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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싹 Jul 13. 2015

아직 그곳에 있었다

같은 과거인데도 무게가 다른 그것

광화문 현판을  ,  생각한다.


'가슴을  찌르는 귀를 어쩜 저리도 잘 찾을까?'

하고 말이다.


지나가다 셔터   누를 정도의 시간 여유가 있다, 

멈춰 서서 폰카메라로   담아낸 뒤 

 안에서 글귀를 되뇌며 가던 길을 마저 갈 때도 많다.


2013 6 중순.

그날도 나는  현판 앞에 묶여있어야 했다.

마음 어딘가를 쿡쿡 쑤시고 슬쩍 지는 것이 아니 

나를 크게 후려치는 귀였다.



나중에 검색으로 

파블로 네루다  일부라는  알게 된 글귀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아직 내 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
직접 찍어서 카스에 올렸던 2013년 6월 22일의 광화문 현판


 유독  문장 나는 정신을 차릴  없었던 . 

버스를 타고 집에 오면서도 계속 각했다.


면서 문득 되짚을 때마다 

 머리를 헤비집어놓던  자아들.


찌질함. 옹졸함. 부단함. 의지박약  

생각하 할수록 반성과 성찰보다는 

  깎아먹기에 그쳤던 나의 후회들.


그때마다 생각했다.

과거는 잊자. 지금을  다져가면 되리라.


분명 그때의 나는 


'나였던  아이가 이젠 어디 숨어있거, 

사라져 버렸기를. 

환생 수준으로 새로워진 내 모습을 

스스로 느끼게 되기를' 


그런 무리한 바람을 가졌다.


하지만 애초 그렇게 쉽게 

'네.하고  들어먹을 자아도 아니었다.



틈나면 멍하니 지금 나의 허물을 생각했다.

그리고 과거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음에 한탄하고, 

예나 지금이나 가시 돋친 채 둥글어지지 못하는 내 모습도 그것대로 안쓰럽고 막막하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기억이 난다.


불과 얼마 전에도 그랬고 말이다.


여러 종류의 강연이, 자기 계발서 등에는 

과거로 눈을 돌리지 않고 자신은 앞만 보고 나아간다는 이야기가 참 많다. 

저마다 스칼렛 오하라  내일의 태양을 기다리기도 . 


그들의 자기애 자신감 뜨악해지는 기분이 싫어서

그런 류의 글이나 영상을  안 보는 편이기도 하다.

힘이 나기보단 내가  초라졌달까.

그러면서도 그들의 쿨한 발언이 부러웠다.

나도 과거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졌을까?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이렇게, 숙제하듯 자꾸만 생각했다.


그런데 어제 저녁 영상 하나를  이상.

쿨하게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나는 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사람이다. 

매우 연연하는 사람이다. 


대상이 '나'라면 더 독하게 연연한다.


그게   깎아먹는 자책이 , 

남을 경계하는 계기가 , 

과거는 나에게 매우 중요하다.

지금을 있게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젯밤엔 아주 따뜻한 과거에 묶여 있었다. 

 여운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오늘 새벽 내내 비도 왔겠다.

감성에 몸을  담근 누리꾼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바삐 댓글을 달고 있었다.

안경  저씨   때문이었다.


다음 TV에서 재미있는  찾던 , 

인터넷 기사 표제에서 예고했던 그분이 보였다.

바로 어젯밤, 색종이 생각만 한다는 뜻의 '뇌색'이라는 실시간 검색어를 낳은 김영만 선생님이셨다.

생방송이라니..!


고민도 않고 그분의 목소리를 오랜만에 들으러 갔다. 

그분은 여전하셨다.

눈가 주름이 자글자글하게 웃어주고 계셨, 

화면 너머에 있을 우리를 "친구이라고 부르셨다.


나이차는 전하지만 우린  때나 지금이나 김영만 선생님께 ''였다.


편집된 영상  사람들 위해 

너무 많은 언급은 하지 않겠지, 

그분은 우리가 어느새 훌쩍 커버렸음을 알아채고 

그것에 대한 격려 또한 잊지 않으셨다.

우리가  징그럽게 커버렸어, 

부모님께는 결국 부지에, 아직도 어리숙한 자녀인 것처럼.


 순간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화면 너머 김영만 선생님께 대답이 들릴 거라 믿으며 '네네네'거리고, '잠깐만요, 너무 빨라요~'라고 말을 걸던 꼬마로 돌아간 것이다.


따뜻한 조언은 멈추지 않았, 

궂고 눈치 없는 드립도 가만-히 보시다가 

우리가 숙연해지도록  마디 해주시기도 했다.


중간중간 던지시는  마디는 

'.. 정말  분은 어린이들이 진심으로 사랑스럽고 걱정스러우신 거야.'를 느끼게 했다.



김영만 쌤이 '마이 리틀 텔레비전' 나오신다? 엄청   같아!! 

그런데  댓글  속도 따라가실  있을까? 

혼자서 댓글 창보며 소통하는 방송 괜찮으실까? 낯설어하시면 어쩌지?



아, 어찌나 쓸데없는 노파심이었는지.


애초부터 카메라와 스텝들을 앞에 두고, 

화면  우리에게 혼자 말을 걸어 주신 분이었, 

비글미 가득한 꼬꼬마들에게 직접 수업도  주신 분이었으니 

 내공은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오히려 이젠 선생님께서 

" 준비됐어요??"라고 하시면 모니터 너머에 거뭇거뭇 수염 난, 

혹은 화장을   나온 가짜 꼬마친구들이 

너나   없이 '네네!!!!!' 하며 채팅창에서 대답하니

 신이 나서 하시더라.


심지어 다 큰 사람들이 채팅창에

"악어 무서워요~", "도깨비 무서워"라니 흐흐.


익명의 해가 넘쳐나는 요즘. 

 많고  , 인터넷, 익명, TV. 

이 세 가지가 만나서 줄 수 있던 드물게 값진 시간여행이 아니었을까.


혹자는 댓글에서 말하더라.


 선생님이 앞으로   정도만  나오고  나오셨으면 좋겠어요. 

별별 놈들이  채팅창에 올 거고, 

나쁜 말이라도 하면  순수한  상처받을  같아요. 

첫사랑 지켜주고 싶은 심정과 비슷해요.


,  말이 맞다.




 편에선 그런 말도 있었다.


그럴수록 우리가 신고 빨리빨리 하고 영만쌤을 지켜드려야죠! 우리가 보호해 드립시다!


,  말도 옳구나 허허.



그리고 매우 눈에 띄는 댓글도 있었다.


"담배 피우러 나갈 타임인데... 죄책감 들어서  피우겠음.. 나쁜  하는 느낌임"


이라고  놓은 것이다.

우스운 상황이면서,  얼마나 깨달음을 주는 상황인가. 




서점에 가면, 이젠 단물 다 빠진 것 같은데도 여전히 나오는 책 종류가 있다.

20대에 해야 하는 100가지
30대에 꼭 해야 할 20가지
죽기 전에 가봐야 할 50곳
30대여, 스펙이 곧 살 길이다.
다른 사람을 밟고 올라서는 건 나쁜 것이 아니라 경쟁사회에선 당연한 것이다.
갈등을 극복하는 법
면접용 스피치
면접용 꿀팁
성공한 사람들의 10 계명

 '  되라고' 나오는 모든 상술들과  있는 조언들.

이런 것을 귀가 절여지도록 들으면서도 


우리는  내면 채우고 성장하기보다는, 

도리어 위축되고 열등감 느끼고, 

그 시기에 해야 할 것을 다 못 끝낸 것 같아 초조해하고,

 감정을 다른 이에게 풀고 

자책하거나 바삐 합리화하며 평화를 , 

로 분열되고 있었다.


10대 때도 서툴게 겪었을 그 감정을

20대가 되어서도 30대에 접어들어서도

똑같이 겪고 있는 것이다.


그걸 푸는 방법이 술인 사람은 , 

담배인 사람은 담배로, 

고독인 사람은 고독에 몸을 담그 

건강치   방법으 풀었다.


아니, 어쩌면 풀리지 않았을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를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어른  분이 

 우리를 화면  편에서 응시하며 

유년기의  대하듯 편견 없이 대해주, 품어주니 

자신이 번 으로  담배가 죄스럽다는  아닌가.


우리가 성장하며 확실히 배운 것이 하나 있는  같았다.


으로 가장한 오지랖이, 

사랑해서 한다는 체벌이, 

 되라고  주는 거라 아픈 말들.

-

다 생각해서 해주는 거라며, 

내 판단을 가볍게 무시하고 내 미래에 대해 던지는 조언.

하지만 그 조언에서 벗어나면 가차 없이 날아오는 비수.

(사실 비수를 꽂는 순간 '조언'이 아니라 '조종'아닐까)

 -

 잘할  있는데 속상하니까 한다는 비교들.

좋은 기회라 소개하는 거라며 내미는 거짓된 욕망들.



그리고 


진정으로 우리를 소중히 대해주려는 마음.


이걸 이제는 명확히 구분할  있었던 것이다.

그 덕에 오늘 새벽 빗소리를 들으며 

많은 2~30대가 눈가 콧가를 쓱쓱 닦아낸 것이 아닐까?



이제 어른이 됐으니까
잘 따라 할 수 있을 거예요



종이접기를  따라 하기만 해도 칭찬해 주시고, 

 것도 아닌 걸로 자진해서 

"미안해요-", "에고, 죄송합니다-"를 연발하시는 선생님 모습에 

 시절 꼬꼬마들이 위로받은 밤은 아니었을까.


우리는 어른이 되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도 칭찬받기 어려운 곳에서 살고 있다. 

'' 대해 너무도 민감해서 나를 감추고, 

다른 이와 비슷하게 둥글둥글 깎아가며 살고 있었다. 


그리고 사과하지 않는 연장자, 기득권 보며 

 모습에 질색하다가도  또한 가끔은 그런 모습을 닮아가고 .


게다, 리 스스로조차도 

어른이 된 '나'를 칭찬해 주지 않았으니.



빙빙 돌리지 않고, 

자신이 잘하는 , 자신이 좋아하는 . 

그리고 '어린이 친구들'에게 도움이 될 것을

성심성의껏 가르쳐주는 분.


훈계를 하지 않아도 

듣는 이가 숙연해지도록, 정화되도록 이끌어 .

이런 분을 보고 콧날이 시큰하지 않은 것도 이상하지.


'마이 리틀 텔레비전' 등장인물들이 싫은 게 아니어, 

굳이 본방을 봐야겠다는 생각까지는 없었는. 


어제 채팅 커뮤니티를 보며 

조금  칭찬받고 조금  무언가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이 제법 많다는 걸 알게 됐다.

나도 왠지 챙겨볼  같은 느낌적인 느낌.


채팅 버릇  좋은 사람들만 그저 바로 걸러지기.




나는 과거를 자주 뒤돌본다.


, 나에게 충실하게 쓰지 않고 허비한 시간.

내가  성숙할  부린 이기심. 남에게  상처.

 선택들.

이런 것들을 뒤돌아본다.

분명  때문에  슬퍼지고 힘이 빠질 때도 많다. 


같은 과거인데도

나의 과오를 돌아볼 , 

추억을 돌아볼    차이가 있다.


추억 또한 지나간 시간일 뿐인, 

그때의 , , , ,  좇으려고 뇌가 팽팽 돌아가기도 한다.

그리고  라도 찾아냈을 때,

오롯이  시간으로 떠나게 되는 것이다.


 추억을 과하지 않게 건드린다

마리, 시들어가는 MBC를 먹여 살릴  하나의 값진 콘텐츠가  수 있지 않을까.


그림교실 시리즈의 김충 선생, 

수많은 성우 더빙( 아이디어가 아니라 커뮤니티 댓글 보고 공감한 )  다양하니까.


그만큼 90년대의 문화콘텐츠는 

금은, 온기도 , 많이 풍성했으니까.


슬프게만 보였던 파블로 네루다의 귀에

한결 밝게 답을 찾을  있을  같다.


그때 , 

마냥 , 

  순간들을 많이 그리워하게   모르고 

그저 철없이 , 

적어, 김영만 선생님의 책을 달라고  

야무지지 못한 손으로 이것저것 접었던  아이.



나였던 그 아이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아직도. 그곳에 있었다.



오늘은 다음  방송을 대비해서 색종이를  사둬야 할까 보다.



) 어린이들이 스마트폰의 감촉이나 키보드 감촉 외에, 

색종이, 가위,  느낌을  많이 느끼면 좋을 텐데. 

마리 김영만 선생님 무편집본

부모와 아이와 같이 보면 '더' 좋을  안 되는 TV 방송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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