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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운 도울 찬 Apr 25. 2019

맥도날드식 병원을 꿈꾼 의사 전 세계의 존경을 받다.

가장 순수하고 경건한 병원 아라빈드.

영리병원

요즘 굉장히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다.

'영리'를 목적으로 병원을 허용해주는 사례가 나오는 게 얼마나 위험한 건지 나는 몰랐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점, 수익 분배가 가능한 점, 투자자의 결정에 따라 진료의 과정이 바뀔 수 있다는 점.

기사를 보고 생각을 해보니 참 끔찍한 일이었다. 

돈이 많은 사람에게는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하긴 돈이 많다면 무엇이든 안 그럴까?


어쨌든 오늘은 영리 병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자 글을 쓴 게 아니다. 내가 글을 쓰다가 떠오른 부수적인 주제일 뿐이다. 우선 퀴즈를 하나 내보겠다.


다음 질병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눈에서 렌즈 역할을 하는 수정체가 혼탁해져 뿌옇게 보이다가 끝내 실명을 할 수 있는 질병

끔찍하다. 실명이라니. 더 무서운 건 꽤 높은 확률로 생기는 병이라 1970년대 인도에서는 1200만 명의 실명 인구 중 약 1000만 명이 이 질병 때문에 실명이 된 것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어렵지 않게 치료가 가능하다. 다만 인도에서는 저소득층이 너무 많아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한정되어 있어서 간단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실명까지 간 사람이 많았던 것이다.

이 질병의 이름은 '백내장'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76년부터 아라빈드 병원을 차린 사람은 바로 '닥터 고빈다파' 애칭 'Doctor.V' 이다.

닥터 고빈다파가 의사가 된 이력은 굉장히 특이하다. 그는 사촌이 임신 중 목숨을 잃었을 때 사촌같이 임신 중 죽는 사람을 방지하고자 의사를 목표로 의학 공부를 했다.

그러나 의대를 졸업하자마자 류머티즘 관절염 때문에 산부인과 의사가 불가능해지자 그는 안과를 선택하고 안과 의사의 길을 걸었다.


안과의사를 하며 1976년 58살의 나이로 은퇴하게 되었을 때 그는 위와 같이 간단한 수술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안타까워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 백내장 수술을 무료로 해주기로 결심한다. 

그는 기부금을 받는 방식보다는 돈이 없는 사람에게는 무료로 진료해주고 돈이 있는 사람에게는 진료비를 받는 단순 명쾌한 모델을 세운다.


그는 은행에 대출을 받으러 갔지만 '나이가 너무 많다', '비즈니스 모델이 적절하지 않다'라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자본 없이 시작하게 된 그는 하버드대학에서 안과 교수로 근무하던 여동생 낫치아르와 함께 자가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가족이 가진 모든 보석을 담보로 잡아 운영비를 구했다. 침상 10여 개와 의사 두 명 훗날 세계에서 가장 큰 안과병원 아라빈드의 첫출발이었다.


아라빈드 병원은 다음의 목표를 두고 운영되었다.

돈이 있는 환자에게는 유료, 돈이 없는 환자에게는 무료로 수술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어떤 증명도 필요하지 않다)


무료 수술을 해주기 위해서 더 적은 비용으로 수술을 할 필요가 있었고 'Doctor.V'는 미국 여행 중 봤던 맥도널드의 방식을 병원에 적용한다.

햄버거의 대량생산을 위해 도입된 맥도날드의 컨베이어벨트 방식 업무시스템을 안과 수술에 도입한 것이다.

그는 수술과 진료의 순서를 표준화했고 어렵고 난이도 있는 작업은 집도의에게 단순 검사 업무는 임금이 낮은 인력을 배치했다.

이런 방식을 통해 고급인력인 집도의들이 낭비하는 시간 없이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어 수술비용이 낮아졌다.

또한 이들에게는 낮은 급여가 주어졌다. 노동착취처럼 들리는 말이지만 아라빈드 안과 의사들은 의과대학을 가지 않고 아라빈드 안에서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해 의사가 되어 등록금을 아낄 수 있었고 의사 자신도 많은 수술 경험으로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안과의사가 되었다.

(실제로 아라빈드에서 수술을 받은 환자 중 합병증을 앓는 경우는 영국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의술의 경쟁력은 돈이 있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아라빈드 병원에 오는 유인이 되었고 병원을 더 지속 가능하게 만들었다.

(놀랍게도 돈이 있으면 다들 돈을 낸다. 이는 아라빈드 안과의 정신을 공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치료 받으러 오는 사람들은 병을 걸려봤기 때문에 돈 없이 이 병을 치료하지 못한다는 사정이 더 공감가지 않을까?)


그리고 당시 병원의 파트너로 일하던 데이비드 그린은 오로랩을 세워 실험을 통해 기존보다 30배 가까이 저렴한 인공수정체를 만든다.

백내장 수술에는 인공수정체가 꼭 필요한데 오로랩에서 개발한 인공수정체 덕분에 아란비드 병원은 더 낮은 가격에 수술이 가능하게 된다.


이렇게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이익금을 남긴 아란비드 안과는 그 돈을 어떻게 사용했을까?

(2011년 영업이익률은 무려 40%에 달했다)

이익배당은 절대 하지 않았다. 그 돈으로 장비를 사고 기술을 진보시키고 더 많은 무료 수술을 통해 Screening Eye Camp 같은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Screening Eye Camp는 의료 시장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시골지역에 직접 찾아가 검사를 하고 수술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가족들과 함께 오는 교통편과 숙박시설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렇게 접근성을 높이자 시골지역의 사람들이 수술을 하러 병원으로 오는 비율이 15배가 증가했다.


어떤 임팩트가 있고 현재 얼마나 무료로 진료하고 얼마나 많은 병원이 있는지는 아래 리포트를 보면 된다.

모든 것이 투명하게 공개된다.

리포트 링크: http://online.pubhtml5.com/idml/copn/


1976년에 출발한 사업이고 2006년에 창업주 'Doctor.V'는 사망했지만 아직도 세계에서는 이 아라빈드 모델을 설명하고, 환호하는 사람이 많다.

얼마나 훌륭하고 존경받을 만한 일인지는 누구나 마음으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내가 구구절절하게 말하지 않아도 위의 방법과 리포트를 본다면 바로 느껴질 것이다.

심지어 우리나라 대표 사회적기업인 '딜라이트'도 아라빈드에 영감을 얻어 창업을 했다고 하니 우리나라에도 은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나의 삶과 나의 의술을 순수하고 경건하게 유지할 것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나오는 말이다.

우리나라 영리병원 논란과 언론에서 노출되는 병원들의 부도덕성을 목격하며

나는 내가 후진국이라고 생각하던 인도에서 살았던

누구보다 순수하고 경건했던 의사 'Doctor.V'에게 존경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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