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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min lee Sep 30. 2018

45. 너의 결혼식

뻔한 이야기지만 언제나 마음을 흔드는 첫사랑이야기

첫사랑

첫사랑에 대해 정의해보자.  첫 사랑.  처음으로 느껴지는 사랑 .  짝사랑이나 외사랑이 아닌 서로의 교감으로 느껴지는 사랑.  사전적 의미이다.  하지만 우리말은 단순히 무미건조한 단어만으로 표현할 수는 없는.  한마디로 ‘맛이 없다’라고 표현할 수 있기에 항상 우리말에는 감정이나 정서가 같이 동반되어야 할것이다.  예를들어 단순히 표현되는 ‘노랗다’ 라는 표현도 ‘샛노랗다.  누렇다.  노리끼리하다. ‘ 라는 다양한 감정으로 표현되는 말처럼.  


첫사랑은 무언가 강렬하게 우리에게 인식되고 남는 그런 감정의 단어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인생에 끝없이 추억되고 남는것.  언제든 감성에 젖어 꺼내볼수도,  불쑥 나타날수도 있는 강렬한 무엇이 아닐까 싶다.  

첫사랑의 남자 황우연 다음이미지

첫사랑은  성별에 따라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주어지는 비율이 높을 수 있다.  나이가 들어도 삶에 찌들어도 소년적 감성으로 다가설 수 있는 기억이 바로 첫사랑인듯 싶다.  첫사랑을 생각하면 순수하면서도, 열정적인 모순의 감성이 공존하는, 이유없이 볼이 발갛게 달아오르는 감정적 단어.  웃음이 나기도, 혹은 가슴이 시려지기도, 이유없이 눈물이 나기도.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절대적 신의 논리에 무한한 긍정을 갖게하는 그런 사랑, 감정, 단어이다.  바로 그 첫사랑의 감정이 떠오르는 영화. 너의 결혼식.


그때의 사랑은 단순히 사랑이라는 감정을 초월한 무한의 에너지와 마치 꿈을 이룬듯한, 매슬로우의 삼각 피라밋 가장 끝인 자아실현의 경지에 올라버린듯 느껴지게 만드는 첫사랑.  끝이 없다고 느끼는 무한한 희망의 에너지, 그때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그저 웃는 얼굴로 아무말도, 단어도 찾지못해 망설일 설레임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나는 첫사랑을 잊지못하고 가슴 깊숙히 묻고 살아가다 현실이라는 눈치를 보며 살포시 꺼내보기를 하고, 늦은나이에도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가듯 그때의 에너지를 몸으로 느끼게 한다.

첫사랑의 여자 홤승희 다음이미지
첫사랑 후 귀찮음 혹은 각인된 흔적들

너무나 강렬한 사랑은 마음 깊은 한곳에 자리잡고 응어리질뿐만 아니라, 항상 주변에 여러 흔적으로 남아있다.  이니셜을 딴 이메일주소, 첫사랑 그녀의 생일로 만들어진 다양한 비번들.  통장비밀번호, 휴대폰 잠금번호, 여러가지 잠금장치로 나타나는 네자리 생일이라는 숫자.  그런것들이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 바꾸면 자주 잊어 그대로 사용하고, 강렬했던 흔적들은 이제는 익숙한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버린 흔적들. 의미는 이제 퇴색되어 날아갔지만, 그저 문자로, 숫자로 남아버린 기억이 되어버렸다.  누군가는  ‘아직도 그 숫자를 사용하는 걸 보니 지금도 그리워하고, 갈망하는 것 아니냐’ 하겠지만 그저 문자일 뿐이라고 답한다.  그 장소, 음식, 장면, 영화, 색깔들은 문득 가끔 그때를 생각하게 하지만 그저 감정없이 기억되는 추억일뿐이다.  그렇게 일상으로 굳어버린 흔적들과 함께 현재를 살아간다.  

꿈같은 첫사랑 다음이미지
첫사랑의 끝

어느때보다 가슴을 후벼파는 사랑의 끝이 다가설때쯤 우리는 자꾸 무언가 생각하고 복잡해진다. 사랑하는 맹목적인 목적은 하나였다.  ‘그냥!!!’ 이라는 두글자로 이야기해도 그것이 최선의, 최대의 표현이었건만 끝을 마주하게 되면 그 이유는 수백까지 수만가지로 파생되어 만들어진다.  남주인공 우연이 “그녀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지금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승희를 만나고 내인생이 꼬여버린것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할까봐 겁이 난다.”  바로 사랑의 끝을 알리는 이성적 판단, 사고이다.  감정이 아닌. 사랑은 심장을 떠나 뇌로 옮겨가고 있다. 마음가는데로가 아닌 이제는 논리로 객관적으로 사고하게되는 것이다. 그래서 따지게 되고 망설이게되고 부정적인 감정이 생긴다.  점차적으로 절벽끝으로 사랑의 절벽끝으로 한발짝씩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여주인공 승희는 “우리 아빠가 그랬다.  엄마를 만나고 되는게 하나없이 꼬여버렸다고.  그래서 네가 그런말을, 그런생각을 하는것이 싫다고. 나중에 후회하게 될 것 같다고.”  


우연과 승희는 서로에게 이미 사랑이라는 감정적 유효기간을 지나고, 하나둘 부패해져 독버섯처럼 곰팡이가 되어 썩어가는 것이다.  우리는 알고있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짧고 덧없는 것인지.  그것은 좋은 유산균에 산화된다면 ‘정’이 되는 것이다.  나쁜균에 감염된다면 썩은 곰팡이가 된다.  그것을 더욱 부패시키지 않으려면 잘라내어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마음이 아파 잘라내지 못한다면 모든것을 망가뜨릴수 있다는 것도 안다.  누군가는 결단을 내려야한다.  그걸 잘알고 선택하는 쪽은 여성이다.  남성은 부패하고 썩더라도 망가지더라도 유지하자고 어린애처럼 졸라된다.  결국 서로의 살길을 아는기는 여성으로 스스로 악역을 선택한다.  그래서 우리는 여성에게 감사해야 한다.  그녀가 나를 살린 것이다.  


예전엔 그랬다.  헤어지자는 그녀의 집앞을 서성이다, 잘못했다, 다시 시작하자, 떼도 쓰고, 울고, 무릎도 꿇고 애걸복걸했다.  화도내고, 실행하지못할 협박도 했다.  창문에 돌을 던지고, 술주정을 부리기도 했다.  죽겠다 마음먹고 깡소주를 병채 나발을 불다 절반도 먹지못하고 모두 토해내기도하는 몸개그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살인, 폭행, 납치와 같은 ‘데이트 폭력’이라는 사랑과 폭력이 모순되게 조합된 단어로 부패해버렸다.


우리 때의 사랑의 상처는 웃지 못할 치졸한 복수극이지만, 지금은 영원히 서로를 소멸시킬 악의 덩어리가 되어버렸다. 첫사랑이 변질되어 버렸다.

첫사랑의 의미

승희가 힘들 때 항상 그 곁을 지켜 주던 우연. 그녀가 잊고사는 꿈을 되돌아 보게 해주고. 외롭고, 슬퍼도, 창피 해 도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리려 노력했던 우연. 돈, 시간, 이런 게 아깝지 않았던, 모든걸 다 내 주워도 아깝지 않던 그런 시절.


우연도 삶의 의미를 찾게 해주고, 무언가 하고싶게 해주고, 삶의 목표를 만들어주고, 삶의 희망을 보여주던, 항상 웃고 즐겁던 시절.


승희는 우연에게, 우연은 승희에게 아무것도 해준것이 없다.  그저 그 둘은 곁에 있었을 뿐이다.  그게 바로 첫사랑의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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