 멋지신 무용선생님의 도움으로 발레 부대도 섰다. 비록 그때 다친 고관절이 지금도 말썽이지만 언니 별아이의 어린이집 첫가을운동회 때 계주에서는 누구 엄마냐며 별아이 첫 이미지를 갖게 하기도 했다. 그런 엄마의 피, 아니, 엄마의 튼튼 다리는 별아이를 거쳐 두찌에게 고대로 전해진 듯하다.
밖에서 뛰는 아이는 대견하고 신기하고 자랑스러운데 문제는 집 안이다. 아직은 짧은 그 다리로 언니를 쫓기 바쁜데 밖에서도 집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언니는 따라가야겠고, 집 안에서도 언니는 다리가 길다. 아랫집은 첫째 때부터도 층간소음으로 전화를 하거나 얘기를 하신 적 없는, 아이를 봐도 웃으며 이해해 주시는 고마운 분들인데 한 날은 전화가 왔다. 다른 날도 들리지만 오늘은 시간이 너무 늦다고. 죄송하다는 말씀만 드릴 수밖에 없었고 이후로 우리는 나비 걸음 연습을 시작했다.
나비처럼 걸어요-
예쁘게 예쁘게
나비처럼 걸어요-
태어나서 걷기 시작하면서 엄마 닮아 까치발 딛고 걷는 우리 두 딸들에게 친숙한 까치발은 나비 걸음이 되었고 층간소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낸 엄마의 방법은 나비였다, 나비.
엄마,
근데 팔은 왜 그래?
뛰는 것을 스스로 제어할 줄 아는 일곱 살 별아이는 알게 모르게 발소리가 커져서 함께하게 된 캠페인인데 걸음은 이해하는데 팔은 왜 나비어야 하냐며 이쁘게도 묻는다. 그렇게 우리는 저녁이 되면 나비가 되고 나비가 되며 걸음 소리를 낮춘다.
아침에 켠 TV. 엄마가 좋아하는 EBS 호기심 딱지에서 층간소음이라는 주제가 나온다. 이게 사회적 이슈임은 알지만 아이들의 교육으로 프로그램이 나올 줄은 몰랐다. 엄마가 층간소음 네 글자 얘기해 줘도 잘 안 들렸는데 호떡이 언니가 얘기하는 충간소음은 발음은 잘 안돼도 따라 해보고 집중해서 본다.
일곱 살 별아이는 층간소음 발음을 따라 해보고 화장실에서, 방에서의 소음 그리고 그게 크게 전달되어 힘들구나를 되새기며 본다. 참 좋은 방송이다.
요 활발한 두 토끼들을 층간소음으로 붙잡아 둘 수도 없고 걷는 것도 뛰는 것도 눈치를 주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내내 집에 있던 평일 뒤의 주말은 무조건 뛰러 나간다. 피곤한 평일이 대수랴, 주말은 뛰어야지. 뛰자!!
요즘 주말엔 미니볼 세트를 갖고 노는데 그중 럭비 공도 있다. 럭비공을 놓고 엄마에게서 뺏어 잡은 공을 팔에 끼고 뛰며 까르르까르르 웃는다. 크든 작든 골대로 넣는 것이 쉽지 않다. 튕겨 나오는 럭비공을 다시 잡고 골대를 넣기까지 네댓 번을 뛰었더니 금세 땀이 맺힌다. 웃는 얼굴엔 힘듦이 없다. 그냥 그렇게 럭비공이 가장 좋아하는 공이 됐다. 학교 다닐 때 럭비부 친구들이 고맙기까지 하다. 언니 따라 뛰는 두찌는 짧은 다리로 럭비는 관심 없고 축구공 농구공만 찬다. 아직은 이 운동장이 넓기만 넓은지 쫒았다니며 웃는 것만으로도 두 다리가 바쁘다. 그 짧은 다리로 쉬지 않는 것이 고맙다. 숨이 가빠 헉헉 거려도 까르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래, 뛰자, 뛰자! 또 뛰고 또 웃자!!
나비처럼 걸어야지~
오늘도 이쁜 나비가 되어야지~~
목욕을 마친 두 토끼들은 조심조심 나비가 된다. 물 뜨러 온 두 나비는 까르르 까르륵 쪼르륵 쪼르륵 물 마시며 방으로 들어간다. 콩콩대던 집안의 발걸음은 나비처럼 사뿐사뿐, 쿵쾅대는 바깥의 발걸음은 거인처럼. 오늘도 두 나비는 사뿐사뿐 펄럭 펄럭 이쁘게도 춤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