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 본격 아프리카 트럭킹 여행 D-1
제4화. 트럭킹 D-1
새 학년을 시작하는 초등학생의 마음이 이랬을까. 트럭킹 여행을 하루 앞둔 나의 마음은 설레면서도 긴장되었다. 마치 어떤 친구들과 같은 반이 될 것인지 기대하는 것처럼, 어떤 사람들과 20일의 여행을 함께할지 몰라 두근거렸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아프리카의 사막과 습지, 사파리를 간다는 사실엔 조금 떨리기도 했다.
우리가 선택한 트럭킹 여행은 트럭을 버스처럼 개조한 차를 타고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현지가이드, 드라이버와 함께 여행을 다니는 일종의 패키지여행이다. 우리나라에는 트럭킹이란 이름으로 알려졌지만, 외국 사람들에게는 오버랜드투어라는 말이 더 익숙한 듯했다. 여러 여행사에서 날짜와 코스에 따라 다양한 여행상품을 만들어 여행자들을 모집한다. 우리는 그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이고 인기가 좋은 노매드 여행사의 20일 동안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시작해 짐바브웨 빅토리아 폭포에서 종료되는 상품을 선택했다.
트럭킹 하루 전, 아침부터 시작된 여행준비는 새벽 1시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먼저 나미비아 대사관에 들러 여권을 찾았다. 나미비아 비자 신청을 위해 케이프타운에 도착한 다음 날 맡겨두었던 여권이었다. 우리는 통상 나흘이 걸리는 '일반발급'이 아닌 하루면 발급받을 수 있는 "급행"발급을 신청했는데 막상 대사관에 도착하니 여권 담당 직원이 회의에 들어가 있으므로 일단 앉아서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여행준비 첫걸음부터 쉽지 않겠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나는 약간의 화를 담아(아내가 보기엔 굉장히 공격적인 말투였다고 한다) 우리가 왜 급행을 신청했음에도 여권이 준비가 안 되었는지를 따져 물었다. 처음에는 앉아서 기다리라고만 답하던 직원이 하는 수 없다는 듯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더니 우리의 여권을 가지고 나왔다. 남아공에서 나미비아 국경을 통과할 때 여러 가지 이유로 여행자들을 괴롭히며 통관절차가 엄청 오래 걸린다고 들었는데, 왜 그런지 알 것 같았다.
여권을 찾은 우리는 워터프론트에 있는 쇼핑몰로 향했다. 이틀 전 트럭킹을 떠난 곰부부커플을 통해 아침, 밤으로 날씨가 무척 쌀쌀하고 특히 텐트에서 잘 때 추웠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따뜻한 옷이라고는 경량패딩과 후리스밖에 없는 우리였기에 우리는 쇼핑몰에서 후드티를 샀다. 워터프론트는 부촌이라 그런지 쇼핑몰에 있는 제품들도 저렴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그 와중에 60% 세일하는 제품을 잘 찾아냈다.
쇼핑을 마친 후 집에 와서는 아내가 머리를 잘라줬다. 파리에서 자른 이후로 한 달간 손을 대지 않아서 머리가 꽤나 길었다. 머리를 감은 후 드라이기를 쓰지 않으면 관리가 어려웠던 참인데, 캠핑장에서는 드라이기는커녕 샤워도 못 하는 날이 많을 듯했다. 다행히 머리는 마치 미용실을 다녀온 것처럼 깔끔하게 정돈됐다.
머리를 자르고 시계를 보니 벌써 저녁 10시가 넘었다. 내일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했기에 일찍 잠자리에 들고 싶었지만, 우리에게는 가장 중요한 가방 싸기가 남아 있었다. 짐을 싸는 건 오래걸리지만 푸는 건 한순간이라 했던가. 체크인할 때 깔끔하고 잘 정돈되어 있던 숙소는 나갈 때가 되자 우리가 흩트려 놓은 짐으로 어질러져 있었다. 그렇게 어질러진 짐을 하나하나 정리하며 가방을 싸다 보니 시간은 벌써 새벽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다음날 새벽 5시 우리는 더 자고 싶은 욕구를 간신히 떨쳐내고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한 후 집합장소로 향했다. 사무실 앞에는 우리가 탈 트럭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트럭 뒤에 우리 짐을 싣고, 간단한 신상명세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준비가 끝났다. 자 이제, 트럭킹을 떠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