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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초롱 Oct 06. 2019

[인터뷰_야비클럽] 빌라선샤인 홍진아 대표

"그거 N잡러 아닌가요?"


어느 신문사와 직업에 대한 인터뷰를 하던 중이었다. 당시 나는 축제기획 회사에 다니면서 북바(Book-Bar)를 운영하고 있었고, 계간잡지 <딴짓>의 공동발행인이기도 했다. 사이드 프로젝트까지 합치면 너덧 가지의 일을 한 번에 하고 있느라 부침이 있던 때였다.


투잡러도 아니고, 쓰리잡러도 아닌 상태를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자 질문하던 기자가 'N잡러를 자처하는 이가 있다'고 말해줬다. 밀레니얼 여성을 위한 커뮤니티 빌라선샤인의 홍진아 대표였다.


홍 대표는 두 개의 직장에 소속된 N잡러로 일하기 시작하며 직업적 정체성을 얻었다. <나는 오늘도 내가 만든 일터로 출근합니다>의 저자이기도 하다.


나보다 앞서 여러 직업적 정체성을 동시에 가진 이가 있다니 다행스러웠다. 하고 싶은 질문이 많았다. 홍진아 대표를 만나면 물어보리라 다짐했다. 그러던 차에 홍 대표가 여성커뮤니티를 오픈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물어볼 질문의 리스트는 더 늘어났다. 


해가 쨍쨍 내리쬐던 여름, 합정동의 한 북카페에서 홍 대표를 만났다. 예의 바르고 단단한 사람이었다. 동의하고 맞장구를 치느라 약속한 인터뷰 시간이 넘을 뻔했다. 밀레니얼 세대라면 물개박수를 치며 공감할 만한 그녀와의 대화를 여기 풀어 놓는다. 





N잡러는 무엇인가?


"N잡러는 여러 가지 직업을 한 번에 가진 사람을 칭하는 말이다. 당연히 나도 처음부터 N잡러였던 건 아니다. 예전에는 하나의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었다. 비영리 글로벌 조직에서 일했다. 변화를 이끌어가는 체인지 메이커들을 발굴해서 그들을 지원하는 일을 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2016년 초에 다보스 포럼에서 일의 변화에 대해 들었다. 현재 일곱 살인 아이들이 사회에 나갈 때는 지금 있는 직업의 60~70%가 없어진다고 하더라. 문득 나는 이런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싶었다.


앞으로 나는 하나의 회사 이름으로만 스스로를 소개해야 할까, 사람들은 왜 그렇게 할까. 나를 소개할 때 어디에서 일하는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팀장 홍진아라고만 하는 게 이상했다. 그게 날 전부 설명해주지 못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이랑은 다른 형태로 일을 설계해보고 싶었다.


지금은 몇 개의 직업을 가지고 있나? 


"지금은 여성 커뮤니티 빌라선샤인 운영만 하고 있다. 창업을 했고, 투자를 받아서 회사를 꾸려가고 있기 때문에 다른 여력이 없다. 지금 내가 할 일은 시작한 회사를 크게 키우는 일, 회사가 가지는 임팩트를 크게 만드는 일이다.


그래도 스스로를 N잡러라고 생각한다. N잡러에게는 몇 개의 직업을 가지느냐 하는 것보다, 일의 맥락을 나에게 가져올 수 있느냐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내가 집중하고 싶은 것이 있지만, 언젠가 그 사업은 두 개가 되고 세 개가 될 수도 있다. 지금은 하나의 일만 하는 N잡러인 셈이다."



- N잡러로서 균형을 잡는 게 어렵지는 않았나? 


"어려웠다. 처음에는 N잡러라는 이름도 붙이지 않았다. 두 회사에서 이틀씩 일하는 걸 보고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했다. 너 투잡족이야? 프리랜서야? 돈은 벌고 있어? 일을 스스로 디자인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그 고민의 끝에 N잡러라는 이름을 붙인 거다. 당시에는 두 개 회사 일을 하면서, 사이드 프로젝트도 했다. 밸런스를 맞추면서 일하는 게 어려웠다. 다 잘하려고 하다 보니 과부하가 걸렸다. 집에서 일하는 날은 9시까지 일을 손에서 못 떼기도 했다."




- 사람들에게 N잡을 권하고 싶은가?


"맞는 분들에게는. 조직이 커리어를 개발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맞다. 그러나 사회 초년생한테 N잡을 권하지는 않는다. 직관적으로 타고나는 사람도 있지만 경험이 없으면 일과 삶의 배치가 어려울 수 있다. 이 일을 하는 데 얼마의 시간이 걸리고, 시간 이외의 자원이 얼마나 들어가고, 이걸 실행하는 데 어떤 사람이 필요하다는 걸 걸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착취하는 회사에서의 경험은 반대한다. 그런 건 쓸모없다. 지금 내가 너를 착취하지만, 너는 경험을 가져가지 않느냐 하는 것만큼 어른들이 하기 쉬운 거짓말이 없다. 번아웃이 되면 그 경험과 멀어지고 싶어진다. 나를 잘 지킬 수 있는 선에서 여러 경험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일하면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아는 게 중요하다."






인터뷰 기사 전문은 오마이뉴스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저작권은 오마이뉴스와 박초롱 작가에게 있습니다.


http://omn.kr/1k7v5


park_choro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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