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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공간 Jul 31. 2022

시민을 위한 쉼터, 부천시청

[오늘의 공감공간] : 부천시청

주소 : 경기 부천시 길주로 210 부천시청


부천시로 이사를 오고 난 후 한동안 동네 산책을 다니며 이 도시만의 분위기를 느껴보려 한 적이 있다.

하루는 동쪽, 하루는 서쪽, 남편과 오늘은 어디로 산책을 갈지 고르며 부천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는데

그때 느낀 부천시의 가장 큰 장점은 잘 구축된 문화시설과 공원, 그리고 매년 개최하는 다양한 행사로 시민들이 이 도시를 즐기고 사랑할 요소를 충분히 갖춘 곳이라는 것이다.


오늘의 공감공간도 내가 부천시의 이미지를 위처럼 느끼게 된 것에 영향을 준 곳 중 하나이다.

관공서라 진부한 곳이겠거니 하며 몇 번이고 무심코 지나쳤던 ‘부천시청’이 바로 그곳이다.


처음 부천시청을 보았던 건 맞은편에 있는 부천 중앙공원을 거닐며서이다.

여느 시청과 다름없는 정갈한 형태의 석재 외관이 ‘나 관공서예요’하는 느낌을 물씬 풍겼다.

시청 앞으로 나름 큰 규모의 잔디광장이 있었기에 다른 시청에 비해 녹지공간이 많다는 느낌이 들긴 했으나 선입견에서인지 시청 안까지 둘러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부천시청의 정문, 후문 그리고 잔디광장

그러던 중 7월 초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열렸다.

내가 살고 있는 부천이 영화제의 도시였단 걸 깜박 잊고 있었다.

남편과 부천 시민으로서 어느 정도 축제를 즐겨야 하지 않겠나 싶어 즐길 수 있는 행사를 찾아보았다.

다양한 행사 중 시청 앞 잔디광장에서 저녁에 영화 상영을 해준다는 걸 알게 되어 하루 저녁에 설렁설렁 시청 앞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그때 본 광장은 #여유 #마음의 풍요 #감성의 키워드가 물씬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적당히 부는 바람과 시청 뒤로 보이는 아파트의 불빛, 대형 스크린에서 나오는 독립영화만의 감성적 대사들, 그리고 각양각색 빈백에 누워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까지.

정말 오랜만에 감성적 터치를 일으키는 장면이었다.


부천 판타스틱영화제, 잔디광장

그때 처음으로 부천시청 앞 잔디광장의 순기능과 필요성을 생각하게 되었다.

전까지는 애완동물과 산책하는 사람들 정도만 보였기에 이 넓은 잔디 공간이 시청에 왜 필요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하지만 다양한 축제와 행사가 열리는 도시임을 감안하면 주요 관공서인 시청에 이런 광장이 있는 건 굉장한 이점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내년 개관 예정인 부천아트센터까지 오픈하게 되면 아마도 이 광장은 다양한 공연과 즐길거리로 더 많은 기능을 하게 될 것이다.


영화제 이후로 부천시청에 제대로 방문을 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분명 내부도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 많을 것 같았다.

그래서 여느 날과 다름없는 평일 저녁, 남편과 부천시청으로 밤마실을 갔다.

부천시청 메인 입구로 들어갔을 때의 첫 느낌은 ‘오.. 신박한데?’였다.

1층 로비 공간에 가득 찬 식재가 순간 이곳이 시청이라는 사실을 잊게끔 했다.

가까이 가보니 잔잔히 물도 흐르고 숲길처럼 마련된 공간도 있었다.

그리고 모두 생화라는 것이 나를 조금 더 놀라게 했다.


부천시청 메인로비 ‘산소 정원’

공간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나도 식재를 활용해 디자인하는 경우가 잦은데 생화의 경우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꾸준한 관리가 가능한 공간이 아닌 이상 대부분 조화를 사용한다.

그만큼 생화의 관리가 무척 어렵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나름 큰 로비 공간을 생화로 가득 채웠다는 게 신기하게 다가왔다.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유기적 형태의 화단 사이사이에는 카페처럼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식재 높이가 높아 적당히 시야가 차단되는 공간도 있고, 이름부터 ‘산소 정원’으로 상쾌한 공기가 가득한 느낌이어서 이곳에서 일하는 분들이나 시민 모두 언제든 와서 쉴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는 잘 구성된 공간이란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유모차를 끌고 아기와 함께 온 한 분이 이곳에서 개인 시간도 보내며 아기를 재우고 있었다.)


로비를 탐방하고 난 후 1층에 어떤 공간이 있나 더 둘러보았다.

우선 ‘만화카페’와 ‘부천행정정보도서관 시정담벼락’이라는 공간이 있었다.

남편과 갔던 시간이 18:00 이후여서 관리자분은 없었지만 공간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었다.

도서관부터 ‘ㄷ’ 자 구조로 동선 끝에 만화카페가 나오는 형태였는데, 최근 매거진부터 다양한 도서와 아이들도 즐길 수 있는 만화책까지 마련되어 있었고 책장 사이사이마다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규모는 작지만 무료 도서관으로 이용하기에는 적당하다고 느꼈다.

이 날도 엄마와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보이는 남학생 한 명이 책을 읽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무척 좋아 보였다.

부천시청 정보도서관, 만화카페

도서관을 나와 맞은편으로 쭉 걸어가니 영화제의 도시답게 시청 안에 ‘판타스틱 큐브’라는 극장이 있었다.

시청 안에 극장이라니! 영화관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왜 진작 이 사실을 알지 못했는지, 매우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독립영화관이었는데 일반관람료 7천 원, 부천시민이라면 5천 원에 활용할 수 있다니 앞으로 꼭! 자주 애용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판타스틱큐브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영화 전문 도서관과 카페가 있었는데 관람 대기자나 일반 시민 누구든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영화제 도시로서의 마케팅 공간으로 잘 기획된 곳이란 생각을 했다.


부천시청 독립영화관, 영화전문도서관, 카페

부천시청을 전체적으로 둘러보고 나니 우리 주변의 관공서들이 내가 무관심했던 동안 생각보다 많이 변모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조금 더 시민들에게 친숙한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고민하고 시도하고 있다는 생각에 반가움이 느껴졌다.

특히 부천시는 [산소정원], [부천행정정보도서관], [만화카페], [독립영화관], [영화전문도서관], [카페]까지 총 6개의 공간을 나름의 알찬 구성으로 운영하고 있었고, 부천시민으로서는 뿌듯한 마음도 생겼다.

앞으로는 이러한 공간의 주인으로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며 좀 더 나은 공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마음껏 즐기고, 불편한 부분은 당당하게 건의할 수 있는 책임감을 가져야겠다.


오늘도 남편과 나는 관공서로 밤마실을 간다!


[오늘의 공간, 한 줄 공감] : 내가 사는 도시의 시청을 가보신 적 있나요? 다른 곳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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