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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씨 Nov 11. 2024

인간시장

한 끗 차이 



프리랜서로 일하며 숱한 종류의 사람들을 만났다.


식후에 양치를 하지 않고 휴지로 고춧가루를 뺀다거나

트림을 꺽꺽 아무렇지 않게 해댄다거나

롤러코스터 같은 기분에 따라 업무태도가 달라진다거나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어 눈물을 흐린다거나

업무실력에 비해 과도하게 측정된 자신감을 가졌다거나


열거할 수 없이 많은 종류의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아빠에게 전활 걸어

그 사람은 왜 그럴까에 대해 핏대를 올려댔다.


그때마다 아빠는 오죽하면 인간시장이라 했겠냐며

세상살이 절대 네 뜻대로 되는 거 하나 없다고 얘기하셨다.


아빠가 늘 말씀하시는 레퍼토리의 일부인 인간시장.

그 인간시장이라는 말이 살면서 더 와닿는 건

마흔 줄이 다되어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다.


프리랜서로 한 프로젝트에 몰두하는 시간은 길어야 2년 남짓.

비상근으로 근무할 때도 많았고 꼴 보기 싫을 땐 일찍 퇴근을 한다거나

산책 한번 나가 마음에 불을 식힐 시간도 있었다. 


지금의 회사생활은 인간관계의 밀도가 촘촘해서 숨이 막힐 때가 종종 있다.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업무 중간에 나가서 시간을 보내는 건 무척 눈치가 보이는 일이었다.


출근부터 퇴근시간까지 어떻게든 그 사무실 안에서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데

옆자리 직원의 땅을 꺼져라 내쉬는 한숨소리와 신경질적인 타자소리에 기가 쪽쪽 빨릴 때쯤, 

또 누군가가 상사 책상으로  슬그머니 다가가서 속이 빤하게 보이는 선물을 찔러주는 꼴을 목격한다.


나란 인간도 흠결 하나 없진 않겠지만 사람에 염증을 느끼는 순간이 일상이 되니 

이 정도면 머리 깎고 절에 들어가는 속세를 떠나는 삶이 맞지 않나 싶다.

그러나 모든 것을 내려놓지 못하는 중생이기에 인간시장에서 살아남는 법을 생각해 본다.


상사에게 아첨하지 않고 나의 능력을 과시하지 않으며

묵묵히 내 자리에서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내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고 추구하는 캐릭터다.

동료들과의 관계는 거리를 두고 관심을 최대한 두지 않는다.

피상적이고 가식적인 관계 다른 시각으로 보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인간적인 선을 지키는 관계이다. 


저 사람은 대체 왜 저럴까에 대한 생각이 불쑥불쑥 튀어나올 때면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그러려니 하자로 생각을 바꾼다. 

각자 자리에서 먹고살려고 나름대로 발버둥 치고 있구나 그렇게 생각을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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