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상견례
상견례를 하기 한 달 전, 양가 부모님께는 이미 결혼을 허락(?) 받았다.
허락이라기보다, 상견례 전에 양가 부모님께 각각 인사를 드리면서 결혼에 대해 논의했다고 하는 게 맞겠다.
먼저, 우리 부모님께 가서 인사를 드렸는데
긴장한 남자친구의 모습과 남자친구가 맘에 든다며 활짝 웃으시던 엄마, 아빠의 모습이 생생하다.
본가가 전주인 탓에 전주까지 당일치기로 내려가서 피곤했으나(?) 부모님께 처음으로 남자친구를 소개하는 자리라 남자친구 못지않게 나 또한 엄청 긴장했다.
처음 남자친구를 소개하는 자리가 곧 결혼으로 이어질 줄... 예상했다!
남자친구 부모님을 뵙는 날에도 마찬가지로... 나보다 남자친구가 더 긴장을 했지만 인사를 잘 마쳤다.
어머님께서 날 보자마자 껴안으시는데, 우리 엄마랑 느낌이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 약간 울컥했다.
소갈비를 사주셔서... 처음 인사하는 자리에서 배가 터지도록(?) 먹고 집에 돌아온 후에 상황은 잘 기억이 안 난다. 바로 뻗었나?
양가 부모님께 인사드릴 때, 부모님들 스케줄을 확인했고 우리는 상견례 일정을 잡았다.
상견례 식당으로는 어디가 좋을지 고민 많았는데, 1인 씩 덜어 나오는 상견례 장소 평점이 아주 높은 중식당에서 만나기로 했다!
거의 MC 보듯 상견례를 이끌어준 우리 아빠에게 감사하고,
울컥하는 마음을 꾹- 꾹- 참으며 헤어질 때 서로 부둥켜안으신 엄마와 어머님도 감사하고,
헤어지기 아쉽다며 사돈 번. 따(?)하며 큰 웃음 주신 아버님께 감사하고,
긴장했을 텐데 엄마&아부지에게 살갑게 해 준 엄마&아빠의 다 큰 아들, 남자친구에게도 감사하다!
상견례를 가기 전에,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진짜 고민을 많이 했는데...
내가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상견례 촬영을 한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상견례 촬영을 한다고 해서, 리얼로 가만히 카메라가 들이댈 수 없으니
혹시나 오디오에 마가 뜰 때 어떤 질문을 하면 좋을지 구성(?)을 짜기 시작했다. (진짜 웃긴데 꽤 쓸모 있는 직업병이다.)
근데, 이렇게 구성을 짜갈 필요도 없이 어른들이 잘 이끄셔서 ‘아 이런 게 연륜인가’ 놀라기도...!
먼저 서로의 자녀를 칭찬하는 걸로 시작해 겸손하게 자식을 자랑하기를 반복, 또 반복, 또 또 반복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게 대화가 되었다 낄낄 아직도 생각하면 손발이 오글거리네.
식사를 마치고, 바로 옆 카페로 이동해서 결혼식장과 결혼식 날짜를 공유하고
미리 준비한 상견례 선물을 양가 부모님께 전달했다. 상견례 선물은 고운 보자기에 싼 2단 떡! 엄마아부지 기차역에 바래다 드릴 때 한입 먹었는데 아주 맛있었다.
처음에는 이런 거 굳이 준비 안 해도 될 것 같다는 예랑이었는데 막상 부모님들이 좋아하시는 걸 보곤 하길 잘했다며 알아보느라 고생했다는 말도 들어서, 아주 뿌듯!
아무쪼록 처음 양가 부모님과 함께 한 어렵고도 신기했던 경험, 100점 만점에 100점으로 상견례 끄읕! 잘 마무리했다! 나 자신 칭찬해 (쓰담쓰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