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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물의집 Aug 23. 2018

서른즈음에

불혹을 향하여

박완서 선생님의 신간이 나왔다.

엄밀히 박완서 선생님의 새 책은 아니지만, 처음 공개되는 인터뷰집이라 오히려 더 신선한 이야기들이 담겼고, 무엇보다 박완서 선생님의 첫째딸인 호원숙 선생님의 소개글을 만날 수 있어서 아주 반가운 소식이었다.


박완서 선생님을 처음 만난 건,

원하는 대학입학에 실패한 스무살.

패배감에 젖어있던 내 눈앞에 나타난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 나 따위 꼴찌에게도 박수를 쳐주다니 U_U 제목을 본 순간 순식간에 눈과 마음을 빼앗겼다.

그렇게 만나게 된 박완서 선생님의 이야기와 문체는 순식간에 나를 탈탈 털었다. 책 주제에 엄마품처럼 안락했다. 책이라고는 만화책조차 읽지 않았던 나에게 박완서 선생님이 책과의 만남을 주선해주신, 내 인생 사건 중의 사건!


한권, 두권, ... 계속해서 박완서 선생님의 책을 읽었다.

그분의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을 닮고 싶었다. 내 삶의 이야기가 비록 글로 표현되진 않더라도 이 글을 닮은 모양이면 얼마나 좋을까?


박완서 선생님은 마흔이란 나이에 글을 쓰기 시작해 단번에 여러 작가상을 수상하며 문학계에 등단했다. 주부의 삶을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작가가 된 박완서 선생님의 데뷔. 작가가 되기 직전, 자기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 직전, 아무도 박완서를 작가라 부르지 않았던 시절의 선생님과 만나 대화해보고 싶다.


선생님, 왜 글을 쓰시나요?


글로 세상과 만나기 시작한 선생님의 삶은 등단 전이나 후나 한결같이 다사다난한 파도를 넘나들었다. 한국전쟁때문에 대학교를 다니다말다 했고, 아이 셋 키운다는 것이 하루하루 보통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다 작가가 되셨고, 꽃같던 스물다섯의 아들을 사고로, 남편을 지병으로 한 해에 갑작스레 모두 잃었다.

그리고 선생님은 몇달 지나지 않아 다시 글을 쓰셨다.


그 이후로도 선생님은 계속 글을 쓰셨다.


마흔에 집필을 시작해 삶의 여정가운데 그 손을 놓지 않으셨던 선생님을 매일 기억한다.

선생님이 마주했던 삶에서 하루하루 얼마나 치열했는가를 느낄 수 있다. 마흔살의 박완서가 하루아침에 작가가 된 것이 결코 아닐 것이다. 계속해서 이야기를 써 왔고 마흔에 그것이 폭발했으리라. 그리고 또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써 내려가며 매일 박완서의 삶을 완성했다.


마치 서른셋의 예수님처럼.

십자가를 진 서른셋의 예수님 나이를 기억하지만, 꽃을 피우기 위해 준비되었던 시간과 피운 꽃에 계속해서 생명을 부은 시간이 있기에 십자가가 완성된다.


오늘도 보고싶은 선생님을 다시 만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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