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 개나 주라고 그래.
2009년 2월, 이명박 대통령은 당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일본 닌텐도社의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DS를 보고 왜 우리는 닌텐도를 만들지 못하냐고 일갈했다.
그 후 명텐도라는 오명을 쓴 게임기가 잠시 시장에 나왔다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당연한 일이다. 게임기의 핵심인 콘텐츠가 없는데 하드웨어 하나 비슷하게 만들었다고 히트를 칠 수는 없는 일이니까.
그 뿐이 아니다. 2009년 11월에는 생방송으로 진행된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4대강을 유유히 헤엄쳐 다니며 수질감시를 하는 로봇 물고기 개발 계획을 내놓는다.
국민들의 슬픈 예감은 왜 틀린 적이 없는지, 이번에도 생산기술연구원을 주축으로 개발된 로봇 물고기는 감사원의 감사결과 수질 감시는커녕 초당 23cm를 헤엄치는 꼴사나운 모습을 보였고, 국가 예산의 사용에 대한 개발결과보고서 등에서 연관도 없는 특허 실적을 갖다 붙여 성과를 부풀리는 사기극을 펼친 것이 드러났다.
2016년 초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이후, 정부는 한국형 알파고 개발에 5년간 1조원의 국비를 들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사업의 컨트롤타워는 당연 미래창조과학부가 될 것이다. IT기술에 대한 컨트롤 타워는 국민의 정부(김대중)와 참여 정부(노무현)에서는 정보통신부가 그 역할을 해왔으나 이명박 정부에서 지식경제부로 다시 박근혜 정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로 변경 되었다. 탄핵이 기각되고 분노한(?) 박근혜 대통령이 유신헌법으로 영구집권(?)하지 않는 이상 정보통신 기술의 컨트롤 타워는 다음 정권에서도 또 바뀔 것이다.
대한민국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국가 컨트롤 타워의 부재, 포켓몬GO는 고사하고 우리 IT기술은 그간의 헛발질을 몇 년쯤은 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산업과 시장에서 동떨어진 정부출연기관의 연구원들과 대학교수들 몇몇이 자신들만의 고도한 미래 기술 개발을 위해 얼마의 예산을 증발시킬지 모를 일이고, 또 다시 선진국의 기업들이 소비자의 눈과 귀를 단번에 홀려 버리는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놀라워 할 것임은 불 보듯 뻔 한 일이다.
닌텐도라는 기업을 말 할 때 빠질 수 없는 인물이 이와토 사토루 사장이다.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 DS와 온 가족이 체험하며 즐기는 가정용 게임기 Wii로 닌텐도를 전 세계 게임계의 제왕으로 복귀시킨 영웅이 바로 사토루 사장이이다.)
우리나라의 스펙우선주의로 보면 그는 학사 출신의 중소기업 재직 프로그래머일 뿐이었다. 하지만 일본은 달랐다. 그가 갖고 있는 실력 자체를 업계 모두가 주목했고, 닌텐도를 창립하고 경영해온 야마우치 가문의 야마우치 히로시 사장은 경영수업을 거쳐 그에게 대표이사직을 물려준다.
만약 이와토 사토루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아마도 사원모집공고에 있는 ‘석사 이상 지원 가능’이란 문구에 세상을 비관하는 청년실업자 중 한 사람 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진정으로 포켓몬GO와 같은 킬러앱을 개발하고 싶은 기업이나 정부기관이라면 자신들이 내는 헛된 스펙요건으로 가득한 직원 모집 요강을 다시 한 번 살펴보길 권한다. 이거 하나만 고칠 수 있어도 대한민국은 혁신과 변화를 체감할 것이다.
2016년, 전 세계가 주목하는 불세출의 자본가, 손정의가 ARM이라는 회사를 인수했다.
ARM이라는 회사는 영국에서 설립된 비메모리 반도체 전문기업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가 RAM이라고 할 때, 비메모리 반도체라 함은 CPU를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ARM이 만들어낸 비메모리 반도체는 우리 생활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휴대폰, 인터넷 공유기 등등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손정의는 10년 후 사람들은 내게 어떻게 그렇게 싼 가격에 인수했냐고 물어 볼 것이라며 자신 만만하게 234억 파운드(약 36조원)을 들여 ARM社를 인수했고, 같은 시각 삼성의 이재용은 실세 대통령 최순실의 딸을 보살피느라(?) 정신이 없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삼성이 ARM을 인수했다면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비메모리 반도체까지 호령하며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삼성이라는 대기업은 상속세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개인사업자 수준의 통찰에 머물러 있는 조직이니 무엇을 바라랴.
제목으로 단 '왜 한국은 포켓몬GO를 못 만드나?' 의 또 다른 답을 2015년 손정의의 ARM 인수에서 찾아보고 싶다. 결국 미래를 대비하는 기업과 현재에 안주하는 기업의 차이다.
한국의 대기업은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지 않는다. 새로운 기술은 시장의 강자가 나타나 모든 위험성을 검중했을 때, 노동자들을 짜내서 ‘me too’를 외치며 따라가면 된다. 물론 정부와 국민은 언제나 그렇듯 열렬한 지지를 보내주고 호갱이 되어준다. 이렇게 우물 안 개구리 재벌은 좁은 우물 속에서 외치는 자신의 개굴 소리를 사자후로 착각하며 살아왔지만 안타깝게도 우물물이 마를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4차산업혁명? 개나 주라고 그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