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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아프리카 트럭킹 여행 시작날

Ep5. 전 세계 9개국에서 온 23명과 떠나는 아프리카 여행 

제5화. 20일 트럭킹, 여정의 시작


아침 여섯 시 밤새 내린 비로 차가워진 공기를 마시며 가방을 메고 숙소를 나왔다. 어제 한인마트에 들러 먹거리를 잔뜩 산 탓인지 우리는 앞뒤로 가방을 메고도, 다시 양손에 먹거리를 들 만큼 짐이 많았다. 어둑어둑한 새벽이었지만 여행사 사장님 내외가 숙소 앞으로 데리러 와주신 덕분에 우리는 집합장소까지 편하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아침 6시, 아직 해가 뜨기 전 어둑어둑한 새벽녘에 우리는 집결지로 향했다.


집결지에는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이 저마다의 그룹을 지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다들 트럭킹을 시작한다는 사실에 조금 상기된 표정이었다. 대부분은 서양인이었는데 반갑게도 한국인 남자 두 명도 있었다. 집결지 앞에는 캠핑트럭 한 대와 조금은 더 고급스러워 보이는 버스 한 대가 서 있었다. 캠핑투어를 선택한 우리는 당연히 앞쪽에 있는 캠핑트럭에 탑승하려 하자, 직원이 우리는 뒤에 럭셔리해 보이는 버스를 타라고 알려 준다.


이게 맞는 버스인가 반신반의하고 있을 때쯤, 가이드인 맨슬리가 올라와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지금이 아프리카여행 극성수기라(7~8월) 총 48대의 노매드 차량 전부가 운행 중이라고 했다. 버스가 부족했던지 그들은 우리가 원래 타기로 한 트럭이 아닌 더 크고 편한 차량을 배정했다고. 트럭킹 차량의 좌석이 딱딱하고 불편해 노면 상태가 좋지 않은 나미비아 여행 때 힘들었다는 후기를 읽은 터라 우리는 이게 웬 횡재냐며 좋아했다. 하지만 어디에서나 불만은 있는 법. 앞에 앉은 서양 친구들 중심으로 이 버스가 트럭킹 버스 대비 높이가 낮고, 창문이 작아서 사파리때 동물을 보기가 힘들거라며 원래 예정되어 있던 버스를 타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다. 어디나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있다고 생각하던 차에 맨슬리가 노매드 본사에 이야기를 해보겠다며 이 상황을 우선 종료시켰고 우리는 그렇게 버스에 탄 채 우리의 트럭킹을 시작했다.


집결지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트럭킹차량. 이때까지만 해도 이 트럭이 우리의 버스인줄 알았다.
여행 성수기 덕분에 트럭이 업그레이드 되었다. 더 럭셔리해진 버스앞에서 기뻐하는 파고.


버스를 타고 케이프타운 시내를 빠져나가며 본 풍경은 마치 우리가 여의도에 출근하던 길의 그것과 너무 흡사했다. 우리는 남아공의 발전된 도시의 모습에 한번 놀라고, 그들의 출근 모습이 퇴사하기 전 우리의 모습과 너무 닮아 또 한 번 더 놀랐다. 그렇게 새벽의 케이프타운을 뒤로 하고 도착한 곳은 마지막으로 테이블마운틴을 볼 수 있는 테이블 베이(Table Bay)였다. 이곳에서 케이프타운과 작별인사를 하는 의미였는데, 비가 온 뒤 잔뜩 낀 안개 덕에 우리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우리 앞에 펼쳐진 바다는 마치 겨울의 동해바다 같았다.


버스를 타고 케이프타운 시내를 벗어나는 길, 여의도의 환승센터와 너무 달라 놀랐다.
그렇게 도착한 테이블 베이(TABLE BAY). 원래는 테이블 마운틴이 잘 보이는 곳이지만 구름이 잔뜩 껴 하나도 볼 수 없었다.

바람도 심하게 부는 탓에 다들 서둘러 버스에 올라타니 근처의 대형 슈퍼마켓으로 향했다. 20일 캠핑을 하는 동안 물과 맥주 같은 마실 것과 이동 중에 먹을 간식은 각자가 알아서 사 먹는 것이었기에 우리는 물 5L와 초콜릿 등 간식거리를 샀다. 어제 온종일 트럭킹을 준비하며 쇼핑을 해놓고서도 막상 마트에 오니 준비가 덜 된 느낌이었다.


쇼핑까지 마치고 나니 이제 정말 케이프타운을 벗어날 시간이었다. 첫날 캠핑을 하는 곳은 씨더버그(Cederberg), 케이프타운에서 북쪽으로 3시간 거리에 있는 지역이었다. 캠핑장에 도착해 짐을 풀고, 투어의 운전사인 토마스(Thomas)로부터 텐트 치는 법을 배웠다. 


케이프타운을 벗어나자 조금씩 맑아지기 시작한 하늘, 남아공은 거리 곳곳이 아름다운 벽화로 칠해져있다.


유럽 자동차여행을 통해 4인용 텐트를 둘이서 치고, 접고를 반복했기에 자신 있었는데, 막상 텐트 치는 법이 매우 간단하고 수월해서 김이 빠졌다. 그렇게 텐트를 치고 나오니 따뜻한 버섯 수프가 우리를 반겼다. 취사장이자 식사장소에 둘러앉은 우리는 옆자리 친구들과 통성명을 하며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다양한 국적과 피부 색깔을 지닌 친구들과의 여행이 시작됐다. 우리는 텐트설치부터 식사준비까지 모든 것을 친구들과 공유하며 20일간 지낼 예정이었다. 그런 우리에게 투어가이드인 맨슬리가 외쳤다.


“Sharing is Caring” (공유한다는 건 서로 돌봐준다는 거야)


텐트를 치니 슬슬 배가 고파졌는데 때마침 우리의 요리사이자 가이드인 맨슬리가 맛있는 버섯 수프를 만들어줬다.(사진에는 프랑스여행자)
우리의 첫 캠핑장소. 텐트상태를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모든 텐트들이 깨끗하고 좋았다.


p.s. 다음날 자기소개 시간을 통해 알게 된 우리 그룹에는 스페인인 7명, 한국인 4명, 미국인 2명, 영국인 2명, 독일인 2명, 이탈리아인 2명, 네덜란드인 2명, 프랑스인 1명, 캐나다인 1명 이렇게 총 23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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