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90일, 유럽자동차여행] Day 80

빛의 채석장

2019년 7월 5일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친구들을 통해 알게된 여행지에 방문하는 것이다. 아비뇽에 머물며 방문한 빛의 채석장도 그런 곳이었다. 

    

아시아여행을 마치고 잠시 한국에 들어갔을 때 우리는 세계여행을 떠나기 전 만났던 세계여행 선배부부를 다시 만났다. 그것도 무려 집으로 초대 받아서. 공통의 관심사가 뚜렷했던 터라 우리의 이야기는 지칠 줄 모르고 계속되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우리의 다음 여행지인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여행으로 흘렀고, 선배부부님은 남프랑스에 가게 되거든 '빛의 채석장'을 꼭 가보라고 추천해주셨다. 어떤 곳인지 그때는 잘 알지도 못한 채 우선 구글지도에 '가고 싶은 장소'로 저장을 해두었었다.     


베흐동 협곡에서 우리의 마지막 캠핑을 마친 우리는 아비뇽으로 향했다.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베흐동협곡


아비뇽에선 매년 7월 한달간 큰 연극축제가 벌어진다. 도시는 늘 연극 포스터와 연기자들 그리고 마케팅부스로 축제분위기로 가득찬다. 아비뇽 도심에 들러 7대의 교황들이 로마 바티칸에서 이곳으로 피신한 후 지냈던 교황청 건물을 여행했지만 이미 바티칸에서 압도적인 교황청을 본 뒤라 큰 감흥은 없었다. 사실 그럴 줄 알고 우리는 입장료는 내야하는 내부는 들어가지도 않았다. 프랑스어를 할 줄 알았다면 연극을 한 편 봤을수도 있겠지만 까막눈인 우리에게 연극 역시 매력적인 옵션이 아니었다.  


아비뇽 거리를 걷다보면 연극 홍보 전단지를 하나씩 받아 볼 수 있다. 그나마 프랑스어를 못하게 생긴 우리에겐 많이 주지 않더라.
바티칸에서 이곳 아비뇽으로 임시 거처를 옮긴 교황. 이곳에서 무려 7명의 교황이 지냈었다고.
7월의 남프랑스는 어딜 가더라도 꽃이 만개해있어 아내의 발걸음을 자주 멈추게 한다.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알려준 시내 밖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아비뇽 시내로 들어섰다.

   

아비뇽 근처에는 아를과 님, 엑상프로방스 등 남프랑스의 아름다운 마을들이 많았다. 어디를 여행하면 좋을까 구글 지도를 보던 차에 근처에 '가고 싶은 장소'로 저장되어 있는 곳이 눈에 띄었다. '빛의 채석장'이었다. 아내는 유럽여행을 떠나기 전 선배부부에게 이곳을 추천받은 후 이곳에 와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빛의 채석장'으로 향했다.     


'빛의 채석장'은 바위산을 깊게 파서 만든 동굴 벽면에 수십대의 빔프로젝트로 영상을 쏘아 예술작품을 상영하는 한국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로운 형태의 예술관이었다. 우리가 방문한 기간에는 '반 고흐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반 고흐'의 그림을 현대기술을 이용하여 시각적 효과를 가미하고 거기에 그림에 어울리는 음악을 얹어 동굴의 벽면에 무한하게 표현되는 영상은 감동 그 자체였다. 암흑같은 동굴 내부를 가득 메우던 멋진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반고흐의 해바라기 그림이 동굴 벽면을 타고 넘실대는 장면은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동굴 속에서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를 만나다. 프랑스 <빛의 채석장> 반 고흐 전
동굴을 깎은 것도 신기하지만, 더 신기한 건 그림 속 소재들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인다는 거다.
아비뇽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아를에 가면 반 고흐의 '밤의 테라스'를 실제로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동굴 속 냉기를 잠시 피하고 허기를 채울겸 내부의 카페로 이동해서 점심식사를 했다.
해바라기 그림, 밤의 테라스 모두 멋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이 그림과 호롱불이 움직이며 집안 안의 사람들을 비추는 장면이 가장 좋았다.
빛의 채석장은 '레보드프로방스' 마을 옆에 있다. 여행 팁은 마을의 주차장은 한 시간에 5유로인데 빛의채석장은 공짜라, 이곳에 주차하면 된다.

    

책과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이렇게 친구들을 통해 소개받는 여행지는 좀 더 특별하게 기억된다. 시간이 지나 추천해 준 여행지를 방문했을 때 이곳을 추천해준 친구의 마음과 친구가 받았을 감동을 우리가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레보드프로방스를 걸으며 이곳이 이탈리아의 마테라(Matera)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90일 유럽자동차여행> 마흔네번째 도시. 프랑스 아비뇽(Avignon)


매거진의 이전글 [90일, 유럽자동차여행] Day 7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