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미장 Mar 15. 2021

[감사하기 프로젝트] 향기로운 톰포드 퍼퓸

그래도 나는 좋았어.

향기로운 블랙 오키드


10일 점심에는 기자 미팅을 하러 롯데백화점 본점 식당가를 갔다.

이 바닥 PR 업계에서는 기자미팅을 정말 많이 한다.

나는 고객사와 업계에서 기사거리가 될만한 정보를 주고, 

기자는 취재아이템과 정보를 얻는 자리다.


고객사 대표의 인터뷰 자리를 만들기 위해 밥도 반밖에 못먹으면서 기자를 설득하려 애썼다.

나는 원래 말이 많은 편이 아닌데, 나와 친한 친구들이 본다면 쟤도 참 돈버느라 고생이다 라고 생각할 거다.

인터뷰는 하기로 했다. 나는 일을 잘한다(홍보가 필요하십니까? 일 좀 주십쇼!).


미팅이 끝나고 1층에 있는 톰포드 뷰티 매장을 들렸다.

전부터 시향해 보고 싶은 향수가 있었다.

그것은 2020년 출시했던 블랙오키드 퍼퓸 버전.

시향지를 코에 가져간 순간, 난 첫코에 사랑에 빠졌다. 코통사고가 나버렸다.

온갖 노트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서 농밀하고 진득하고 풍성하고 관능적인 향을 뿜어냈다.

아무도 사지 않길 바랐다. 나만 쓰고 싶다.

그리고 나도 사지 않았다. 난 이미 향수가 20여개 정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여전히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한다)


그래도 좋았다. 이렇게 좋은 향을 경험해보고 우와~ 좋다!!! 하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세상에 이렇게 황홀한 향수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블랙 오키드를 만든 조향사에게 감사한다.

이미 향수가 많은 나의 상황에 감사하고, 향을 즐기는 나의 취향에 감사한다.



쉬는 것도 일부러 시간을 내야 한다


일을 10년 넘게 하면서 알게 된건, 시간 날 때 쉬어야지 라고 생각하면 절대 쉴 시간이 안 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몇년 전 부터는 업무 일정상 약간의 여유가 보이면 특별한 일이 없어도 연차를 쓰려고 노력한다.

그랬는데도 작년엔 다 못썼다.


11일에는 연차를 쓰고 늦잠자고, 부모님댁에도 가고, 쉬고, 내 인생을 어느 방향으로 굴려야하나 고민도 하고, 집안일도 하면서 하루를 보냈다.

요즘은 매일 일이 파도처럼 계속 밀려와 쌓여서 정신 차려보면 저녁 6시 넘어있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한 숨 돌리고 갈 수 있는 시간이 생겨서 좋았다. 감사한다.



칠순을 앞둔 아빠, 육십대 중반의 엄마, 삼십대 후반의 나


나는 삼십대 후반임에도 불구하고 엄마에게 장난을 좀 치는 편이다.

엄마가 돋보기 안경쓰고 핸드폰으로 유튜브 보고 계시면 "오 모바일 족~" 하면서 지나간다거나

(모바일 족도 뭔가 워딩이 촌스러워서 더 사용함)

탁구 연습 열심히 하고 계시면 "오~ 다음 올림픽에 나갈거죠?" 라면서 지나간다거나

엄마 머리카락을 만지고 도망간다거나(엄마가 머리카락 만지는거 싫어하심)

하는데, 

이러면서도 나중에 울 엄마 없으면 이런거 못해서 어쩌나... 속으로 생각하며 괜히 슬퍼진다.


아빠한테는 어색해서 장난을 안치는데, 아빠는 내가 장난도 안쳐서 섭섭하시지 않으려나, 울 아빠 쓸쓸하지 않으려나 하면서 괜히 마음이 짠해진다. 울 아빠 자식들 키우려 돈 버느라 사고 싶은 것도 못사고 하고 싶은것도 못하면서 살았는데.


부모님과 가치관이 안 맞는 부분도 많지만, 큰 틀에서 나를 지지하고 사랑해주셔서 감사한다.

두분 모두 건강하게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내일 저녁은 샐러드로 정했다


R이 오늘 저녁을 두부와 계란만 먹는 건강식을 택했다.

R은 맛있는걸 즐기는 편인데, 이런 메뉴를 택하다니 정말 대단했다. 

식생활이 점점 안좋아지고 있는 나는 이것을 보고 개선의 의지를 다졌다.

패스트 푸드를 줄이고, 식사다운 식사를 하기위해 내일부터 노력할 것이다.

내 의지의 불씨를 지핀 R에게 감사한다.


사진은 딱히 넣을게 없어서 예전에 프라하 갔을 때 사진을 넣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때 참 잘 놀다 왔다. 감사한 일이다. 나의 다음 프라하 방문은 언제가 될까.


매거진의 이전글 [감사하기 프로젝트] 재시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