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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공간 Feb 08. 2023

근교 힐링 스팟, 파주 보광사 계곡

[오늘의 공감공간] : 보광사

주소 :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보광로 474번 길 87


겨울이 되니 그리워지는 여름.

지난 여름에 우연찮게 발견한 좋은 공간을 소개한다.


뙤약볕이 유독 심했던 2022년 여름,

계곡물에 발 한 번은 담가줘야 '아~여름 났구나' 싶으니 남편과 파주 송추 계곡으로 떠났다.

한창 휴가 때인 걸 깜박하고 계곡에 도착하니 초입부터 즐비한 차들로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었다.

출산 전 둘만의 마지막 여름이자, 여름휴가를 제대로 가지 못했던 한 해였기에 즐겁게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을 뒤로한 채 되돌아 나오는 길이 너무도 아쉬웠다.

뾰로통한 내 표정을 보고 남편은 안쓰러웠는지 근처에 열심히 가볼 만한 곳을 검색했다.

그렇게 함께 도착한 곳은 파주 보광사, 절이었다.


아쉬운대로 주차를 하고 내리니 눈앞에 낯선 장면이 펼쳐졌다.

도착한 곳은 분명 절인데 튜브를 낀 채 가는 아이, 래시가드를 입은 부부, 여기저기 물놀이 복장을 한 사람들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혹시나 싶어 사람들을 따라가니 이게 웬 걸!

작지만 알찬 계곡이 우릴 반기고 있었다.

간절히 바란자에게 주는 선물 같은 건가.

물놀이를 하겠다고 챙긴 온갖 준비물을 제대로 쓰고 갈 수 있겠다 싶어 너무 기쁜 마음에 나도 모르게 남편을 와락 안았다.

작지만 알찬 보광사 계곡


보광사 계곡은 깊은 곳이라 해봤자 성인 무릎 정도밖에 오지 않는 얕은 계곡이었다.

제대로 된 물놀이를 하기엔 아쉬운 깊이지만 우리처럼 잠깐의 휴식을 즐기기엔 더할 나위 없었다.

그리고 얕고 폭이 좁은 특징 때문에 안전성이 보장되어서인지 계곡을 즐기는 사람들의 80% 정도는 어린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단위였다.


얕지만 찰나의 휴식을 즐기기에는 안성맞춤인 곳


계곡 상류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물에 발을 담그니 아래로 길게 뻗은 계곡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편안함을 있는 그대로 느껴보았다.


시원하고 깨끗한 보광사 계곡


뒤돌아 보광사 계곡에서 편안함을 느낀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바다나 깊은 물에서는 불가항력의 상황에 대해 경계심이 생기기 마련인데, 보광사 계곡은 얕고 폭이 좁아 스스로 행동 컨트롤 가능하다는 마음에 안심이 된다.

보통 다른 계곡은 산속으로 들어가야 하거나 주차장에서 멀리 가야하는데, 이 곳은 주차장에서 계단만 내려오면 바로 계곡이기 때문에 더 간편한 마음으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보광사 계곡은 평평한 지형이 계단처럼 길게 뻗은 형태로 되어있다. 시야가 시원하게 뚫리는 것도 편안함을 느끼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사람이 적고 가족 단위가 많아 평화로운 모습이다.

무엇보다 현재 내 상황이 가장 큰 이유이다.


10,20대의 나였다면 아마도 보광사 계곡에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물이 허벅지까지 오지도 않는 여기서 무슨 휴가를 즐길 수 있다는 건지, 당황하고 어떻게 즐겨야 할지 몰랐을 것이다.

30대가 된 후부터는 확실히 잔잔한 것이 좋다.

울창한 숲 속에 굵직굵직한 바위 사이로 콸콸 쏟아져 내리는 계곡에서 하는 활동적인 물놀이보단, 의자에 앉아 남편과 도란도란 대화할 수 있는 이 곳이 내겐 더 휴양지 같았다.

그리고 뱃속에 아이까지 있으니 안전함이 느껴지는 이 계곡에 더 큰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공간은 당시 내 상황에 따라 계속 다르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내년 여름, 아이와 함께 이 곳을 다시 와 남편과 둘만이 느꼈던 감정과는 또 다른 감정과 추억을 쌓고 싶다.


p.s - 보광사 절도 정말 아름답다. 계곡에서 실컷 더위를 보내고 절을 구경하며 힐링하면 근교에서도 아주 좋은 휴가 코스를 즐길 수 있다.

아름다운 보광사 절


[오늘의 공간, 한 줄 공감] : 우연찮게 발견한 공간에서 느낀 좋은 감정, 여러분도 한 번쯤은 경험하셨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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