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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화 Feb 10. 2017

퇴사를 망설이는 이유

회사가 감옥처럼 느껴지는데도 불구하고

그래도 밖은 추울 텐데’ 이 생각에 회사를 쉽게 떠날 수가 없었다. 우리 회사에 들어오고자 하는 젊은이들은 줄을 서 있었고, 지방에서 내 나이 여성에게 그 정도 연봉이 보장된 직장을 찾기는 정말 어려웠다. 무엇보다 연봉에 따라 늘어버린 씀씀이는 회사를 더 포기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만두기 한 1년 정도는 “그래도 회사가 감옥보다는 낫다”라는 심정으로 버텼다. 진짜 그건 회사를 “다닌다”기보다 “버틴다”라거나 “견딘다”는게 맞을 것이다. 내 남편은 맏아들 나는 맏딸,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나는 양쪽 집안 어머니들의 노후를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두 어머니들을 생각하며 버텼다.


퇴사를 생각하며 이런저런 궁리를 해봐도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사표를 마음에 품고 3년 이상 근무를 했던 것 같다. 퇴사를 결심하고 나자,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이 보였다. 나의 동료들 선배들, 후배들. 아니 퇴사를 결심하고 이들을 본 것이 아니라 이들의 모습에서 나는 확실하게 퇴사를 결정했던 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우리 회사에서 진정으로 행복해 보이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들이 회사 밖에서 행복한 모습으로 살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회사에서는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이 불행 상태는 이제 갓 입사한 신입부터 대표이사까지 공통사항이었다.  왜냐면 고위 임원인 대표이사 조차 오너 기업인인 아닌 이상 피고용인 신분인 것은  말단 직원과 다를 바 없다.


대기업 취업은 구조적 불행 상태로 진입하는 것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나처럼 ‘인생에 뭔가 다른 게 있겠지.’하면서 계속 인생을 업그레이드시키려고 하는 사람들은, 어렵게 들어간 직장을 다시 어렵게 나올 것이다. 그러나 안정적 월급의 매력에 빠진 경우나, 혹은 꿈이 없어 스스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는 상태, 그리고 직장생활의 관성으로 회사 밖의 삶이 두려운 경우는 머무른다.


나는 한 7년간 주말을 이용해 취업준비생들에게 직무능력 관련 강의를 해왔다. 그들의 반짝이는 눈빛과 열정을 보는 것은 좋았지만, 나 자신이 직장생활에 너무 찌들어 있고, 회의가 많아서 그들을 만날 때마다 내가 속임수를 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들이 아직 올라보지 않은 산의 정상에 대해, 올라오면 분명 많은 것을 잃을 것 알고 있었지만, ‘여기에 올라오려면 이것을 준비해야 돼. “를 가르치고 있었다. 내가 하고 있는 교육내용이 진정으로 그들에게 유의미한 것인지 자신이 없어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2016)가 전국 306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신입사원 채용 실태 조사’ 결과에서 밝혔듯이,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이 27.7% (300인 이상 기업 9.4%, 300인 미만 기업 32.5%)이다. 그들 중 상당수가 취업 후 얼마 안 되어 불행을 느끼고,  퇴사를 고민할 것인데, 취업 스킬 강의에 목청을 높이는 것은 참 아이러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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