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완독률 85%이라는 마법을 부릴 수 있었을까
하루하루가 급변하는 스타트업에 있다보니 어떤 정보든 쉽사리 놓치기 싫어 뉴스레터, 콘텐츠 플랫폼 등에서 수많은 정보를 빠르게 찾아다닌다.
가지수는 많아지는데 그걸 놓치기 싫어서 즐겨찾기를 해놓거나 뉴스레터만 받는 이메일 계정을 따로 생성하기도 했다. 그마저도 안돼서 유료 플랫폼에 매달 커피 한두잔을 바치기 시작했다. 결국 헬스장에 잘 가지도 않으면서 1년 동안 헬스장을 끊어놓는 상황처럼 되었다. 오히려 커피 한 잔을 더 사먹는 게 더 이득일 수도 있겠다(…)
그중에 최근 즐겨보고 있는 롱블랙은 내가 구독하고 있는 콘텐츠 중에 가장 참여율이 높다. 매일 올라오는 콘텐츠를 빠짐없이 보고 있는 셈이다. 롱블랙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알게 되었다. 업계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인데, 다른 구독자들이 매일 공유해주는 링크를 한번씩 타고 들어가서 읽곤 했다.
더이상 지출을 늘리고 싶지 않아 구독을 보류하고 있었는데 결정적으로 구독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 콘텐츠가 있어서 22년 10월 정도부터 유료 구독을 시작하게 되었다.
나라는 고객이 거진 4개월 만에 획득된 것이다.
유료 구독을 시작하면서 매일 하루에 하나씩, 오늘이 지나면 더이상 못 본다는 것이 뇌리에 박혀 습관처럼 롱블랙을 방문하기 시작했다.
이제 나는 롱블랙을 매일 하루에 하나씩은 꼬박꼬박 챙겨보는 충성 고객이 되었다.
유료 구독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알게 된 롱블랙은 한번 들어오면 쉽사리 나오기 힘든 늪 같았다. 어떻게든 콘텐츠를 읽게 만드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구독을 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모습이었다.
기사를 찾아보니, 롱블랙의 콘텐츠 완독율은 85%에 달하고 출시 3-4개월 만에 11억 투자를 받아냈다. 이젠 왠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뉴닉도 이만큼 빠르게 많은 투자금을 펀딩하진 못했었다. 과연 롱블랙의 콘텐츠가 정말로 뛰어나서 그랬을까? 단순히 콘텐츠만으로는 이렇게까지 빠른 성장을 일구어내긴 쉽지 않다. 글의 주제나 내용 등은 작가의 문법, 철학이 담겨 있어 분명 독자마다 호불호가 있을 수 있겠다.
롱블랙의 성과는 콘텐츠, 서비스(리텐션을 위한 설계), BM 삼박자가 어우러진 결과물이다. 롱블랙에 어떠한 매력이 있었길래 이러한 성과를 낼 수 있었을까? 서비스와 BM을 중점적으로 살펴보자.
롱블랙은 ‘24시간 무료 링크 공유 기능’을 통해 바이럴된다. 대다수의 독자는 이 링크를 통해 처음 롱블랙을 만나게 된다.
롱블랙은 좋은 것은 공유하고 이야기하게 되어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나는 업계 사람이 모여 있는 단톡방에서 매일 꾸준히 롱블랙 콘텐츠 링크를 공유받았고, 4개월 만에 유료 고객으로 전환 되었다.
나 역시도 읽다가 꼭 공유해주고 싶은 내용이 생기면 지인에게 링크를 공유하며 꼭 읽어보라고 권유한다.
롱블랙은 무조건 하루에 하나의 글만 업데이트하며, 자정 전까지만 열람할 수 있다.
나는 이제 저 똑딱거리는 시계만 봐도 벌써 두근거린다.
이 강력한 FOMO는 마치 주문처럼 뇌리에 심겨서 특정 시간이 되면 롱블랙을 열람해야겠다는 생각이 자동으로 떠오른다.
스크롤을 내리면 우측의 갈색 바가 보라색 바로 채워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정돈된 디자인
대부분의 콘텐츠에서 동일한 포맷을 채용하고 있다. 주제마다 내용이 달라지고 구성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는데, 이 대목에서 롱블랙이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편집에 큰 에너지를 쏟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비슷한 크기의 사진을 일정한 가격으로 배치하여 집중력을 환기시킨다. 다 읽은 후엔 미처 살펴보지 못했던 사진을 모아서 볼 수 있다.
이렇게 디자인은 사소하고 긍정적인 읽기 경험에 눈에 띄게 작용하진 않지만, 지속적인 브랜드 각인 효과를 불어넣어준다. 누구나 소개팅에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츄리닝을 입고 나온 상대방을 만나고 싶어하지도, 그런 상대방을 만났다는 자랑도 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정돈된 컬러와 일관된 디자인 경험은 ‘롱블랙’이라는 브랜드를 강화한다.
롱블랙은 슬랙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모든 콘텐츠를 다 읽으면 최하단에 롱블랙 슬랙 커뮤니티로 초대하는 내용이 보인다.
이건 도저히 참기가 힘들다. 세련된 공간엔 세련된 사람이 들어오기 마련이다. 어떤 사람들이 롱블랙을 구독하고 있는지, 어떤 깊이 있는 대화가 오가는지 궁금해진다.
내가 구독하려 했던 이유 중 하나가 이 커뮤니티다.
물론 막상 들어가니 엄청난 활동성을 지닌 커뮤니티는 아니었다. (나로서도 불특정 다수가 있는 곳에서 떠들기엔 부담이 된다.)
종종 일일 콘텐츠에 대한 후기, 서비스에 이런 기능이 추가되었으면 좋겠다든지 등 여러 건강한 피드백이 오가고 있다.
롱블랙 멤버들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이 커뮤니티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앞으로 어떤 건강한 커뮤니티를 만들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제는 어디서나 CRM을 활용한 마케팅을 구사할 수 있는 시대기 때문에 과한 알림은 피로감을 초래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경험상으로 롱블랙은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적당한 알림을 잘 제공하고 있다.
여기서 자신이 선호하는 채널을 선택해 매일 알림을 받아볼 수 있다.
지금까지 얘기한 것들은 어쩌면 너무 뻔한 거나, 누구나 당연하게 할 법할 만한 요소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요소들을 적재적소에 얼마나 잘 구성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론 구성이 꽤 깔끔한 편이라고 느꼈던 것이고.
이쯤 되면 생각나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소개팅’ 서비스다.
매일 소개팅 상대를 무료로 열람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하루에 하나씩 공개되는 비밀 노트는 마치 소개팅 어플의 소개와 비슷한 설렘을 준다
무료로 열람한 소개팅 상대에게 별점을 부여한다.
매일 제공되는 콘텐츠를 다 읽고나서 나에게 이 콘텐츠가 만족스러웠는지 커피잔수로 평가한다.
지난 소개팅 상대 중 다시 열람하고 싶은 상대가 있다면 출석, 미션 참여 등으로 얻은 재화를 사용해서 열람한다.
꾸준한 출석으로 얻었거나, 추가로 구매한 샷으로 이미 발행되었던 콘텐츠 중 하나를 열람할 수 있다.
모든 소개팅 서비스가 이런 형태로 운영되는 건 아니지만, 내가 알고 있는 이 서비스와 롱블랙의 운영 방식은 매우 흡사하다.
게임, 소개팅 등의 서비스는 사용자의 원초적인 본능을 자극하여 높은 리텐션율과 매출을 발생시키는 데 뛰어난 강점을 가지고 있다.
과연 지금까지의 롱블랙은 좋은 BM을 잘 갖추었을까?
22년 3월 기사에 따르면 롱블랙이 설문조사한 유료회원 응답자는 2,490명 가량, MAU는 10만 명이라고 나와있다. 이때 응답자는 모든 유료회원이 아닐 가능성이 높지만, 이외 참고할 만한 자료가 없으므로 이 수치를 기준으로 역산해봤다.
시밀러웹이라는 웹사이트 통계 툴이 있다. 최근 3개월 간 검색한 사이트에 관한 각종 지표를 보여준다. 정확성은 떨어지지만, 아주 대략적인 수치를 파악하기 위한 용도로 가져왔다. 롱블랙의 방문자 수를 살펴보면, 9월 15만, 10월 20만, 11월 13만으로 최근 3개월(22년 9~11월) 평균 MAU는 16만이다.
증가 비율을 그대로 대입하면 최근 3개월 간 평균 유료 구독자 수는 대략 4천 여명이다.
유료 구독으로 롱블랙이 매달 벌어들이는 돈은 약 2,000만원 정도다.
비정기적 매출이라 제외했다. (나도 지금까지 한번도 구매해본적 없다.)
월 1~2회 정도 브랜디드 콘텐츠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광고 단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2가지가 있다. (더 있을 수도 있음)
콘텐츠 퀄리티 - 얼마나 잘 썼냐보단 리소스를 투입량의 정도(인건비)
노출 정도(기간 + 유입량) - 기간이 길어질수록, 유입량이 많아질수록 광고 단가는 비례한다.
유료 구독자가 아니어도 롱블랙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아마도 MAU를 기준으로 단가가 책정이 될 터다.
월 평균 MAU 16만인 롱블랙의 월 광고 매출이 얼마나 나올진 모르겠지만, 대학내일에 따르면 5만 구독자의 뉴스레터에 광고 1회 단가가 300~500만원 선이라고 하니 롱블랙의 광고 매출은 적어도 월 1000만원 이상은 유지하고 있지 않을까 추론해본다.
롱블랙 운영사인 타임앤코의 직원은 총 16명이다. 평균 연봉이 3,300만원이면 이 회사는 인건비로만 월 평균 4400만원 가량이 발생한다. 임대료, 기타 비용을 굳이 넣지 않더라도 BEP를 넘기지 못한 상태다.
최근 3개월 MAU 지표는 전혀 성장하지 않고 있다.
예전엔 빠르게 가설 검증한 뒤 광고를 태워서 핵심 지표를 성장시키면 후속 투자를 받는 구조로 진행이 되었지만, 이제는 수익 건전성이 아주 중요해졌다.
롱블랙의 BM은 유료 구독자 수와 광고 매출인데, 이것만으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룰 수 있을까?
유료 구독자 수를 늘리려면 깔때기 이론에 기반했을 때 보다 훨씬 많은 사람에게 도달이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광고가 필요하다. 롱블랙의 콘텐츠는 나름의 색깔이 꽤 선명하다. 이 말인즉슨 롱블랙의 잠재 고객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뜻이다. 매스 광고를 태운다고 해도 그만큼 유료 구독자를 전환하거나 구독율을 유지할 수 있을까? 물음표다.
광고 매출을 높이려면 광고의 효율, 즉 트래픽이 높아지거나 광고를 늘려야 한다. 트래픽이 높아지는 건 앞선 이유와 연관이 있고, 광고를 늘리자니 현재의 롱블랙 컨셉을 해칠 확률이 높기 때문에 꽤 리스크가 있다.
이게 현재로서 롱블랙의 딜레마다. 그렇다면 방법은 두 가지다. 잠재 고객을 늘리는 방향, 즉 보다 대중적인 콘텐츠로 방향을 바꾸는 것. 혹은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는 것. 롱블랙은 현재 후자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건 현재 채용 페이지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번 채용을 통해서 오프라인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운영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 역시 롱블랙에서 소개된 상품을 구매한 경험이 수차례 있다. 비단 나 뿐 아니라 독자들도 비슷한 생각과 경험을 가지고 있었고 실제로 이러한 제안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미 깊은 고민이 뒷받침된 제품에 롱블랙의 스토리텔링을 입히니 매력적인 상품이 아닐 수 없다.
내가 롱블랙을 읽는 이유는 내가 알지 못했던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브랜드’를 통해 가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해주기 때문이다.
롱블랙은 ‘남들과 다른 한 끗을 발견하는 곳’을 슬로건으로 삼고 있다.
그동안 온라인 중심의 콘텐츠로 소개해주었다면, 이제는 조금 더 확장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좋은 제품, 공간, 서비스를 롱블랙에서 계속적으로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참고
https://platum.kr/archives/183333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3509
https://longblack.oopy.io/7bf0158b-0ae7-42f3-9899-42b5c76c62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