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당 약 4억원의 돈이 하늘에서 터지던 날, 아빠 지갑도 함께 터졌다.
꽤 오래 기다렸다. 중간에 한 번쯤 경과를 알려줘도 좋을 텐데 닫힌 문은 도무지 열리지 않았다. 대기실은 조용했고 종종 처치실에서 나오는 개 짖는 소리만 들렸다.
“원래 약간은 진상을 떨어줘야 더 잘 봐주긴 하는데, 건너 건너 알 수 있으니까 그냥 적당히 해. 면회도 가고. 면회 가서 눈치 없게 귀찮게 하지 말고. 퇴원날 처음 갈 건 아니지? 면회는 너가 가. 아빠는 가면 역효과 날 거 같아.”
언니의 말을 종합하자면 이랬다. 진상이어선 안되는데 그렇다고 내버려 둬서도 안된다. 너무 무관심하면 신경을 안쓸테니.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말라 그러면 쉬웠을 거다. “면회 자주 안오면 애정 없어 보여?” “ㅇㅇ.” 부담이 늘어났다. “너무 방치하지 말고 하루에 한 번은 전화해서 물어봐. 두 번 이상하면 싫어행.”
마침내 듣게 된 자두 상태는 그저 안좋았다. 수의사는 어떻게 될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했다.
기억나는 대로 되짚어보자면 일단 췌장염(의심)이 심각했다. 몸무게 8.36kg. 수의사는 췌장염 키트를 해 본 다음 양성이 뜨면 혈장 처치가 들어가는데 몸무게에 비례해 치료비가 만만찮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탈수도 심했다. 혈액 응고계 검사는 비정상.
보통 쥐약이 혈액 응고를 못하게 만들어 동물을 죽인다고 한다. 몇 세대 살서제냐에 따라 작용하는 방식이 달라 ‘무슨’ 약을 먹었는지 아는 게 좋다. 이걸 모르면 무작정 처치를 때려 부어야 하니까. 그러나 어디에서 먹고 온 건지도 모르는데 어떤 쥐약인지 알리 없었다.
도착 당시 체온이 높았다. 간수치가 나쁘고 소화 능력도 떨어져 있었고 어딘가에 물도 차 있었다. 사실상 오늘내일하는 수준.
다음날 결과를 들은 영상 검사에서는 장내 이물이 발견됐다. 소장 궤양에 심해지면 천공 가능성까지 있는 상태였다.
나쁜 검사 수치는 대체로 기준치의 두 배 이상이었다. 한 살도 안 된 강아지한테서 나올 수치는 아니었다. 그만큼 안좋았다.
“자두 한 번 보고 가세요.” 입원실 안의 녀석은 축 처져 있었다. 한쪽 다리엔 링거. 엎드려서도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기 안쓰러웠다.
ICU에 넣으려고 했지만 그러기엔 몸집이 크다고 했다. 크려면 아예 크던가 아님 완전 작든가. 여러모로 손해 보는 크기다.
입원실 안에서 나와 간호사 품에 안기는 자두 코를 두드렸다. “그러게 왜 이상한 걸 먹냐, 이 바보야.”
“자두가 참 착해요. 원래 이렇게 순해요? 무슨 일 있으면 아까 그 번호로 새벽에 전화드릴게요, 전화 없으면 괜찮은 거고요. 검사 결과 나오면 연락드릴게요. 수납은 나가셔서 하면 되고… 원래 30% 할증이 붙는데 그건 안 받았어요.”
자두를 데리고 병원을 급하게 찾았던 이 날 서울 한편에선 롯데월드타워 개장을 앞둔 전야제 행사가 열렸다.
11분간 40억원의 화약이 들어갔던 이 불꽃축제. 1분당 약 4억원의 돈이 하늘에서 터지던 날, 아빠 지갑도 함께 터졌다. 첫날 진료비로 75만 2900원. 우리가 믿음직스러웠는지 선수납 해두라는 말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