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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두아 Nov 14. 2024

목표vs과정. 가치관이 다른 부부에게 벌어지는 일

30대 부부 동반 퇴사 후 세계여행 EP 3.

세계여행을 승낙한 그날부터 남편은 신이 나서 나를 볼 때마다 세계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워낙 여행을 좋아하는 나니까, ‘오오 재밌겠네~’라는 반응을 하면서도, 이내 부정적인 의견이나 심드렁한 태도로 남편을 힘 빠지게 했다. 그가 여행지를 제안할 때마다 위생, 도시 분위기, 그 나라는 배울 게 없을 것 같다는 등 갖가지 이유로 부정적인 피드백을 해대었다.


여행 과정부터 여행 이후까지의 삶의 불확실성에서 비롯된 마음의 찝찝함이 여전히 남아있던 나. 남편과 이 여행을 대하는 마음의 크기나 자세가 달랐기 때문에 함께 잘해보려는 마음 대신 안 좋은 점만 보였던 것이다.


또 다른 한 켠에서는,

남편에 대해 네가 원하는 일을 같이 '해주겠다고' (이런 태도가 인간관계에서 얼마나 해가 되는지 알지만 그 순간의 나의 모습을 솔직하게 표현해 본다.) 결정했으니 이 정도 요구는 이해해 줄 수 있지?라는 이기적인 마음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100% 원하던 여행이 아니었으니, 앞으로 여행 준비와 여행 과정에서는 나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달라는 무언의 압박 뭐 그런 부류의 것이었던 같기도.



당시 내가 마음을 잡지 못하는 데에는 '사업'에 대한 미련이 컸다. 


드디어 뭔가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었는데 - 시작하기도 전에 일단 접어둬야 하는 상황에 - 마치 무언가를 할 생각도 없었는데 엄마가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어린아이 같은 마음이 강해졌다. 





남편이 당장 눈에 닥친 여행 이야기를 할 때
나는 여행을 다녀온 다음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말만 늘어놓았다.




나의 이런 모습에 남편은 ‘함께 오래 상의해서 어렵게 결정한 만큼 집중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너는 마음이 다른 곳에 있는 것 같다’며 못내 아쉬움을 표해왔다.

마음을 다잡고 같이 여행 계획을 세워보기로 했다.


하.. 두 번째 위기다

여행을 통해 배우고 싶은 것에 기반하여 여행국가, 도시, 기간을 정하자는 나와 세계여행을 떠난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 어디든 관계없으니 내가 가고 싶은 곳을 이야기해 달라는 남편.



... 이 사람 뭐가 다 괜찮다는 건지 도통 이해가 안 간다.



우리가 그냥 평생 쉬면서 맘먹으면 여행 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퇴사까지 하고 어렵게 시간 내어 가는 건데 어떻게 어디든 관계없을 수가 있지? 그럼 대체 여행을 왜 가고 싶은 거지? 이 여행을 통해서 느끼고 싶은 게 있기는 한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MBTI의 공신력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이 많지만, 우리 부부의 성격 차이로 보면 사이언스로 느껴진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MBTI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가 없는데...!


남편의 MBTI는 ESFP고 나는 ENFP다. 

이렇게 보면 2가지 성향이나 동일하기 때문에 비슷해서 부딪힐 일이 없을 것 같지만, 이 네이버에서 빌려온 MBTI별 궁합표에 따르면


그렇다.. 궁합이 최악이다.


연애할 때부터 결혼생활하는 동안까지도 좀처럼 싸우지 않고, 각자 자존심이 센 편이지만 또 서로에게는 잘 굽히는 편이라 맨날 '우리는 진짜 잘 맞아~!'라는 말을 달고 살았는데 , 그냥 일상에서 웃고 떠들 때의 일이었나 보다.


미래에 관해 진지한 이야기를 할 때에는 정말 우리 이렇게 다른 사람이었나 싶은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나 (ENFP)는 

갖가지 주제에 대한 목적 없는 고찰과 이야기를 즐기며, 항상 미래, 성장, 이런 이상향에 대해 사유하는 편이다.


한편 남편(ESFP)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 당장의 행복, 주변인들의 마음과 상황 등을 중시하는 편이다. 



실제로 전문가가 분석해 놓은 ENFP와 ESFP 주/부기능 분석을 보면

ENFP는 나와 주변인들의 성장에 직간접적으로 영향 미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ESFP는 실제 상황에서 여러 경험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의 요구를 맞추어 원활하고 즐겁게 교류하는 것을 가장 중시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어렵게 시간과 돈을 들여 떠나는 만큼, 이 여행의 끝에 나와 남편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오든 아니면 뭘 하고 싶은지 깨닫고 오든 무언가를 무조건 얻어와야 해. 여행 전의 나와 후의 나는 무조건 성장해서 달라진 부분이 있어야 해'라고 생각했고,


남편은 '무엇을 경험하게 될지 모르고 실제로 경험하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으니 계획을 오픈해 두고 가고 싶다. 그리고 어떤 경험이든 배울 점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이 보다 명확한 너의 계획을 따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었다.


좀처럼 싸우지 않던 우리가 여행을 결정하고 계획하면서 안 맞는 점들만 보이고, 그 생각이 내 기준에선 다름이 아닌 '틀림'으로 느껴져서 서로 싫은 소리도 하고 언성도 높였는데, 서로의 성향을 다시 한번 깊게 이해하고 나니 단지 생각이 달랐을 뿐임을 깊이 깨달았다.



사실 이 친구를 만나 함께하는 동안
너무나도 다른 삶의 태도와 사고방식에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가령 그는 내가 끝도 답도 없는 생각과 고민들로 심해를 헤맬 때 그런 생각으로부터 꺼내주기도 하고

결정을 어려워하고 미룰 때엔 가장 단순하되 가장 현명한 답을 주기도 했다.


또, 사실 세계여행은 나의 오랜 꿈이었다.

그런데 이 제안이 내 입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에서 나오니까 뭔가 당황스럽고 이 주제에 대한 주도권 (내가 생각한 시점, 방식 등)을 놓친 것 같아서 거절했던 것이다.


그는 내가 그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하고
고마워했던 모습 그대로 있었을 뿐인데, 

단순히 나의 생각은 아직 그곳까지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로
비판하고 이해하지 못해서 벌어진 일들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그래서 다시금 한마음이 되어! 여행 준비를 시작했고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MBTI관련 이미지 출처 : 네이버 블로그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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