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스코 여행기
남미 여행이 어느덧 중반에 다다르고 있는 지금, 이제야 겨우 네이버의 남**랑 카페에 가입하였다. 볼리비아 비자를 받을 때 동행했던 한국 분들이 없으셨다면 엄청 고생했을 거라는 생각에 이제라도 남미에 대한 정보를 더 얻기 위함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가입한 네이버 카페의 그들을 보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미에 오기 위해 경유에 경유를 거듭해서 30시간 넘게 걸린 후 다음날부터 바로 일정을 소화하는 사람들도 많고, 남미를 1달에 끝내겠다는 일념하에 쉬는 기간이란 없는 일정표도 보았다. 내가 남미에 대해 아는 것은 없지만, 이곳은 일본이랑 미국, 유럽에 비하면 여행 난이도가 비교할 수 없게 높은 것 같다. 일단 (버스로 이동할 경우)도시 간의 이동 시간이 너무 길고, 사막에서부터 정글과 빙하까지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자연 환경하며, 무시무시한 고산병은 말할 것도 없다.
좀 한심하게 들릴 수 있지만 어제에서야 남미에 대한 동선을 경우 완성했다. 볼리비아에서 칠레를 갈려는 길이 너무 험난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칠레를 제외하기로 했다.
네이버 카페에서 열심히 공부했다. 공부 끝에 강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나라는 불행히 칠레가 아니라 옆나라 아르헨티나였다. 그중에 가장 호기심을 잡아끄는 멘트는 ‘이곳의 스테이크는 뉴욕의 스테이크 하우스 보다 맛있습니다’라는 멘트였다. 정말 그런 걸까?
갑자기 남미 최초로 너무 가보고 싶은 나라가 생겼다. 아르헨티나! 예전에 피아졸라의 탱고 음악을 좋아한 적이 있는데 이런 것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어졌다. 빙하투어도 해보고 싶고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국경에 있다는 이과수 폭포도 너무 기대되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14일을 그냥 질렀다. 남들은 14일간 거의 남미 대륙의 절반을 볼 수 있는 스케줄일 것이다.
이렇게 결정한 데에는 지금 일주일째 머물고 있는 쿠스코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사실 많은 여행자들에게 쿠스코는 마추픽추를 보기 위해 그냥 거쳐가는 곳 중에 하나일지도 모른다. 첫인상의 쿠스코는 그냥 너무 아름다웠다. 그랬다가 그날 저녁, 살면서 겪은 두통 중 가장 힘든 두통이 찾아왔다. 리마에서 사 온 고산병 약과 타이레놀을 아무리 먹어도 좋아지지 않았다. 결국은 병원에서 이뇨제까지 처방받게 되었다. 그때 진짜 한국에 돌아가고 싶었으나, 5일째 거짓말처럼 고산병 증상이 좋아졌고, 지금은 이 도시와 이별하는 순간이 벌써 아쉽다.
나의 쿠스코 일정이 3일 정도였다면 이 도시에 대해 단단히 오해하고 돌아갈 뻔했다. 분명히 지인들에게 ‘처음에 도시는 예뻤는데 숨을 못 쉬겠고 고산병이 너무 힘들어. 그 고생을 하면서 이 작은 도시에서 시간 낭비해서는 안되지 ‘라고 말했을 것 같다. 고산 지대에 적응된 지금, 쿠스코는 파도 파도 계속 나오는 보석상자 같다.
고산병 체험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들게 했다. 도시를 알아가는 것이 흡사 연애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에는 멋도 모르고 좋아했다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엄청 싸우고 서서히 서로의 매력에 대해 다시 알아가는 과정이랄까? 그리고 도시에 있으면서 내가 절대 용납 못하는 것이 무엇이고 조금 양보할 수 있는 사항이 무엇인지도 잘 알 수 있게 되었다.
남미여행을 한지 십여 일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무엇이 가장 좋았냐고 물어본다면 동네 시장에서 ‘마추픽추 샌드위치’를 먹은 것이라고 말할 것 같다. 거짓말 조금 더 보태서 진짜 마추픽추보다 시장의 마추픽추 샌드위치가 더 좋았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남미의 꽃은 음식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그것은 가이드북에 나와있지 않고 네이버 카페에도 나와있지만 않은 이야기이다. 왜냐하면 이건 지극히 개인적이고 우연히 발견한 나만의 경험이니까.
‘자신의 삶을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은 자기를 위한 인간이 되고자 하는 용기에 달려 있다 ‘
에리히 프롬 -자기를 위한 인간
용기라는 게 별게 있나 싶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도 큰 용기 중에 하나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