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채석장
2019년 7월 5일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친구들을 통해 알게된 여행지에 방문하는 것이다. 아비뇽에 머물며 방문한 빛의 채석장도 그런 곳이었다.
아시아여행을 마치고 잠시 한국에 들어갔을 때 우리는 세계여행을 떠나기 전 만났던 세계여행 선배부부를 다시 만났다. 그것도 무려 집으로 초대 받아서. 공통의 관심사가 뚜렷했던 터라 우리의 이야기는 지칠 줄 모르고 계속되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우리의 다음 여행지인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여행으로 흘렀고, 선배부부님은 남프랑스에 가게 되거든 '빛의 채석장'을 꼭 가보라고 추천해주셨다. 어떤 곳인지 그때는 잘 알지도 못한 채 우선 구글지도에 '가고 싶은 장소'로 저장을 해두었었다.
베흐동 협곡에서 우리의 마지막 캠핑을 마친 우리는 아비뇽으로 향했다.
아비뇽에선 매년 7월 한달간 큰 연극축제가 벌어진다. 도시는 늘 연극 포스터와 연기자들 그리고 마케팅부스로 축제분위기로 가득찬다. 아비뇽 도심에 들러 7대의 교황들이 로마 바티칸에서 이곳으로 피신한 후 지냈던 교황청 건물을 여행했지만 이미 바티칸에서 압도적인 교황청을 본 뒤라 큰 감흥은 없었다. 사실 그럴 줄 알고 우리는 입장료는 내야하는 내부는 들어가지도 않았다. 프랑스어를 할 줄 알았다면 연극을 한 편 봤을수도 있겠지만 까막눈인 우리에게 연극 역시 매력적인 옵션이 아니었다.
아비뇽 근처에는 아를과 님, 엑상프로방스 등 남프랑스의 아름다운 마을들이 많았다. 어디를 여행하면 좋을까 구글 지도를 보던 차에 근처에 '가고 싶은 장소'로 저장되어 있는 곳이 눈에 띄었다. '빛의 채석장'이었다. 아내는 유럽여행을 떠나기 전 선배부부에게 이곳을 추천받은 후 이곳에 와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빛의 채석장'으로 향했다.
'빛의 채석장'은 바위산을 깊게 파서 만든 동굴 벽면에 수십대의 빔프로젝트로 영상을 쏘아 예술작품을 상영하는 한국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로운 형태의 예술관이었다. 우리가 방문한 기간에는 '반 고흐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반 고흐'의 그림을 현대기술을 이용하여 시각적 효과를 가미하고 거기에 그림에 어울리는 음악을 얹어 동굴의 벽면에 무한하게 표현되는 영상은 감동 그 자체였다. 암흑같은 동굴 내부를 가득 메우던 멋진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반고흐의 해바라기 그림이 동굴 벽면을 타고 넘실대는 장면은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책과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이렇게 친구들을 통해 소개받는 여행지는 좀 더 특별하게 기억된다. 시간이 지나 추천해 준 여행지를 방문했을 때 이곳을 추천해준 친구의 마음과 친구가 받았을 감동을 우리가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