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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접골 May 18. 2017

천년만년 살 것 같지_인터뷰

녹색연합 x 같이가치 with kakao 목요웹툰 종료기념

천년만년 살 것 같지 연재완료 특별편

https://together.kakao.com/magazines/429


1. 안녕하세요 작가님! <천년만년 살 것 같지> 독자분들께 인사와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글x그림 작업자 박문영입니다. 박접골이란 이름으로 활동하기도 해요. 뭔가를 표현할 때 텍스트와 이미지로 말하는 걸 편안해합니다. 그래서 매일 그림일기를 쓰고 있어요. 소설과 만화를 계속 만들어가는 게 장래희망이에요.


2. 10화 ‘산양_할매의 편지’편을 마지막으로 연재가 끝났는데요. 연재를 마치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끝의 끝까지 보완하지 못한 점이 보여요. 좀 더 매만질 걸,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발표공간이 주어졌을 때 할 수 있는 말을 더 고심하게 되는데요. 어려운 건 어렵게, 쉬운 건 쉽게 생각해야 맞잖아요. 그런데 막상 본 작업에 들어가서는 과감히 반대로 내지른 게 아닌가 싶어요. 돌이켜보면 연재를 앞두고 시안을 만들었을 때 호응하고 격려해주신 같이가치 팀, 녹색연합에 무척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특히 박효경 팀장님께요. 작업을 응원해 준 친구들과 가족에게도 깊은 애정을 보내요.


                                                         

_처음에 원고를 30컷으로 만들다보니 핵노잼 부장님도 등장했어요. 나중에 산양의 처절한 복수를 받게 됩니다.


3. 마감이 끝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무엇인가요? (잠자기? 게임? TV?)


친한 언니의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에 갔어요. 언니의 딸 율이가 “치링, 치링, 치리링” 이란 마법의 주문을 외우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해서 같이 외쳤는데 무척 신났어요. 아끼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동안 날 서고 굳었던 마음이 부드럽게 풀리는 것 같았고요. 출산과 양육을 경험하고 있는 친구들 생각을 종종 하는데 그 시간을 어떻게 견뎠을지 상상할 수 없어 아득하네요.


4.멸종위기동물이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설정이 참 신선해요. 작품을 기획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무엇인가요?


틀을 짜면서부터 저는 동물이 스스로 말한다는 설정이 오히려 쉽고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함부로 개입해 짐작하게 되니까요. 하지만 같이가치의 독자층은 어린이부터 성인이라는 점 그리고 기존의 다큐, 사진, 영상 등이 멸종위기종을 조명하는 방식을 돌아보면, 제가 만들 이야기는 가볍고 밝아져야한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위기종이 희미하고 연약하며 말이 없어 보호 받아야 하는 존재임을 부각시키기보다 거기 마땅히 그리고 당당히 살아가야 하는 생명체임을 강조하고 싶었어요. 


                                                                                     _10화 <산양> 편에서


5. <천년만년 살 것 같지> 1화 ~ 10화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혹은 애착이 가는 에피소드가 있으시다면?


2화 하늘다람쥐 편에 독자 한 분이 남겨주신 댓글이 있었는데요. 실제로 미국하늘다람쥐를 분양받아 키우고 계신 분이었어요. 국내 위기종과 달리 미국하늘다람쥐는 개체수가 많아 개인이 기르는 것이 불법이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요. 그러니 이 분 입장에선 반려동물의 실태를 패러디한 컷들이 공격이나 비꼼으로 느껴질 수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방어적인 태도 대신 애정과 연민 사이의 감정적 모순을 성찰하시는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어요. 덧붙여 5화 반달가슴곰 편은 사진과 영상 자료를 찾아볼수록 심정이 너무 처참해 이걸 어떻게 캐쥬얼한 만화로 만들 수 있을까, 막막하기도 했어요.



                                                                      _5화 <반달가슴곰> 편에서


6. 꼭 소개하고 싶었지만 소개하지 못한 멸종위기동물의 이야기가 있다면, 간략하게 소개부탁드립니다.


얼마 전 말도 안 되는 숫자의 조류가 살처분을 당했죠. 만화에 새를 다루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어요. 수리부엉이, 독수리, 원앙, 두루미, 저어새 등 위기 조류도 많거든요. 그 외에도 담비, 삵, 구렁이, 금강제비꽃, 깽깽이풀 같은 생명체에 대한 이야기도 꺼내면 좋을 것 같았어요. 특히 삵은 로드킬로 죽곤 하는데 차량 제한 속도를 지키고 생태 통로를 확충해나간다면 사고가 줄어들 수 있어요. 


7. 멸종위기종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멸종위기종이 멀리 외딴 곳에 있다는 생각에 많은 분들이 더 막연하게 떠올리시는 것 같은데요. 특수하고 복잡한 비책이랄 건 없어요. 1회용품보다는 재활용품을 쓰고, 육식은 가급적 줄이고, 물과 전기와 연료 등의 에너지를 무절제하게 쓰지 않는 일,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거예요. 아주 간단히는 같이가치에서 진행하는 캠페인에 댓글만 달아도 되요. 댓글이 보호활동의 기부금이 되거든요. 좀 더 관심이 생기신 분들은 녹색연합의 회원이 되시는 건데요. 이곳의 활동가 분들이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해 여러 방면에서 힘써주시고 있어요. 저도 작년에 가입한 신입인데 매달 관련 소식과 잡지를 받아볼 수 있어 좋답니다.


환경운동 시민단체 녹색연합 http://www.greenkorea.org/ 


8. 마지막으로 <천년만년 살 것 같지>를 사랑해주신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미흡한 만화를 응원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해요. ‘천년만년 살것같지’라는 말은 멸종위기종이 인간에게 던지는 말이기도 하고 동시에 인간이 인간에게 전하는 말이기도 한데요. 사실 열 편의 만화를 문장으로 줄이면 “우리 모두는 유한하기에 서로의 연결성을 사고하고 각자의 시공간을 존중하며 연대해야 자존과 존엄을 잃지 않고 살 수 있다”는 말이 될 거예요. 매화마다 하는 말이 엇비슷하게 느껴지셨을 텐데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_7화 <꿀벌> 편에서


[독자분들께서 직접 남겨주신 질문]


1. 꿈틀이님

"멸종위기종이 많은데 10종으로 추리시느라 힘드셨을 것 같아요.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말씀대로 멸종위기종의 수는 굉장히 많은데요. 특히 이 10종은 녹색연합 활동가 분들이 현장조사를 통해 자료수집과 현황파악을 열심히 해주신 동식물군이라 우선해서 만화로 담게 되었어요. 우리에게 가깝게 느껴지는 포유류 외에도 꿀벌, 연산호, 맹꽁이, 연어, 구상나무 등 다양한 종을 함께 선보이고 싶었고 전세계로 범위를 넓히기 전에 국내의 위기종부터 조명하려고 했어요.


2. 박카스 매니아님

"마감하면서 가장 힘드셨던 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콘티를 짤 때 선명한 선악구도로 빠지지 않게 조심했는데 쉽지는 않더라고요. 인간의 잘못이 너무 크니까요. 그래서 부제가 멸종위기종을 위한 반휴머니즘 만화인데, 사실 의인화라는 게 명백한 인간 입장이라 공존을 위한 당부나 호소를 할 때 고민이 많았어요. 콘티 작업이 끝나는 시기부터는  노동성이 짙어지는데요. 이미지는 수채로, 텍스트는 손글씨로 만들다보니 작업대와 물통 주변으로 고양이들이 질주할 때 아찔하곤 했어요. 


"천년만년 살 것 같이 ‘시즌 2’ 계획, 혹시 있으신가요?"


연재는 10화에서 끝이 났는데, 아마도 이야기를 더 이어가게 될 것 같아요. 웹툰으로 선보인 것보다 더 많은 분량의 작업이 만화책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자료조사, 회의, 콘티, 의견조율, 스케치, 채색, 스캔, 포토샵, 편집까지 만화로 가는 머나먼 강을 다시 한 번 건너게 되었어요. 


3. 김진영님

"현재 작업 중이시거나 앞으로 예정된 작품 활동이 있으신가요?"


지금은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어요. 연재 기간 동안에도 연천 주민들을 만나 취재하면서 일종의 구술사 일러스트레이션을 진행하고 있었고 전시는 6월에 열어요. 이 일과 지금 만화를 갈무리 하면 퀴어 독립출판사와 그래픽 노블을 만들 것 같아요. 언젠가부터 저 말고도 작업대에 앉아있는 수많은 여성 작가들을 생각하면 힘이 나고 위안도 받는데요. 앞으로도 잊혀지고 지워지는 존재들, 무력해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대상에 대한 작업을 꾸준히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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