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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운 도울 찬 Apr 18. 2019

리스판서블 컴퍼니, 파타고니아(1)

파타고니아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가?

파타고니아를 아시나요? 인터넷에서 파타고니아를 검색해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이라면 파타고니아가 기업 가치사슬 자체에서 CSR을 실천하고 있는(특히 환경 쪽으로) 지구를 대표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 ‘책임 기업’이라는 걸 알고 계실 겁니다.


다만 제 주변에서도 그렇고 네이버 연관검색어를 보아도 많은 구매자들은 파타고니아가 추구하는 환경적 가치보다는 파타고니아의 충성고객들과 파타고니아 의류 자체가 주는 스타일에 영향을 받아 파타고니아를 구매하고 있습니다. 짐작하건대 현재 구매하신 분들 중 절반 이상은 파타고니아가 환경을 지키기 위해 이런저런 활동을 하지 않았더라도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 겁니다.

2017년 기준 매출 1조 원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되고 기업의 사회적책임을 말할 때 교과서처럼 언급되는 파타고니아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어떻게 본인들의 공익활동을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이런 성공을 하고 동시에 세계의 귀감이 되는 사회적책임을 실현할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기업이 그렇듯 파타고니아의 현재 성과는 창업자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를 언급하지 않고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창업자 이본 쉬나드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산을 정말 사랑하는 유명한 등반가였습니다. 한국전쟁에 징집된 그는 한국에서도 산을 자주 올랐고 그가 개척한 북한산 등반로는 현대도 ‘쉬나드 A길, B길’이라고 불린다고 합니다. 산을 정말 좋아해서 본인이 등반할 때 필요한 도구를 만들어 하나 둘 팔기 시작하다 만들어진 기업이 파타고니아의 전신 ‘쉬나드 장비’였습니다. ‘쉬나드 장비’를 운영하는 도중 1960년대 후반 미국에서는 암벽등반 붐이 일어났습니다. 암벽등반 회사에는 호재였지만 쉬나드 회장은 본인이 등반하던 바위가 균열이 일어나고 변형이 된 것을 발견합니다. 바로 등반 장비인 ‘피톤’ 때문이었습니다. ‘피톤’은 등반용 쇠못으로 강철로 만들어져 있고 이를 박고 빼고 하는 과정에서 산이 파괴되고 있었던 겁니다.



이를 본 쉬나드 회장은 피톤 사업 철수를 결정합니다. 우리의 즐거움을 위해 자연을 파괴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는 지극히 단순하며 명쾌한 이유였습니다. ‘쉬나드 장비’의 매출 대부분이 피톤에서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그는 단순히 철수 후 포기를 한 게 아니라 대안을 만들어 제시합니다. ‘망치와 못’이 이 사태의 핵심이라고 생각한 그는 못을 박지 않고 암벽의 홈 사이에 끼워 넣어 사용할 수 있는 ‘알루미늄 초크’를 제시합니다. 이와 함께 유명 등반가가 작성한 ‘피톤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라는 14페이지짜리 에세이도 고객들에게 발부합니다. 고객을 설득하기 위한 시도를 한 것입니다. 고객의 행동과 습관을 기업이 바꾸려고 시도하는 건 기업으로서 굉장히 위험한 시도입니다. 하지만 이 시도는 멋진 성공을 거두었고 초크의 매출은 급상승하기 시작합니다. 쉬나드 회장은 이때의 이 경험을 토대로 친환경 기업으로 대대적으로 전환을 선언했으며 ‘우리가 옳다고 생각한 일을 하면, 더 나은 사업기회가 온다’라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옳다고 하는 일’에는 환경적인 일 이외에 여러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예를 하나 들자면 파타고니아는 캘리포니아 주에서 최초로 회사 내에 보육원을 운영한 회사입니다. 그러니까 어떤 정치적인 규제나 압박이 없었음에도 직원의 자식들의 안전이 직원들에게 크게 동기부여를 해주고 회사를 보다 인간적으로 만든다고 결정을 한 것입니다. 단순히 경제논리에 따라서는 이런 결정을 할 수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쉬나드 회장의 부인이자 직원인 멜린다는 오히려 직장 내 보육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으며 이게 옳다고 생각하여 당시에는 굉장히 생소한 일을 추진한 것입니다. 고객을 설득한 일은 아니지만 어쩌면 이보다 강도 높은 내부 직원의 반대의 목소리를 이겨내고 달성한 이 결정은 파타고니아 직원들의 이직률을, 특히 취학 연령대의 자식을 가진 직원들의 이직률을 낮게 만들었습니다. 


파타고니아의 핵심가치는 조금 과장이 섞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쉬나드 회장의 정신과 그 정신을 지지하는 직원들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파타고니아의 아웃도어 사업이 파타고니아의 정신을 잘 보여주고 있지만 제 생각에 파타고니아는 어떤 제품을 생산하건 사람들을 설득시키고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브랜드가 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다음 이어지는 글에서는 파타고니아가 아웃도어 사업을 진행하면서 해왔던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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