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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달 모나 Monah thedal Nov 16. 2024

시크한 강아지 사장님과 살가운 인간 책방지기가 있는

해방촌의 강아지 서점, 우리책방

시크한 강아지 사장님과 살가운 인간 책방지기가 있는, 해방촌의 강아지 서점, 우리책방



오늘의 서점

해방촌의 강아지 서점, 우리책방     


책방 3가지 포인트     


1. 1년 만에 다시 찾은 해방촌의 강아지 책방     


한층 포근해지고, 따스해진 모습으로 되돌아온 해방촌의 강아지 서점이다. 본래 스토리지북앤필름, 신흥교회 근처에 있었지만, 현재는 이사를 하면서 후암동 안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새로운 장소로 이동하며, 평수가 넓어지고, 목재 인테리어로 톤이 바뀐 덕분일까. 서점은 한층 분위기가 깊어지고, 매력이 짙어진 모습이었다. 


‘강아지 책방’이라는 이름을 내세운 특수 책방인 만큼, 우리책방의 책들은 동물 관련 책들이 주를 이룬다. 문학부터 생태학을 다룬 비문학 서적까지 책들의 종류는 방대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당연하게도) 강아지 관련 책들이다. 강아지를 소재로 한 책들은 생각보다 다양했는데, 강아지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 그림책, 에세이부터 동물 행동, 훈련, 교육, 식이요법 등 반려견과 함께 ‘잘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들까지, 책장은 장르와 분야를 막론한 강아지 관련 책들로 가득했다.      


그중에서 유달리 자주 눈에 띄었던 건 노견과의 마지막 시간을 회고하거나 펫로스의 경험을 고백하는, 담담하고도 부드러운 공감과 위로가 담긴 책들이었다. 반려동물을 키워 본 사람은 동의하겠지만, 동물과의 이별은 사람을 잃은 것만큼이나 고통스럽고 힘들다. 기르던 동물을 먼저 떠나보내는 건, 혼자 견딜 수 있는 일이 아닌, 누군가의 위로와 연대가 반드시 필요한, 일상에 획을 긋는 크나큰 사건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동물을 잃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전폭적인 위안과 포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가족이나 친구 등 사람을 잃은 슬픔은 쉬이 위로받지만, 동물을 상실한 마음은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별거 아닌 사소한 일이거나 유난이라고 생각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물을 잃은 이들은 종종 침묵한다. 혼자서 삭이며, 안으로 곪아 간다.      


책방지기님은 그런 현실을 잘 알고 있기에, 펫로스나 동물과 이별하는 마음을 다룬 책들을 일부러 많이 들여놓는다고 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이자 강아지 책방을 가꾸는 사람으로서, 같은 처지에 놓인 반려인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기에,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마음을 도닥여 주는 책들로 책장을 채워둔다고 했다. 책은 혼자서 해결하지 못하는 감정들을 어루만져주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니까. 곁에 있는 사람들이 미처 살피지 못하는 어떤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건, 어쩌면 문자로 기록된, 저 멀리 떨어진 누군가의 말일 수도 있을 테니까.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응어리진 마음을, 책방의 책을 통해서 위로받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책들을 들여온다고 했다. 동료 반려인을 위하는, 한 반려인의 마음이 담긴 책장. 책방의 책들에 담긴 이야기를 들으며, 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조금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2. ‘진짜’ 강아지 사장님이 상주 중인 애견 서점     


‘진짜’ 강아지가 머무는 서점이다. 그래서 우리책방에 가면, 책방에 늘 상주 중인 강아지 사장님인 시바견 ‘우리’를 만날 수 있다. 책방지기님 설명에 따르면, 책방지기님은 단지 서점을 관리하는 관리자에 불과할 뿐, 책방의 실권자(?)는 강아지 우리라고 한다. 이곳이 강아지 서점인 이유도, 이름이 ‘우리책방’이 된 이유도, 전부 사장님이 강아지 ‘우리’이기 때문이라고. 이 사실을 알고 서점의 이름을 다시 보면, 어쩐지 서점에 대한 신뢰도(?)가 상승한다. 주인장의 이름을 상호에 넣은 상점치고, 자신감이 부족한 가게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뭐, 반쯤 농담으로 하는 소리지만, 그래도 이 이야기는 절반쯤 사실에 기반하고 있다.    

  

책방지기님은 프리랜서 콘텐츠 기획자라는 본업이 있는 분으로, 여행 갈 때마다 그 지역 책방에 방문하는 것이 하나의 취미이자 재미였다고 한다. 그러다 어느 날 책방도 하나의 ‘콘텐츠’라는 사실을 지각하게 되었고, 그 후로부터 책방 운영을 꿈꾸기 시작했다고. 마침 당시 강아지 ‘우리’와 함께할 수 있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고민하던 중이었기에, ‘책방’이라는 아이디어에 강아지 우리의 존재를 더해 ‘강아지 책방’이라는 공간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즉, 강아지 ‘우리’ 덕분에 ‘강아지 책방’이라는, 국내에 몇 없는 희소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 공간을 만들 수 있었던 셈. 이렇듯 책방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상당한 기여(?)를 했기 때문에, 우리는 자연스럽고도 당당하게 서점의 사장이 될 수 있었고, 결국 서점의 상호에까지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강아지 ‘우리’의 이름이 버젓이 붙어 있는 서점인 만큼, 서점에는 ‘우리’를 연상케 하는 물건들이 많았다. 여기서 ‘우리’를 연상케 한다는 건, 첫째로는 강아지로부터 비롯되었으며, 둘째로는 ‘시바견’이라는 종적 특성을 반영한 사물이라는 의미다.      


서점에서는 일러스트 포스터, 엽서, 책갈피, 노트, 키링, 도자기 등 강아지를 소재로 한 다양한 굿즈들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소품들에는 강아지의 장점들, 귀여움과 익살맞음, 사랑스러움과 유쾌함이 골고루 담겨 있었다. 그렇게 다양한 스타일로 재현된 창의적인 소품들 사이에는 언제나 예외 없이 ‘시바견’이 등장했고, 우리와 꼭 닮은 모습을 한 강아지 캐릭터들은 때로는 개구지고, 때로는 엉뚱하며, 때로는 말랑거리는 애교로 구경하는 사람의 마음을 살랑거리게 했다. 인간을 위한 상품들 곁에는 강아지를 위한 물품들도 판매 중이었는데, 하네스와 장난감, 악세서리, 식기, 배변 봉투, 세정제 등 강아지를 기르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관심이 갈 만한 물건들이 테이블을 하나 가득 채우고 있었다. (참고로 우리책방은 애견 동반이 자유로운 서점이라서, 강아지와 함께 방문해 함께(?) 물건을 둘러보며 쇼핑을 즐길 수 있다.)     



애견 물품들 곁에는 강아지 ‘우리’를 위한 물건들도 있었는데, 매일같이 출근 도장을 찍는 우리인 만큼, 서점 곳곳에서는 장난감이나 간식 등 우리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서점에 상주하는 강아지 사장님의 업무는 총 두 가지인데, 첫째는 서점의 마스코트로서 존재하는 것이고, 둘째는 서점의 보안을 책임지는 ‘멍스코’가 되어 사주경계의 정신을 잊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 외의 업무는 전부 책방지기님의 차지다. 즉, 손님을 대하고, 살갑게 교류하는 것은 모두 책방지기님의 몫이라는 뜻. 달리 말하자면, 멍사장님 ‘우리’에게는 손님을 응대해야 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르게 설명하자면, 모든 손님에게 꼬리를 흔들며 해사한 웃음으로 반기는 건 강아지 ‘우리’의 업무가 아니라는 의미다. 또 다르게 풀어보자면, ‘강아지가 있는 서점이라고 무조건 강아지에게 애교를 강요하지 말라’는 말이다.      


주인(책방지기님)과 함께 보내는 책방의 시간을 싫어하지 않아서 매일 서점으로 출근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사실 소심하고 내향적인 강아지다. 본디 타고난 성품은 쉽게 바뀌지 않기에, 우리는 책방에 손님이 오면 종종 수줍어하고, 자주 관심 없어 한다. 흔히 떠올리는 강아지의 스테레오타입처럼, 손님이 입장하면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반겨주거나, 곁에 다가와서 냄새를 맡지 않는다는 뜻이다. 가끔 멀리서 지켜보며 궁금해할 때도 있지만, 우리책방의 멍사장님은 사람이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굳이 손님 곁으로 다가오지 않으며, 애써 다가가도 휑하니 자리를 떠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람을 싫어한다기보다는 낯선 타인에게 마구잡이로 곁을 주는 강아지가 아니라서 그렇다고 한다.      


그러니 책방 손님이 되고자 한다면 우리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았으면 한다. 인간의 모습이 다양하듯, 강아지의 성격도 천차만별이기에, 너무 ‘특정한 강아지상’에 사로잡혀 우리에게 큰 부담을 주지는 말았으면 한다. 활달하고 사교적인 강아지가 있다면, 그 반대인 조용하고 소극적인 강아지도 있는 법이니까. 그러니 만약 서점에서 우리를 발견한다면 멀리서 지켜봐 주고, 눈짓으로만 귀여워해 주자. 싫다는데도 자꾸만 귀찮게 하거나, 함부로 만지려 들거나, 강아지답지 않다며 툴툴대는 등, 인간으로서 체면이 떨어지는 일들은 (부탁이니) 하지 말자. 강아지 서점이라고 해서, 가게에 상주하는 강아지라고 해서, 손님에게 반드시 먼저 다가와 꼬리를 흔들고 배를 뒤집어 까야 한다는 의무는 어디에도 없으므로.      



3. 강아지와의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곳     


우리책방은 강아지와 함께 입장할 수 있는, 애견 동반이 가능한 서점이다. 그래서 이곳에는 강아지와 추억을 남길 수 있는 몇 가지 이벤트들이 존재하는데, 첫째로는 강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북스테이’가 있다. 사실 북스테이를 할 수 있는 서점은 많고도 많지만, 대부분의 서점은 강아지가 출입할 수 없기에, ‘강아지와 함께’ 북스테이를 할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애견 동반 가능 서점에서는 그런 ‘흔치 않은 경험’이 ‘흔한 경험’으로 탈바꿈한다. 예약만 하면 가능한 체험이 된다는 뜻이다.      


* 우리책방 북스테이 예약 관련 정보 

: 우리책방의 애견 동반 북스테이는 2시간, 4시간 중 필요한 시간을 선택해 예약할 수 있으며, 예약한 시간 동안 서점 전체를 대관해 강아지와 함께 마음껏 쉬고 놀면서 책을 읽을 수 있다. 현재 공간 예약은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만 받고 있으니, 만약 강아지와 함께하는 독서를 경험해 보고 싶다면 책방 인스타를 방문해 보도록 하자.      



다음으로는 서점 안쪽에 설치된 ‘내 강아지 소개 벽’이 있다. 우리책방은 새로운 공간으로 이주해 오기 전부터 손님들의 강아지 이름을 수집해 왔었다. 책방 한쪽에 반려견의 이름과 이름에 담긴 의미를 기록하는 포스트잇 꾸러미를 마련해 두었던 것. 서점에 들른 손님들은 서점이 마련해 둔 종이에 기꺼이 자신의 강아지를 소개하는 글을 적었고, 그렇게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서점에는 다양한 강아지들의 이야기가 쌓여 갔다.      


그리고 책방지기님은 새로운 공간으로 이사 오면서 여태 모아 둔 포스트잇 더미의 봉인을 해제했다. 그동안 수집했던 강아지들의 기록을 한 장 한 장 떼어내, 꺾어진 두 개의 벽을 오로지 강아지에 대한 기록으로 가득 채웠다. ‘처음 이사 오고, 이 벽을 꾸미면서 무언가 벅차오르더라고요.’ 책방지기님은 포스트잇이 빼곡하게 붙어 있는 벽을 가리키며 그렇게 말했다. 벽을 빼곡하게 채우는 강아지들의 수많은 이야기가 지난 1년간 꾸준하게 모아 온 책방에서의 시간과 역사를 대변해 주는 것 같아서, 벽을 완성한 후 왠지 모르게 감동이 밀려왔다고 했다. 서점은 현재도 강아지 이름을 수집하고 있다. 그러니 만약 내 강아지 이름이 독특하거나 자랑하고픈 포인트가 있다면, 강아지 서점의 ‘내 강아지 소개 벽’을 이용해 보자. 만약 강아지가 없다면, 무수한 이름과 설명이 적힌 벽을 읽어 내려가기만 해도 괜찮다. 생각보다 세상은 넓고, 강아지는 다양하며, 주책맞은(= 자기 강아지를 꽤나 사랑하고 그걸 표현하는 걸 서슴지 않는) 주인들도 많다. 그래서 작은 종이에 담긴 강아지들의 이름과 이름에 담긴 의미를 읽다 보면 종종 미소 짓게 된다. 다채롭게 유쾌한 강아지들의 이름 앞에서 저도 모르게 빙긋 웃게 된다.     


이 밖에도 우리책방에서는 강아지와 추억을 남길 수 있는 행사와 클래스들이 비정기적으로 개최된다. 강아지 사진으로 슈링크 키링 제작하는 등 강아지 관련 이벤트들이 가끔 열리곤 하니, 후암동에 거점을 두고 있다면 우리책방의 행사에 한 번쯤 참여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책방 총평, Last comment      


강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픈, 한 반려인의 애정 어린 결심에서 시작한 책방. 

‘우리책방’은 강아지와 반려인을 아우르는, 따스함과 이해심이 깃든 책장과 

강아지의 장점(=귀여움, 발랄함, 사랑스러움, 유쾌함, 기분을 좋게 만드는 강아지만의 매력들)을 압축해 놓은 소품 진열대, 

수많은 강아지들의 이야기와 강아지와의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이 머무는

강아지에 대한, 강아지를 위한, 강아지에 의한 모든 것들을 포괄하고 포함하는

진정한 의미의 ‘강아지 책방’이었다      


책방을 권하고픈 이들     


- 강아지 서점이 궁금한 분

- 강아지를 기르고 있거나 기르고 싶은 분

- 강아지를 소재로 한 다양한 책들을 읽고 싶은 분

- 애견 관련 정보 서적들이 필요한 분

- 강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서점을 찾고 있는 분


우리책방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wooribook_official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https://smartstore.naver.com/wooribook_official

* 애견 동반이 가능한 서점입니다




그달 모나 Monah the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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