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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보통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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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씨 Oct 22. 2024

불안을 삼킨 밤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 



요즘 채식주의자를 다시 꺼내 읽고 있다. 

두 번째 챕터 몽고반점까지 읽고 나니 새벽 한 시가 넘은 시각. 

침대 위 남편은 내 옆에서 곤히 잠들었고 최근 독립수면에 반쯤 성공한 딸도 자기 방에서 잠자는 중.


채식주의자는 확실히 잠자기 전에 읽기 좋은 책은 아니다. 

몸은 피곤한데 정신은 또렷해서 이리저리 뒤척이는데 갑자기 마음이 불안해졌다. 


순간 방 안이 텅 빈 것처럼 느껴졌다. 무서웠다. 

남편의 단단한 팔을 감싸 안아도 불안이 사라지지 않았다. 

이럴 땐 딸의 보드라운 볼을 어루만지고 딸의 통통하고 말랑한 손을 잡으면  

마음이 가라앉았는데 딸이 곁에 없으니 마음이 더 불안해졌다.


갑자기 며칠 전 일이 떠올랐다. 

늘 그렇듯 딸을 품에 안았는데 그냥 나도 모르게 눈물이 울컥 났다. 

나를 안아주는 딸의 품이 너무 포근해서 위로가 됐던 걸까.

훌쩍 큰 딸이 내 품을 언젠가 떠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었을까. 

왜 그랬는지는 명확하게 설명할 수가 없다.


결국 그 새벽에 딸이 잠든 방으로 갔다. 침대 옆 바닥에 깔린 러그에 새우처럼 웅크려 누웠다.

딸의 뒤척이는 움직임과 희미한 방 안에서 보이는 딸의 둥근 머리
조용한 숨소리와 온기가 가득 차 있는 방안에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안심이 됐다.


새벽에 눈을 비비며 안방으로 건너오던 딸의 마음도 나와 같았을까. 


새벽녘 안방으로 건너오는 딸이 무서울까 봐 거실에 조명을 환하게 켜놓고 안방문을 활짝 열어놓은 남편의 그 마음까지. 더할 나위 없이 가족 안에서 행복을 느끼는 나. 


고요하고 평온한 일상이 언제까지 지속될수 있을까. 

그래서 이 행복이 깨지지 않을까 불안하고 또 불안한 마음.

비극은 언제나 발 뻗고 잘때쯤 찾아온다는 가사말이 귓가를 울리는 새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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