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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가 북미보다 3배가 크다고?

Ep9. 프리칸 마사지와 함께한 500km 대장정 

제9화. 트럭킹 5일차. 비포장도로를 하루에 8시간 이상 탄 날(나미비아, 이동거리 500km)


어릴 적 본 세계지도에서 가장 넓은 땅을 지닌 나라는 러시아였다. 지도에는 늘 유라시아, 유럽 그리고 북미대륙이 크게 그려져있었고, 아프리카는 유럽 밑의 북미대륙 정도의 크기로 표현됐다. 지도의 중심이 아시아든, 유럽이든, 미국이든 아프리카 대륙의 크기는 변함 없었다.


아프리카 여행을 위해 여러 정보를 검색하다 내 눈에 기사 하나가 눈에 띄었다. 바로 "북미보다 3배 큰 아프리카대륙"이란 제목의 기사였다. 기사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아프리카 대륙은 북미대륙보다 3배 크고 심지어 러시아보다도 더 크다고 한다. 우리가 봐왔던 세계지도의 왜곡은 16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것을 바탕으로 하는데, 북반구의 부유한 국가들을 더 크게 보이게 하는 왜곡이 있었다고 한다.


서울신문에 실린 <아프리카 북미보다 3배크다> 기사 속 사진. 사진 속 정 가운데 아프리카 대륙의 크기는 실로 거대하다


오늘은 아프리카 대륙의 크기를 몸소 체험한 날이었다. 오늘의 일정은 피쉬리버캐년이 있던 세히림(Seehirim)지역을 떠나 듄45로 유명한 세서림(Sesriem)지역으로 약 500km를 달려 이동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남쪽 최남단까지 이동할 수 있는 거리겠지만 나미비아에서는 조금 떨어진 도시로 이동한 정도였다. 구글 지도로 표시를 해보니 더욱 확연히 티가 났는데, 대충 눈짐작으로 보아도 나미비아는 세로길이가 2000km가 넘는 영토를 가지고 있었다.


여행이정표에는 500km를 이동하며 나미비아 동쪽의 초원부터 시작해 서쪽의 붉은 모래언덕까지 풍경이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는데, 길을 떠난지 얼마 되지 않아 비포장도로기 시작됐기 때문이다. 남아공에서 나미비아를 넘어오고 나서부터는 거의 항상 비포장도로였지만 오늘 달린 500km는 좀 더 특별(?)했다. 그 전까지 달린 길이 마치 고운 모래가 깔린 나름 잘 닦인 포장도로 같았다면, 오늘 달린 길은 울퉁불퉁한 자갈로 되어 있는 곳이 많아 오는 내내 엉덩이를 들썩 거려야 했다.


이 길을 트럭킹이 아닌 자유여행으로 차를 빌려 렌트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봤다. 승차감도 승차감이지만 울퉁불퉁한 자갈밭에 매번 타이어가 펑크나진 않을까, 차가 고장나지는 않을까 걱정했을 것 같다. 아내와 나는 나미비아에서 차를 빌려 자유여행을 하는 건 도로 상태 때문에라도 정말 위험한 것 같다며, 트럭킹 하기를 잘했다는 말을 연신 반복했다. 실제로 나미비아 자유여행을 한 한국인 여행객들의 후기를 보면 차를 렌트한 후에 한 번씩은 꼭 정비소에 들러 차를 수리하는 듯 보였다.


늦은 오후가 되서야 도착한 캠핑장, 차에서 내리며 "도로가 너무 울퉁불퉁해서 온몸이 쑤신다"고 너스레를 떨었더니 물리치료사인 Tom아저씨가 마사지를 해주겠단다. 한국인을 치료해보기는 처음인데 한국인은 뼈가 하나 더 있는거 아니냐며 너스레를 떤다. 아프리칸 마사지 후에는 물리치료사의 마사지까지 받을 수 있으니 복 받은 여행이다.


캠핑장에서 맞이하는 풍경은 늘 경이롭다. 새벽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별들이, 동이 틀 무렵에는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 색깔이.
캠핑장 화장실에 모기가 많아 꽤나 놀랐지만, 다행히 아직도 아침,저녁으로는 날씨가 쌀쌀해 모기한테 물리지 않았다.
백수부부의 아프리카 여행기는 주로 달리는 버스위의 열악한 환경에서 만들어졌다.
사막 한 가운데 덩그러니 홀로 서 있는 나무와 그 옆에 차를 세우고 점심을 먹는 우리들. 참 아프리카 여행 답다.
허허벌판에서 식사를 마치면 다시 의자와 조리도구들을 정리한다
한 시간에 한 번씩 차를 멈추고 휴식을 갖는데, 멈추는 곳곳이 절경이다.
네덜란드에서 온 Ton & Marium 부부. 늘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거는 Ton 아저씨와 상냥하고 친절한 Marium 아주머니.
한때 강이 흘렀다는 세서림계곡. 가보지못한 요르단의 페트라가 이런 모습일 것 같았다. 요르단은 안가봐도 되겠다
트럭킹 5일차, 어느덧 나미비아의 중간 지점까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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