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웨딩 플래너
상견례까지 무사히(?) 치르고 난 후, 가장 처음에 한 일은 웨딩 플래너와 계약하는 것.
사실 나는 결혼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
좋은 인연이 나타나면 하는 거고, 굳이 안 해도 혼자 잘 살 수 있다 생각했고
그래서 더욱... 결혼에 대해 꿈꾸는 것이 딱히 없었다고 해야 하나?
게다가 이렇게 결혼을 빨리, 번개 불에 콩 볶듯이 할 줄은 더욱 예정에 없던 일이었기에
누구보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이 대부분이라, 웨딩 플래너를 만나는 건 쉬웠다.
워낙 똑 부러지고 야무진 친구가 두 달 차이로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 그 친구의 웨딩 플래너를 그대로 소개받아 바로 미팅 일정을 잡고 미팅을 했다.
역시나 친구의 성향대로 엄청 야무진 분을 만났다!
나는 평소에도 나를 잘 꾸미지 않기에, 나에게 어울리는 화장이라든지 옷이라든지...
그냥 내가 보기에 어울리는 것 같고 이상하지 않으면 노 프라블럼!
그런 나의 성향을 단번에 캐치하고, 잘 인도(?) 안내해 준 플래너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한다.
처음 플래너 미팅을 약 3시간 정도나 했는데,
미팅을 할 때가 8월이었는데 결혼식은 12월이라... 일정이 급했기 때문이다!
결혼식 날짜가 12월 2일이라고 했을 때 엄청 놀라던 플래너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웨딩홀은 어디예요?”
“내일(일요일) 웨딩홀 투어 예정이라 아직 웨딩홀을 정하진 않았어요”
“그럼 날짜만 12월 2일로 생각하고 계신 거예요?”
“네 날짜만 우선 12월 2일이고, 웨딩홀이 있겠죠................?”
12월 2일에 빈 웨딩홀을 구할 수 없어도, 우리는 12월에 결혼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사실 12월 2일이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우리의 조건은 딱 2가지, 2023년 12월 일 것 토요일 일 것!
쨌든, 웨딩홀은 다음 날 투어를 미리 잡아놨기 때문에 웨딩홀을 제외한 나머지 것들을 먼저 플래너님이 추천해 줬는데... 이때부터 없던 결정장애가 생겼고, 추가의 늪이 시작되었다.
“하하. 우선은 신부님, 12월 2일이 아니라도 12월에만 하면 괜찮으시다고 하셨잖아요. 어쨌든 12월에 결혼을 해야 하니까 시간이 없어요! 그래서 정해야 할 게 굉장히 많은데요. 오늘 기본적으로 스드메 업체 고를 거고요. 신랑님 예복 맞추는 곳이랑 예물 반지까지 고를게요. “
말로만 듣던 스. 드. 메를 내가 고르는 날이 올 줄이야! 맘마미아!
스. 드. 메는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을 통칭하는 것이다. 제일 중요함!
(1) 스튜디오 촬영
먼저, 우리가 원하는 느낌을 말했다. 최대한 자연스러운 분위기에 빈티지 느낌도 좋지만, 인물 위주의 스튜디오면 좋겠다고 했더니 약 10개의 스튜디오를 추천해 주면서 스튜디오 앨범을 싹 들고 왔다!
앨범은 하나씩 펼쳐보면서 우리가 원하는 분위기의 스튜디오를 골랐고,
예랑이랑 나, 플래너님의 조언까지 만장일치로 당첨된 스튜디오로 정했다!
여기서도 추가의 늪이었던 게,
스튜디오 앨범에서 인상 깊게 본 야외 촬영도 +추가 금액
ㄴ 앨범에 있는 사진이기 때문에, 앨범 속 사진 콘셉트로 촬영을 진행한다고 생각함. NO!
드레스 외 개인 옷을 준비해서 찍는 것도 +추가 금액
ㄴ 스튜디오 촬영 예약 시간 안에 옷을 여러 벌 갈아입는 건 가능하다고 생각함. NO!
옷 1벌 추가해서 스튜디오 촬영 시간이 조금 지연돼도 +추가 금액
드레스 별로 헤어 느낌을 다르게 하길 원하면 헤어 변형 +추가 금액
지나고 나서 가만히 생각해 보면, 사실 어떤 부분은 추가 금액이 드는 것이 당연한 건데
그때는 오만가지가 다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해서 약간 거부감이 들 정도였다.
어쨌든 추가 금액은 나중 문제이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스튜디오를 정하는 일!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고르는 것도 고르는 건데...
스튜디오의 촬영 일정과 셀렉 일정 등 결혼식 준비에 무리 없는 진행여부였다.
플래너님이 전화로 확인해서 가능하다는 일정들을 우리에게 보여줬고,
우리도 최대한 맞출 수 있는 일정으로 스튜디오를 예약했다.
스튜디오 계약 끝! 스. 드. 메 중 하나를 끝냈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만약 다시 돌아간다면 굳이 스튜디오 촬영은 안 할 것 같다.
우리 둘 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뭔가... 짜인 스튜디오 안에서 어색하게 웃고 그런 모습들이 일단 굉장히 힘들었고, 모바일 청첩장에도 굳이 사진 안 넣고 제작할 수 있으니!
우리는 시간이 촉박해서 후다닥! 와라라락! 진행하다 보니 이런 생각을 할 시간이 부족했는데,
스튜디오 촬영보다는 야외 스냅 촬영으로 자연스러운 두 사람의 모습을 담는 게 더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온전히,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임!
아무튼, 다시 돌아가서!
스튜디오 촬영 때 나는 정말 좋은 헬퍼 이모님과 사진작가님도 여자분이셔서 더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촬영할 때 이모님이 붙어서 드레스 잡아주고 하는데, 여성 사진작가님이라 편했던 게
그 자리에는 신랑 혼자 남자였기 때문에! 옷매무새 잡을 때 대기실로 들락날락하지 않아도 됐다.
이게 가장 큰 장점인 듯?
사진작가님도 헬퍼 이모님도 헤어 변형 실장님 모두 나랑 호흡이 잘 맞아서
현장에서 건진 사진도 꽤 많았다. 그 사진 역시 웨딩홀 포토부스에 세팅할 정도로...!
특히 헬퍼 이모님이 너무 좋아서, 본식 날도 고정으로 하고 싶었는데 지정을 하려면 5만 원을 추가해야 된다고 해서... 지정은 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추가다.
결혼 준비하면서 제일 많이 듣는 말... 추가 금액이 발생되어요...! 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