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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초롱 Dec 30. 2020

프리랜서의 돈 관리 2

우리 좀 돈돈 거립시다

프리랜서일수록 돈에 더 밝아야하고, 미래 계획을 탄탄히 세워야 한다. 우리를 보호해주는 것은 우리 뿐이고, 울타리 없는 집에서는 집이라도 단단한 벽돌로 지어야 하니까. 

① 몇 가지 원칙을 세우자 


일단 내가 한 달에 200만 원씩 쓰고 있다면 적어도 반년 정도의 생계비인 1200만 원은 여유로 가지고 있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래야 일이 들어오지 않았을 때 정신을 똑바로 붙들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얼마를 가지고 있고 그 돈 중에 얼마가 쉽게 뺄 수 없는 목돈으로 붙들려 있는지 아는 것도 중요하다. 프리랜서에게 목돈은 대개 보증금이나 전세자금 혹은 자신이 구입한 주택에 들어가 있는데, 집이 곧 일터이기도 한 프리랜서에게 주거안정성은 회사원보다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이기 때문이다. 집을 잃어버린다는 것, 혹은 집세를 내지 못할 위기에 처한다는 건 다른 가족에게 신세를 져야 한다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업무 공간을 잃어버릴 위기까지 불러온다.


 나는 지갑을 세 부분으로 나눠서 쓴다. 집의 전세자금이 가장 큰 목돈이고, 당장 쓸 일은 없지만 비상시에 쓸 수 있는 작은 목돈을 따로 준비한다. 오랫동안 일이 들어오지 않거나 나 혹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긴급한 일이 생겼을 때 급하게 쓸 수 있는 돈이다. 마지막은 그때그때 들어오고 나가는 생활비다. 이렇게 지갑을 나눈다고 내 삶이 더 안정적으로 되는 건 아닐지언정, 적어도 나는 내 삶이 경제적으로 안정적이라는 감각을 가질 수 있게 된다. 


② 나에게 급여명세서를 발급하기  


자신만을 위한 급여명세서를 만드는 것도 지갑관리를 투명하게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외주로 맡은 프로젝트의 진척도에 따라 한 달에 버는 돈이 얼마인지 산정하고, 그 돈이 실제로 들어오지 않았더라도 이달에 일한 것으로 얼마를 벌 수 있는지 가상으로 계산해서 급여명세서를 만든다. 1000만 원을 벌 수 있는 프로젝트를 5개월 동안 맡았다면 나는 한 달에 200만원 씩 번다고 계산해 나의 급여명세서에 그 항목을 분할한다. 청탁이 많은 글쓰기 외주의 특성 상 10만 원 혹은 20만 원의 작은 원고료가 들어올 때도 잦은데, 이럴 때 급여명세서에 이런 항목을 넣지 않으면 연말에 내가 청탁외주로 얼마를 벌었는지 쉽게 계산하기 힘들다. 이렇게 급여명세서를 만들면 연말에 내가 한 해 동안 어떤 일로 얼마를 벌었는지 파악하기 좋다. 그럼 내가 하고 싶은 일로 돈을 벌었는지, 혹은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돈이 되는 일로 생활을 유지했는지 알게 되고 앞으로 어떤 일에 더 포커스를 두어야 할지도 볼 수 있다. 여윳돈이 얼마인지 파악해서 재테크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③ 세금 관리까지 철저하게   


잘 벌었다면 끝인가? 지갑에 돈을 넣고 입을 닦고 싶지만 우리에게는 납세의 의무가 있다. 엉엉. 눈물을 머금고 모은 돈의 일부를 헐어 국가에게 내야만 한다. 프리랜서는 쉽게 체납자가 된다. 프리랜서가 이 사실을 몰라서, 혹은 돈을 내기가 싫어서 그런 게 아니다. 다들 어쩌다보니 프리랜서가 된 것이고, 회사 다닐 때와는 다르게 누구도 알아서 세금을 낸 후에 내가 쓸 돈만 통장에 꽂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아, 몰랑’의 자세로 있다가는 5년 후에 지금까지 안 낸 세금에 이자까지 얹어서 내야 할 위기에 처하거나, 어렵게 지원사업에 뽑히거나 입찰을 받았는데 자격 미달로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먼저, 프리랜서는 5월에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한다. 일 년 동안 내가 얼마나 벌었는지, 또 얼마나 썼는지 정부에 알리는 작업이다. 조금 벌었는데 많이 썼으면 돈을 좀 돌려받고, 많이 벌었는데 안 썼으면 세금을 좀 더 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니 당연히 쓴 돈을 악착같이 증명해서 돈을 돌려받아야 한다. 의외로 이걸 증명하는 걸 어려워하는 프리랜서가 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된다. 내가 일하기 위해 필요한 게 뭐가 있지? 공유오피스에서 일했다면 그 영수증을 모으고 작업실 월세를 냈다면 집주인에게 세금계산서를 요청하면 된다. 집에서 일하는 프리랜서는 일부 집세도 지출로 인정해준다. 일하는 공간 외에도 필요한 건 많다. 미팅할 때 커피값을 냈을 수도 있고, 클라이언트에게 잘 보이기 위해 결혼식에 참석했을 수도 있다. 모두 증명해서 영수증을 모아두자. 경조사비는 초대장이 곧 영수증이 된다. 모델이나 인플루언서 같은 직종은 피부미용을 받거나 헤어 관리를 받는 것도 업무를 위한 활동으로 인정되어서 지출로 증명할 수 있다. 운동선수나 트레이너들은 운동기구를 사는 것도 지출로 증명할 수 있다. 


 사업자가 없는 프리랜서라면 종합소득세만 신고하면 되지만, 사업자를 가진 프리랜서라면 일 년에 두 번 부가세 신고도 해야 한다. 1월과 7월이다. (간이과세자는 일 년에 한 번만 함)  부가세는 프리랜서가 누군가에게 작업물을 준 후에 그 작업비 외에 10%를 더 받아서 정부에게 주는 걸 말한다. 예를 들어 90만원을 받고 사진을 찍어줬다면 99만원을 먼저 받은 후에 나중에 9만원을 정부에 내는 식이다. 간이과세자이고 매출이 2,400만원 이하면 부가세를 아예 내지 않아도 된다. 사실 아예 안내는 건 아니고 좀 예외가 있긴 하다. 으아, 복잡하다!


 이 모든 게 복잡하고 귀찮은 프리랜서는 그래서 세무사에게 찾아간다. 세무비용은 천차만별이지만 요즘은 어플리케이션도 잘 되어 있고, 프리랜서만 전담으로 하는 세무사도 있어서 그렇게 부담이 되는 수준은 아니다. 세무사와 함께 하고 절세를 하는 것이, 세무사 없이 혼자 해서 세금을 다 내는 것보다 나을 수도 있다. 물론 혼자 할 수 있는 있는 똑똑한 프리랜서가 있다면 혼자해도 무리는 없다!


④ 돈 이야기를 일상적으로!  


프리랜서가 생각보다 해야 할 돈 관리가 많다. 프리랜서는 어느 정도 선에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가 자본의 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건 아니다. 내가 안정적인 회사 대신 평일 낮 카페에서 자판을 두드릴 수 있는 프리랜서를 선택했다고해서 경제적인 안정성도 포기하고 살 거라고 오해하는 사람도 있다. 이 나이가 되어서도 제대로 된 지갑관리가 여전히 어렵긴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경제적 안정성을 원하지 않는 건 아니다. 내가 꾸준히 돈을 붓고 있는 보험의 종류만 해도 6개다. 나는 여전히 청약과 연금을 넣는다. 동네를 산책하며 부동산값이 얼마나 올랐는지 기웃거리고, 코로나 사태로 어떤 주식이 얼마나 오를지 점을 쳐 본다. 


 내가 얼마나 벌었는지, 얼마를 더 벌고 싶은지, 내년엔 얼마나 더 벌 계획인지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일이 부끄럽지 않았으면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서 돈을 안 벌어도 되는 건 아니지 않나. 예술을 한다고 해서 돈을 외면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말끝마다 돈돈 거리는 프리랜서에게 나는 일을 맡기고 싶다. 그건 내가 자신의 지갑을 위해 일하는 사람을, 자신의 예술성을 위해 일하는 사람만큼이나 믿기 때문이다. 프리랜서여, 우리 좀 돈 돈 거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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