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감공간 Jul 24. 2022

추억이 깃든 공간, 부천 고강제일시장

[오늘의 공감공간] : 부천 고강제일시장

주소 : 경기도 부천시 고강로40번길 55~성지로102번길 53


남편과 나는 가끔 가까운 재래시장으로 나들이를 간다.

요즘같이 더운 여름엔 시원하고 깔끔한 백화점이 최고겠지만 시장은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겨움과 묘한 매력이 있어 계속 찾게된다.

시장마다 다른 분위기를 느끼는 것도 즐겁고 무엇보다 시장은 웬만하면 모든 곳이 맛집인게 가장 큰 매력이랄까.!


현재 거주중인 부천시엔 곳곳에 재래시장이 잘 형성되어있다.

지금까지 부천상동시장, 부천자유시장, 원미종합시장, 원미부흥시장, 부천강남시장, 신흥시장, 역곡상상시장을 방문해봤는데 오늘은 또 다른 곳, 부천 시장 중에서도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고강제일시장’을 방문해 보았다.


고강제일시장은 개인적으로 깊은 추억이 깃든 곳이다.

외할머니께서 생전 이 시장에서 냉면장사를 하셨기 때문이다.

간판 하나 없이 지하에 가판대 하나만 두고 작게 하셨기 때문에 일반 손님보다는 점포 사장님들이 많이 찾는 곳이었는데, 그래서인지 시장에서 냉면 할머니 손녀라고 하면 모두가 반갑게 맞아주셨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한동안은 부천과 지역적 연고가 없어 이 곳을 방문할 기회가 없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20년만에  곳을 방문했으니 할머니 가게의 흔적을 찾을  있을거란 기대는 없었다.

(한 편으론 어디 작은 한 구석쯤에선 할머니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를 품었다.)


시장 입구에 들어서니 세월이 세월이니만큼 시장은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통일된 간판과 잘 포장된 도로, 통로 위를 나란히 덮고 있는 어닝이 정비사업을 한 번 마친 듯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이었다.

(찾아보니 2006년 2월 인정 시장으로 승인받아 안내 간판, 상징 문주, 쇼핑 카트 등을 설치하였다고 한다.)

여전히 사람들이 북적북적 다니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긴 시간동안 조금씩 모습을 바꾸면서 이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시장이 대단히 반갑고 대견한 마음이었다.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의 고강제일시장

많이 바뀐 모습에 할머니의 공간을 찾을 수 있을까 더욱 걱정되었지만 재래시장은 보통 세대교체가 되더라도 가게 업종이 변경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할머니 가게 근처에 있던 야채가게, 마트, 치킨집을 기준으로 흔적을 찾아나섰다.

그리고 정말 정확하게 지금까지도 그 자리를 유지해오고 있는 야채가게, 마트, 치킨집 사이에서 할머니의 공간을 찾을 수 있었다.


세월이 무색할만큼 그대로였던 할머니의 공간

낡고 허름한 지하여서인지 누군가 새로이 이 공간을 사용한 흔적도 없었고, 잘 정비된 밖과는 달리 이 공간만큼은 20년의 세월이 멈춘 채 그대로였다.

오랜시간 잊고 지냈던 공간을 한바퀴 둘러보며 어린 시절의 시간, 추억, 냄새를 기억해보았다.


명절이면 친척들과 모여 두런두런 얘기하며 할머니 냉면을 한 그릇씩 먹던 기억.

할머니가 냉면사리 한 봉지와 남은 돈으로 간식 하나 사먹으라고 용돈을 쥐어주시면 부리나케 마트로 뛰어가 아이스크림부터 사들었던 기억.

방학 때 할머니 장사 끝나실 때까지 언니와 냉면그릇에 떡볶이 한사발 크게 받아들고 맛있게 먹었던 기억.

짧은 시간동안 스쳐지나가는 추억을 떠올리자니 마음이 참 뭉클했다.


어릴 적 쉴새없이 뛰어다니던 계단

눈과 사진으로 추억을 담고 계단을 따라 올라와 시장을 바라보니 순간 시장의 모든 게 조금은 다르게 보였다.

지금까지 변함없이 자리를 지켜온 야채가게, 마트, 치킨집뿐만 아니라 이 곳에 있는 점포 하나하나가 모두 누군가에겐 오래도록 간직하고싶은 추억이자 공간임을,

또 그 추억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시장을 만들고 있음을, 수많은 사람의 인생이 이 시장에 담겨있음을,

그 순간을 느끼고 있자니 점포 하나하나와 이 길 위의 모든 공간이 참 소중해 보였다.

부천으로 이사왔을 때 진작 이 곳부터 와볼걸 하는 아쉬움과 함께 앞으로 재래시장을 방문하면 전과는 좀 더 다른 마음으로 시장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가끔 명맥이 끊겨 더이상 유지하기 힘들어 철거되는 시장들의 이야기가 들리곤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곳도 모두 누군가의 추억이었을텐데 더 이상 찾아갈 추억 한 곳이 사라진다는건 조금은 쓸쓸하고 안타까운 이야기다.

크고 편리한 대형마트, 백화점, 복합쇼핑몰도 좋지만 소중한 추억들이 만들어지고 유지될 수 있도록 재래시장을 찾아가는 것도 좋겠단 생각이 든다.

다음은 또 어떤 시장을 가볼지, 설레는 마음과 함께 오늘도 사람을 깊은 추억으로 빠져들게 하는 ‘공간의 힘’을 느낄 수 있었던 좋은 하루였다.


+ 고강제일시장 맛집 추천

시장을 구경하며 만난 고강제일시장 분식집 ‘튀벅’.

안에 좌석은 별도로 없어 서서 음식을 즐겨야 한다.

쉴 새없이 손님들이 포장 주문을 했고, 배달어플도 같이 해서 그런지 정말 바쁜 곳이었다.

떡볶이는 밀떡과 쌀떡 중에 선택할 수 있고, 어묵은 매운맛과 순한맛이 있다.

김밥은 먹어보지 못했는데 ‘오징어꼬마김밥’이 유명한지 단골 손님으로 보이는 분들은 모두 ‘오꼬’를 주문했다. (다음엔 꼭 김밥도 먹어봐야지)

떡볶이는 생각하는 적당히 달고 적당히 매운 딱 시장떡볶이 맛. 튀김은 오징어튀김을 추천한다.

새로 알게 된 맛집에서 남편과의 추억을 하나 더하고 간다.

고강제일시장 맛집 ‘튀벅’


[오늘의 공간, 한 줄 공감] : “ 여러분은 재래시장과 관련된 소중한 추억이 있나요? 함께 공유해주세요 :)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