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거래처에 계약하러 갔는데, 상대방이 GAP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고 한다. 순간 너무나 "그쪽은 갑이고, 저는 을이네요."라고 농담을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고 한다. 진짜 을이기 때문에.
나도 요즘 을의 입장을 실감하고 있다. 친구가 일하는 학교 급식실에 대타 급식알바를 하러 다니는데, 그동안 조금도 힘들지 않던 일이 갑자기 힘들어졌다. 개인사정으로 잠시 쉬다가 다시 나타난 영양사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계속 짜증 나 있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기분이 좋다가 어떤 계기로 점점 기분이 안 좋아질 텐데, 처음 본 순간부터 짜증 나있었고, 그 상태는 그대로 유지되었다. 급식이 끝날 때까지.
내가 소고깃국을 배식하게 됐는데, 소고깃국에 콩나물이 들어있어서 친구가 걱정을 했다. 국에 콩나물이 있으면 배식이 힘들다고 하는 말을 나는 흘려들었다. 1학년 배식이 끝났을 때 국양이 딱 맞아서 괜찮다고 생각했다.(배식 알바의 힘든 점이 음식 양을 맞추는 것인데) 그다음 6학년 배식할 때 영양사한테 계속 잔소리를 들었다. 콩나물을 집게를 사용해서 배식하고 국자로 국을 퍼야 하는데, 그렇게 해본 적이 없어서 내가 건더기를 적게 주고 있는 상황이었다. 참다못한 영양사가 당장 자리를 바꾸라고 해서 다른 사람하고 자리를 바꾸었다.
학교 다니는 사람들한테 맛있는 점심밥을 잘 나눠주고 싶은 좋은 마음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도 앞으로 실수하면서 일을 배워야 하는 입장인데 이렇게 계속 짜증 나있는 사람한테 일을 잘 배울 수 있을까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