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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성킴 Dec 20. 2022

사랑하는 아들에게

너의 네 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정안 오늘은 너의 4번째 생일이야. 진정한 다섯 살이 되는 날이지! 얼마나 생일을 기다렸니? 생일에 눈이 오길 바라던 너의 소원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눈이 오지 않아 실망할까 봐 그게 제일 걱정이야. 대신 며칠 만에 이렇게 해가 나고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다니! 정말 멋지지 않니?

 지난 48개월, 4년을 생각해보면 엄마는 참 어리석은 엄마였던 것 같아. 하지 않아도 될 걱정과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불안이 그 4년의 절반 이상을 다 채운 것 같아서야. 넌 이미 충분히 잘 자라주고 있는데 대체 뭐가 그렇게 걱정이 되었을까? 그렇지만 그게 엄마의 운명인 거 같아. 자식을 걱정하는 마음. 이 마음은 네가 50살이 되어도 계속될 것만 같아.


 사랑하는 정안, 세상을 가장 멋지게 살아가는 방법은 바로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해. 네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모든 것을 사랑하며 살아간다면 엄마는 그 어떤 것도 바랄 것이 없어. 모든 걸 사랑하는 마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어. 네가 살아가는 모든 순간들, 만나는 모든 사람들, 만들거나 그리거나 쓰거나 스스로 혹은 함께 만들어 낸 모든 것들을 사랑하며 아끼며 살아가길 바랄게.


 엄마와 아빠는 항상 네 옆에서 널 응원하고, 사랑하며 있을 테니 마음이 힘들거나 지칠 때 지금처럼 우리를 찾아 주면 돼. 네가 태어난 이후로 너는 엄마 아빠의 모든 것이었고 중심이었어. 물론 너의 세상도 엄마와 아빠로 가득 차 있겠지? 내가 누군가의 세상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 없는데 네가 그런 일이 일어나게 만들었어. 앞으로 그 세상엔 엄마, 아빠 말고 다른 수많은 것들로 채워지며 점점 우리의 자리가 없어지겠지만 네가 만들어 준 엄마, 아빠의 세상은 앞으로도 영원히 너로 가득 차 있을 거야.

 하루하루 자라는 너의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너는 알지 못하겠지? 엄마가 없는 너의 하루가 너의 기분이 매일 궁금한 엄마의 마음을 너는 알 수 없겠지? 하지만 네가 점점 커갈수록 궁금해하지 않을게. 지금은 네가 너무 작고 연약한 꽃 같아서 그래. 스스로 할 줄 아는 게 많아지면 그땐 네가 말해줄 때까지 물어보지 않을게. 그리고 사실 지금도 너는 대답을 잘 안 해주잖아? 그래서 금방 그렇게 될 수 있을 것 같아.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케이크에 초를 불고, 선물을 받고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함께 선물을 뜯어보자. 그리고 아빠가 회사에서 돌아오면 같이 맛있는 밥을 먹고 우리가 준비한 선물을 또 같이 뜯어보자. 얼마나 좋아할지 너무 기대가 돼. 너의 그 행복한 모든 순간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엄마는 너무 행복해.  


 정안이의 네 번째 생일을 축하해!

 엄마는 세상에서 정안이가 제일 좋아! 사랑해.


 (우리가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하는 말이다. "엄마, 정안이는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좋아!" 그러면 나도 "엄마도 세상에서 정안이가 제일 좋아!"라고 대답해준다. 그러면 정안이는 "아빠는?"이라고 한다. 아빠는 두 번째로 좋아해,라고 말해 주면 "나는 세상에서 아빠가 제일 좋아."라고 한다. 그 순간이 너무나 소중하고 행복해서 엄마랑 따로 잘 거야라고 말할 때까지 계속 함께 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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