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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희 작가 May 06. 2023

야채 구이와 스테이크는 맛있어

한 잔의 추억

서울살이 7년째였나 내게도 동거인이 생겼다. 동거인은 서울로 대학을 온 9살 차이 나는 사촌 동생. 내가 워낙 바쁘고 집에도 잘(?) 못 들어가던 때에 동생이 올라와서 신경 쓰기는커녕, 동생이 날 신경 쓰고 살던 때가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내가 며칠째 말도 없이 집에 안 들어가자 무슨 일이 생긴 게 확실하다며, 나에게 연락하지 않고 외숙모(=동거의 엄마)에게 전화해 발을 동동 구르던 사건(?)이 있기도 했다. 토크쇼를 하던 때인데 출연자가 갑자기 바뀌는 등 여러 가지 일이 겹쳐서 이틀을 꼬박 밤새우며 일하다 연락하는 걸 아예 까먹었는데 혼자 걱정했을 걸 생각하면 아직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 어린것이... 얼마나 걱정했을까)


아무튼 동생이 올라왔을 시기가 참 바빴고, 특히 해외 촬영도 많았다. 심하게는 인기척 없이 방에서 잠만 자니까 내가 집에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지냈다고 한다. 그러다 운 좋게(?) 둘이 시간이 맞으면 집에서 술을 마셨는데, 워낙 입이 짧고 먹는 즐거움을 모르는 동거인은 술을 아주 좋아한다. (아무래도 내가 술 좋아하는 유전자는 외가에게 물려받은 듯하다.) 이 날도 어쩌다 집에서 저녁을 먹을 시간이 생겨 오랜만에 집에서 소맥을 마시기로 한 날이다.


안주를 뭘 먹어야 하나 하다가 냉장고에서 시들어가는 야채들을 발견했고, 곧바로 잘라서 소금 후추 살짝 뿌리고 올리브오일 휘리릭- 에어프라이어에 넣고 돌렸더니 꽤 그럴싸한 술안주가 완성됐다.

애호박, 가지, 새송이 버섯, 통마늘 구이


그리고 냉장고에 있던 또 하나의 보물! 소고기 등심! 버터 듬뿍 넣고 소고기에 소금 후추 뿌려서 아스파라거스와 구워냈다. (요리 전공이 인제야 빛을...)

소금, 후추를 뿌려 아스파라거스를 함께 구워낸 소고기 등심


밖에서 사 먹으려면 꽤 돈이 들었을 텐데 집에서 먹으니 맥주 피쳐랑 소주 값만 지불하고 배 터지게 먹고 마셨다.


‘근데 우리 그때 무슨 얘기하면서 마셨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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