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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보통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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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씨 Oct 30. 2024

꿀벌은 꿀만 빠는 거 아니었어?

융통성의 지혜


우리 동네에는 야트막한 언덕에 카페 하나가 있다. 

카페 2층에는 바깥으로 연결된 문이 있는데 밖으로 나가면 야외 테이블이 놓여있고  

테이블을 지나 계단을 조금 오르면 도토리나무와 사시사철 꽃들이 피어있는 정원이 있다. 


이번 주말엔 날씨도 좋고 바람도 선선하게 불어서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딸이 좋아하는 초콜릿케이크와 남편이 좋아하는 블루베리잼이 들어있는 맘모스빵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커피까지.  


기분 좋게 주말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는데 

단내를 맡았는지 주변을 윙윙거리는 꿀벌 한 마리 등장~ 


말벌은 무섭지만 꿀벌은 왠지 친근한 느낌이라 크게 동요하지 않았는데  

그 꿀벌 녀석 집요하게 내 주변을 맴돌더니 갑자기 케이크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생크림에 취한 꿀벌

그때까지만 해도 꿀벌이 단단히 번지수를 잘못짚었다 생각했는데.

입에서 길다란 빨대같은 것이 쭉 나오더니 엉덩이까지 움찔움찔거리며 생크림을 힘차게 빨고 있었다. 


서른 후반의 인생을 살면서 지금껏 꿀벌은 꽃에서 꿀을 구한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케이크 생크림에 블루베리잼까지 폭식하는 녀석을 보니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꿀이 아니면 어때~ 달면 그만이지~ 융통성 있게 살자고~ 


배가 통통해져 날아간 꿀벌 내가 꿀벌중에 가장 쿨해보였다.


대충살자~ 꽃밭까지 날아가기 귀찮아 대신 생크림 빠는 꿀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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