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 유럽자동차여행] Day 3

우리가 사랑한 르누아르, 그의 집에 가다

2019년 4월 19일.


학창시절 독서평설에 실린 "이 달의 그림" 코너를 좋아했다. 그림을 몰라도 이름은 들어봤을 아주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을 한 달에 하나씩 소개해주는 코너였다. 나는 그 중에서도 르누아르(Renoir)가 특히 좋았다. 파블로 피카소의 차갑고 어두운 색감의 그림이나, 살바도르 달리의 일그러진 시계같은 초현실적인 그림보다 르누아르가 표현한 따뜻하고 온화한 색채의 그림이 좋았다. 아내의 최애작가 역시 르누아르라고 했다.


정들었던 트와(Troyes)를 떠나 오늘의 숙소가 위치한 후안(Roanne)에 가는 길에 르누아르가 살았던 생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엘케아주머니와 진한 작별인사를 한 후, 우리가 사랑한 화가 르누아르가 살았던 마을 에수와(Essoyes)로 향했다.


에수와(Essoyes)는 르누아르의, 르누아르에 의한, 르누아르를 위한 마을이었다. 작은 마을이었지만 곳곳에 그의 그림이 벽화로 남아있었고, 르누아르 투어 푯말이 이동하는 경로마다 붙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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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수아 마을 거리.jpg 르누아르의, 르누아르에 의한, 르누아르를 위한 마을 에수와(Essoyes)


르누아르 생가와 정원, 그리고 그의 작업실을 관광하는 입장료는 12유로였다. 입장료가 생각보다 비싸다고 생각했던 건 그의 작업실에 들어서자마자 머리 속에서 사라졌다. 작업실에는 그가 살아있을 때 작업하던 그대로 보전되어 있었는데, 마치 당장이라도 그가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


정원을 지나 그가 살았던 집에 들어서자 마자 '르누아르는 참 행복한 화가였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실과 침실, 아내방과 아이방까지 곳곳이 따스한 색감으로 가득했다. 안내 직원에게 물어보니 르누아르는 살아 생전에 유명세를 본 몇 안되는 화가였다고 한다. 그의 어린시절은 부유하지 않았지만 화가로서 일찍 성공을 거둔 르누아르는 노년기까지 유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day 3_부엌.jpg 르누아르가 생가, 부엌에서도 그의 따뜻한 감성이 그대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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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 구석 르누아르의 따뜻한 색감을 느낄 수 있었던 르누아르 생가와 작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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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생가 구경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들린 곳은 그와 그의 가족들의 무덤이 있는 마을의 공동묘지였다. 마을을 대표하는 인물인 만큼 가장 크고 화려하게 묘석이 되어있을 거란 예상과 다르게 르누아르의 묘지는 생각보다 단촐했다. 단지 묘석 위에 르누아르의 동상만이 그 묘지가 르누아르의 것임을 알리고 있었다.


르누아르 묘지.jpg 다른 묘지에 비해 오히려 단촐했던 르누아르의 묘지.


색채를 사랑하고 여인의 육체를 아름답게 표현했던 르누아르. 그가 살던 집과 작업실에서 그의 발자취를 조금 느끼고 나니 앞으로 미술관에 가면 더욱 그의 그림만 찾아 헤맬 것 같다.



자동차 여행 루트 3일차.jpg <90일, 유럽자동차여행> 세 번째 도시. 프랑스 에수아(Esso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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