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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온천 해보신 분?!

Ep7. 아프리카에도 겨울이 있다고?!

제7화. 아프리카 트럭킹 여행 셋째날. 

(여행국가 : 남아프리카공화국 & 나미비아 / 이동거리 : 이동거리 200km)


남아프리카에서 가장 긴 강이라는 오렌지강(Orange River). 우리의 두 번째 캠핑장은 스무 발자국 정도만 걸으면 바로 강이 보이는 곳이었다. (다행히 단단히 옷을 껴입고 잔 덕분인지 첫날보다 훨씬 덜 추웠다) 


오렌지강은 남아공과 나미비아의 국경을 따라 흐른다. 우리의 두 번째 캠핑장은 바로 이 오렌지강 옆에 위치한 곳이었다.


오렌지강을 즐기는 방법은 카누를 타고 노를 저으며 세 시간 정도 상류에서 하류로 내려오는 것이라는데, 다행히 옵션 관광이라 우리 부부는 과감하게 하지 않기로 했다. 23명 중 카누를 타지 않는 사람은 우리를 포함해 50대 네덜란드 부부와 프랑스에서 온 32살 친구까지 단 다섯 명뿐이었다.


트럭킹 멤버들이 아침 7시 반에 텐트까지 해체하고 카누를 타러 분주하게 가는 동안 나는 텐트 안에서 늦잠을 잤다. 트럭킹 첫날부터 이틀 연속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니 죽을 맛이었는데, 비로소 피로가 가시는 느낌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준비하고 카누를 타러 가는 친구들을 배웅하는 길, 하지만 그들이 전혀 부럽지 않았다.


다섯이서 천천히 아침을 먹으며 한 시간 정도 수다를 떨며 게으른 아침을 보냈다. 이제 슬슬 배낭도 싸고, 우리 텐트도 정리하고 강가에서 요가를 하려는 찰나, 가이드 맨슬리는 우리를 가만두지 않았다. 빨리 움직이려면 18명이 남긴 일을 대신 해야 했다. 설거지하고, 트럭에 잘 실으려고 친구들이 대충 접고 간 텐트까지 다 꺼내어 다시 접고, 배낭을 모두 트럭에 실으니 1시간이 훌쩍 지났다. 아무래도 트럭킹을 하는 동안 여유로운 아침은 사치일 것 같다.


집안일(?)을 마치고 여유가 생겨 강가에서 후딱 요가 매트를 펴고 몸을 풀고 있으니 카누가 한 대씩 속속들이 도착했다. 젖은 생쥐처럼 녹초가 되어 돌아온 친구들을 보니 집안일을 하는 게 잘한 선택이었다. 물론 카누에서 본 강은 멋있었다고 했지만, 이미 10개월 동안 더 멋있는 강을 많이 본 내 눈엔 오렌지강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게다가 카누에는 구멍이 있었고, 익숙하지 않은 노를 젓다 보면 물이 그대로 들어와 홀딱 젖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캠핑장에서 아침엔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아 샤워도 못 한 채 나미비아 국경까지 넘어야 했다. 카누를 타지 않은 우리는 속으로 환호했다. 역시 모든 걸 다해야 만족스러운 여행이 아님을 또 한 번 느낀 순간이었다.


집안일(?)을 하다 보니 막상 요가로 몸을 푸는 시간은 5분도 채 갖지 못했다.
요가로 몸을 풀고 있으니 카누를 타러 갔던 친구들이 하나둘 돌아왔다.


친구들보다 뽀송뽀송한 상태로 나미비아 국경을 넘어 두어 번 토마스가 내려주는 포토 스팟에서 사진을 찍으며 놀다 보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마지막 일정은 바로 온천!


짜인 대로 다니는 패키지여행인 데다 인터넷도 잘 안되니 맨슬리가 데려다주는 대로 다니고 있어서, 온천을 들리는지는 꿈에도 몰랐다. 비록 김이 모락모락날 정도로 뜨겁진 않아도 추위에 경직된 몸을 풀어주기엔 충분했다. 돌산과 야자수를 배경으로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있던 순간만큼은 풀빌라(멋진 수영장과 레스토랑이 갖춰진 좋은 숙소)가 부럽지 않았다. 비록 물 밖에 나오는 순간부터 추위가 엄습했고, 샤워실은 열악하기 그지없었지만.


아프리카에서 이런 온천을 즐길줄 상상도 못했다. 다만 바람때문에 물 속에서 나오자마자 몹시 추웠다.


아침에 카누로 추위를 호되게 경험한 친구들은 물속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3만원을 내고 하는 옵션 관광보다 공짜로 즐기는 온천이 더 즐거웠을 것 같은데 말이다. 또 한 번 오늘의 잘한 선택에 뿌듯해졌다. 


반대로 자유여행으로 왔다면 이곳에 들릴 수 있었을까 의문도 들었다. 오래 시간을 보낼 정도는 아니라서, 패키지여행이 아니었다면 왠지 지나쳤을 것 같다. 그동안 여행을 하며 ‘패키지여행은 아쉬움이 남는 2% 부족한 여행, 자유여행이 진짜 여행’이라는 생각을 줄곧 해왔다. 하지만 온천에서 그런 생각이 싹 가셨다. 여행지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관광을 하는 게 정답이 아니듯, 패키지여행이 별로라는 생각이 얼마나 편협한 주관이었는지 깨달은 순간이었다.


트럭킹 친구들 덕분에 삼각대 없이도 커플사진도 잘 찍을 수 있다.
트럭킹 첫 단체 점프샷. 숨은 파고와 망샘을 찾아보세요.
네셔널 지오그라피에서 본 것만 같은 풍경들이 눈 앞에 펼쳐지는 곳, 아프리카다.
23명의 먹거리를 준비하려면 요리사인 맨슬리 혼자 감당하기 쉽지 않다. 때문에 여섯명씩 짝을 이뤄 보조원으로 번갈아 가며 그를 돕는다.
20일 아프리카 트럭킹여행 3일차, 남아프리카에서 국경을 넘어 나미비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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