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진주(제주맥주 CMO)님의헤이조이스강연을 정리한 글입니다
작년부터 회사에서 다양한 브랜딩 캠페인을 주도적으로 맡을 기회가 생겼다. '브랜딩'. 내 일이 아닐 땐 그렇게 탐나고 멋져 보이던 단어였는데... 막상 실무진이 되어 첫 단계부터 시작하려 보니 1도 모르겠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역시 해보기 전까진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무도 모른다. 앞으로 정치인들 욕하지 말아야지. 그들도 나름의 사정이 있을 것이야.
브랜딩을 하며 가장 고민이 되었던 문제들은 다음과 같다.
1)브랜딩의 효과 측정
소비자의 입장에서 브랜드 마케팅만큼 효과적인 홍보 수단은 없지만, 결정권자의 입장은 또 다르다.
(퍼포먼스 광고와 비교했을 때) 브랜딩 캠페인은 즉각적인 매출을 가져오지 않는다. 단 한 번에 브랜드 인지도를 강하게 끌어올리기도 힘들다. 단기간에 효과를 보지도 못하는 것을 대체 왜 해야 하는가?
→ 나의 고민 ㅣ 실무진을 설득시키기 위해선 브랜딩의 결과를 수치로 보여야 한다. 브랜딩의 효과를 보여줄 지표는 무엇일까?
2)저예산 마케팅 방안
브랜딩 책을 보면 마치 브랜딩이 마법의 가루처럼 느껴진다. 브랜딩만 하면 다 된다고 한다. 그래서 막상 자세히 읽어보면 스타트업에서 따라 하기 힘든 초고렴이 캠페인으로 가득하다. 우리 회사는 캠페인, 마케팅 활동을 아래서부터 역으로 제시하는 구조기 때문에 엄청난 효과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고서야 큰 예산을 가져오는 일이 쉽지 않다.
→ 나의 고민 ㅣ 적은 돈으로 가장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캠페인은 무엇일까? 적은 돈으로 할 수 있는 브랜딩 캠페인이 있긴 할까...?
이런 고민을 하며 인터넷 세상을 떠돌다 헤이조이스(https://heyjoyce.com/)에서 뜻하지 않게 길거리 헌팅을 당하게 된다.
헐 맞아요!!! 모든 물음표마다 고개를 끄덕여버리게 만드는 문장들. 상품 페이지와 대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날 처음 알았다.
뭐야 뭐야... 내 일기장이라도 훔쳐본 거야 뭐야... 1부터 3까지 모두 내 얘기였다. 하지만 나는 쉽사리 강연을 신청할 수 없었다. 여기엔 아주 사소한 에피소드가 있는데... 실은 작년에 우리 회사, 제주맥주, 또 다른 회사 이렇게 3개의 회사에서 작은 콜라보레이션을 하기로 했었더랬다. 하지만 중간에 제주맥주 측에서 더 이상 진행을 할 수 없음을 밝혔고, 그렇게 우리의 콜라보레이션은 성사되지 못했다. 제주맥주 쪽에서는 기억도 못 할만한 일이지만, 왠지 회사와의 의리를 저버리는 것 같아 쉽사리 신청할 수가 없었다.
그런 나를 설득시켜버린 헤이조이스... 카피라이터(혹은 콘텐츠마케터일) 당신은 대체... 다음엔 꼭 그분도 강연시켜주세요.
이러쿵저러쿵해서 듣게 된 '스타트업 브랜딩, 작게 투자하고 크게 써먹기!' 강연은 아마도 포브스 선정 '윤진이가 2021년 1분기에 한 것 중 가장 잘한 일'일 것이다. 박수가 절로 나올 정도로 권진주 마케터님의 영민한 인사이트가 빛난 강의였다. 강의 초반, 실시간 채팅방에 한 편의 무협지를 보는 것 같다는 말들이 올라왔는데 정말 그랬다. 강의 자료의 질이나, 진행 흐름 등이 완벽했지만 이를 온전히 공유하는 것은 헤이조이스 및 강의자분께 실례가 될 수 있으므로 인상 깊었던 부분들 위주로 정리해보려 한다.
(개인적인 생각은 회색으로, 권진주 마케터님의 강연 내용은 검은색으로 표기했습니다)
먼저 작은 규모의 캠페인으로 브랜드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전달해야 한다. 적은 예산의 캠페인을 두 차례 정도 하며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큰 캠페인으로 모아놓았던 관심을 빵-하고 터트린다. '관심 누적'->'폭발'의 구조로 꾸준히 진행한다.
브랜딩 캠페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추가적인 요소는, 미래에도 함께 할 수 있는 기초 자원을 만드는 것이다. 만일, '오늘의 집'이라는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하고 싶다면, 과연 그 채널이 이번 캠페인뿐 아니라 앞으로도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채널인지를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즉, '장기적으로 네트워크 효과를 얼마나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인가'도 고려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는 상품개발팀과 일하면서도 배우게 된 것 중 하나이다. 우리와 뭔가를 함께 할 수 있는 기업인 것 같으면 미래를 대비해 작은 일부터 함께 시도해봤다. 그렇게 작게 진행한 일이 점점 커지는 것을 두 눈으로 보았기 때문에 마케터에게도 이런 장기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
또 하나의 고려 요소는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브랜드 스토리'를 강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권진주 마케터님이 예시를 든 것은 브루클린 맥주 홍보를 위해 에어비앤비와 함께 했던 캠페인이다. 이때는 해외 기업인 위워크와 무언가를 진행하고 싶은 상태였는데, 국내 브랜드인 탓에 강하게 어필할만한 요소가 부족했다고 한다. 이때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에어비앤비와 업무를 진행함으로써 '우리는 에어비앤비와 ~~한 걸 진행한 회사야'하는 브랜드 스토리를 덧붙일 수 있었다고 한다.
경험 마케팅은 오로지 그 캠페인을 가까이에서 직접적으로 접한 소수만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비용 대비 효과가 크지 않다고 생각했다. 가끔 회사에서 큰 행사를 진행하고자 할 때마다 사뭇 부정적인 의견이었던 것도 그래서였다. 이는 마케터님의 생각을 듣고 싹 바뀌게 되었다.
경험 마케팅을 해야 하는 이유는, 이것이 선순환 구조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경험 요소를 덧붙인 캠페인으로 여러 플랫폼에서 화제가 되고 유명해진다 → 인플루언서, 다른 기업 등에서 먼저 협업 요청이 온다 → 그 이후부터는 큰 수고를 벌이지 않고도 브랜딩 캠페인이 진행될 수 있다.
'제주시 연남동' 프로젝트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연남동의 제주 맥주 텐트로 한때 SNS가 난리가 났던 적이 있다. 여러 미디어 플랫폼에 콘텐츠로 회자되자, 영업 거래처 및 호텔 등에서 해당 캠페인 때 쓰인 피크닉 물품을 구매해갔다. 그 이후부터는 제주 맥주는 가만히 있어도 소비자에게 제주 에일 브랜드를 각인시킬 수 있게 된다. 소비자에게 설레는 경험을 주는 브랜딩 캠페인을 기획하면 이런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마케터들이 대행사나 인맥 없이 쉽게 도전하기 힘든 분야 중 하나가 PR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권진주 마케터님은 아무런 연줄 없이 콜드콜로 진행했고 큰 효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그 비법은 PR 기자들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 당시 PR 기자들은 '1) 시의성 있는 소재'를 좋아하는 것은 당연하고 '2) 해외 연사와의 인터뷰'에 목말라있었다고 한다(그것이 그들의 KPI 중 하나기 때문).
소재야 뭐 만들면 된다고 쳐도, 문제는 장소였다. 기자 간담회는 보통 큰 호텔에서 진행되는데 그 금액이 몇천 단위라고 한다. 방법을 찾다가, '바토스'라는 멕시칸 식당이 시세 확장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가게로 달려가 상의를 나눈 끝에, 충분히 흥미를 끌 수 있는 힙한 공간과 맛있는 멕시칸 음식을 무료로 협찬받았다고 한다. 해외 CEO + 화제성 있는 공간 + 업계 전망(수제 맥주 관련 이야기)으로 기자간담회를 꾸며 큰 성공을 거두고 브루클린 맥주를 알리게 된다.
강의를 들며 든 감정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감정은 놀라움. 권진주 마케터님의 넓은 혜안과 인사이트에 계속해서 입이 쩍 벌어졌다. 나는 저 정도 연차가 되었을 때 저런 지혜를 가질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 여러 마케터들을 직, 간접적으로 만나며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그들의 0.1%씩을 흡수하다 보면, 언젠간 스스로가 자랑스러운 마케터가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두 번째로 든 감정은 반성이었다. 스타트업 마케터로 일하다 보면 돈 앞에서 고개를 숙이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마다 방법을 찾기보단 절망하는 쪽을 택했던 것 같다. 때로는 내가 너무 포기하는 것에 익숙해진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런 나에게 권진주 마케터님의 행보는 큰 충격이었다. 나였다면 기자 간담회의 천문학적인 예산을 받고 '역시 그렇지'하고 말았을 텐데, 권진주 마케터님은 스스로 돌파구를 찾아 새로운 접근방식으로 성과를 만들어냈다. 어찌 고개 숙이지 않을 수 있을까.
헤이조이스의 강의를 통해 권진주 마케터님의 영민한 지혜와 강인한 의지를 배울 수 있음에 감사하며. 나 역시 눈 앞에 놓인 과제들을 단계들을 천천히 밟아가야지! 나도 멋-찐- 마케터가 될 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