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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라a Oct 18. 2021

자연의 생명을 눈앞에서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콩나물 콩콩콩

 으악!!!

 ? 신성한 주말 아침부터 무슨 악소리?

엄마!!!!!!
콩나물들이 탈출해요!!!

. 그랬다. 우린 코로나 시대에 집안에서 나름의 독립적 활동으로 식물을 심기 시작했다.

  일 년이  되어가는, 선물 받은 허브를 심어 처음 수확을 하여 토마토 스파게티와 함께 보람을 느끼며 흡입했고,

두 번째는 집콕 트렌드에 힘입어 집에서 콩나물 키우기가 유행이라며 선물 받은 콩나물 콩들을 원래 한 봉지씩 키워 야금야금 먹어야 하는데   별아이는 콩나물이 맛있다며  봉지씩  박스를 해서 물을 담뿍담뿍 주었더랬다.

 노오란 콩에서 싹이 났다. 그런데 뭔가 좁아 보이는 것이, 콩들이 불편할  같은 느낌이다.

원래 콩나물의 콩은 이렇게 빨리 자라던가. 하루하루 기록할까를 고민하는 중에 뚜껑을 열고 빼꼼 인사를 한다. 엄마는 단지 마르지 말라고 하루 500ml 5 주라는 설명서에 따라, 아주 정성스레 물을 주었고 수확의 기쁨은 별아이에게 주기 위해 주말을 기다렸을 뿐이다. 그런데 3-4일 만에 콩에서 콩나물이 탄생했다. 양이 심상찮다. 콩나물들아, 알랑가 모르겠지만 우린  1 어린이 포함 4 가족이란다. 최근에 분가했거든... 그런데 너네가  많아...

 발동동 손꼽아 기다렸던 주말이다. 드디어  수확이다. 콩나물들에게 욕조를 양보한 우리  딸들은 수확의 기쁨을 온몸으로 느낀다.

 재밌다. 즐겁다. 처음  동그랗고 노란 콩들에서 정성스레 이쁘다 이쁘다 물을 주니 며칠 만에 내가 먹는 콩나물이 되고 뭔가를 수확한 기쁨을 할머니 할아버지께 자랑할  있다는 사실에 신나 하는 별아이다. 이래서 콩나물이 인기가 많고 나아가 수확의 기쁨을 알려주기 위해 가족 텃밭을 권유하나 보다. 엄마도 즐겁다.

!!!!!!!
뭐야! 뚜껑을 열고 탈출하려고 !!

 물론 즐겁다. 화장실을  때마다 인사하고 있는 얼굴들이 많아지고 있음에 고맙기까지 한데 이거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 거지?

 수확의 기쁨은 모름지기 첫 수확이 주는 것이 가장 강력하고 큰가 보다. 분가는 하였으나 아직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서 등원하는 별아이때문에 일요일은 집을 비웠는데, 등원  아침에 화장실 문을 열고 엄마는 소리를 질렀다.  못 하고 세상 빛나는 똥그란 눈을 가진 두찌에게 놀람을 표시했다.

콩나물 탈출 현장

 주말 동안 얼마나 자란 거니, 우리가  한 번에 많이 넣긴 했지? 통을 박차고 솟아오른 콩나물들의 머리들이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당장 휙휙 네 번 정도 콩나물들을 뽑았는데 이건 지난  수확 때와는 다른 묵직함이다. 어른이 되었나 보다.

 어머니께서는 잔뿌리도 먹어도 된다 하셨지만  잔뿌리를 그대로 가지고  수는 없기에 어렸을  기억을 더듬어 콩나물을 다듬기 시작했다.

 멍하니 콩나물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어렸을 , 엄마가 알려줬던- 노하우 없는- 뿌리 다듬는 법을 더듬더듬 기억해  가면서 열심히 작업을 한다. 콩나물과 숙주나물이 있다면 숙주나물이었고, 아귀찜과 조개구이가 있다면 조개구이인 엄마의 취향에선 자취 경력  결혼 6년 차(심지어 분가 중임) 과거엔 콩나물 다듬기가 없었더랬다. 그랬다.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어렵고 어색한 거구나. 

어렸을  재래시장에서 콩나물을 뽑아 올리던 어느 할머니의 포스가 기억나며  양은 손으로  양이 아니다 싶어 칼의 힘을 빌려본다. 아직 지금 수확한 것보다 6 이상의 콩나물들이 열심히 쭉쭉 자라나고 있는데 부지런히 익숙해져야겠고, 부지런히 콩나물 요리를 배워야겠다. 누구든 먹어주시겠지. 아니다, 내가 배우기보단  다듬기에 집중하고 어머니께 드려야겠다. 다행이다. 콩나물 밥을 좋아하시는 왕할머니가 계시다. 이따 넘어가기 전에 한 움큼  손질해야겠다. 콩나물 요만큼 손질하며  생각을 다한다.

 사실 어른들과 함께 사는 집에서는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때가 있고 너무 많이 어지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하지 않는 것도 있었다. 식물 심기는 식물을 좋아하시는 할아버지가 계셔서 우리가 심은 식물은  항상 다른 식물에 묻혀 제대로  기쁨을 누려보지 못한   하나였다. 아이들이야  생각 안 했을  있지만 식물을 좋아하는 엄마는 분가를 하면서 가장 먼저  것이 화분을 심는 것이었다. 아마도,   깊이에서는 그게 많이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콩나물을 심는 것도 화분 심기만큼 재밌고 기대되고 보람이 있더랬다. 그래서 즐겁다.

 얼떨결에 콩나물을 받아 들고 의욕 앞선 우리들이 콩을 모두 쏟아부은 뒤 한 봉지씩 넣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로 인해 콩나물들의 머리들에게서 수확의 기쁨을 재촉당하는 느낌이긴 하지만 뿌듯함과 긴장감을 동시에 느낀다. 왜 콩나물 심기에서 스릴이 느껴지는 걸까. 여하튼 좋다.

 오늘은 며칠 동안 고모님 댁에 가셨던 왕할머니가 집으로 오시는 날이다. 콩나물밥을 좋아하시는 왕할머니시니, 아마 저녁은 콩나물밥이겠지.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지금 수확해서 다듬은 양의 2배를 더 가져가야겠다. 그래야 콩나물들이 좁다는 아우성을 하지 않을 것 같다.

 소리 없이 들리는 콩나물 머리들의 아우성. 그 시작엔 갓 분가하여 의욕 넘친 우리들의 미숙함이 있지만 우리들의 첫 수확에 기쁨이 한없이 솟아오른다.

 콩나물을 쏙쏙 뽑아 올리는 두찌의 손가락에서 콩나물 머리를 야무지게 따올리는 야무짐이 느껴진다. 비록 화장실 한 곳의 사용은 콩나물 재배용으로 잠시 양보했지만, 그 야무진 손놀림과 즐거움 함성에 기쁨만이 가득하다. 콩나물이 맛있어졌다는 별아이의 말이 고맙다.  그 말에 희망을 걸어보며 지금은 수확의 그 기쁨만을 누린다. 그래! 넌 잘 먹을 수 있을 거야!! 콩들아, 지금처럼 무럭무럭 잘 자라 주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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