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행기는 2018년 한국관광공사 둘레길 취재여행 후 작성된 콘텐츠입니다.
국내에는 생각보다 좋은 여행지가 많이 있습니다. 혼자 처음으로 다닌 여행지도 국내였고, 해외 유명 여행지를 다녀올 때도 “우리나라에도 이곳 못지않게 좋은 곳이 많은데… 우리나라 여행지도 이곳만큼 여행 인프라가 많이 발전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최근 많이 발전했지만 아직 우리나라엔 여행 인프라가 부족한 곳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이는 유명 여행지와 그렇지 않은 여행지를 가면서 많이 느끼게 되는 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인프라가 부족한 곳이라 해도 여행지 자체가 나쁜 곳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더 좋은 느낌 그리고 역사와 문화에 대한 깊은 감명을 받을 수 있는 좋은곳도 많이 있었습니다. 이번에 다녀온 여행지 거창 문화유산여행길. 조금은 길게 느껴진 둘레길에서 긴 감동도 같이 느꼈습니다.
문화유산 여행길 01코스
거창 문화유산 여행길은 조선 중기 충신 동계 정온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 선생이 은둔했던 모리재를 찾아보고 수승대 주변의 문화유적지를 도보로 둘러보고 돌아오는 여정의 문화유산 여행길입니다. 유명세를 따라 형성된 최근의 여행지와 달리 옛 선비들의 멋과 흥을 찾아 거창에서 문화유산 여행길을 떠나 숲길을 걸으며 역사, 그리고 문화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둘레길이며 총 2개 코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문화유산여행길01코스와 02코스의 차이점
전체적인 루트는 비슷하지만 02코스의 경우 험한 산길인 모리재로 가는 길을 제외한 나머지코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외 전체적인 둘레길 루트는 같습니다.
이른 아침. 첫 서울남부터미널에서 첫 버스를 타고 거창으로 향했습니다. 처음 가보는 거창.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분다’ 촬영지 수승대만 알고 있는곳 거창. 그곳에 조선 중기 충신 중 한명인 동계 정온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 걸을 수 있는 둘레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영화 남한산성을 통해 조선 중기 광해군 그리고 인조 시대 배경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후 여러 인물 이야기를 찾다가 정온 선생의 이야기를 보게 된 것이죠. 충절, 충신의 표본으로 여겨지는 동계 정온 선생. 유교와 성리학을 좋아하지 않는 제 입장으로 처음에는 그 충성에 대한 행동이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내가 그 사람이 되어보자 생각해보니 문득 정온 선생의 행동을 이해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결국 쉬는날, 그의 발자취를 걸어보자는 마음으로 바뀌었습니다.
남부터미널에서 거창버스터미널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3시간30분 정도 걸렸습니다. 평소대로라면 20분 더 빨리 도착하는 거였는데 안외를 거쳐 돌아오는 바람에 20분이 더 걸린것이죠. 제 어릴적과 달리 요즘은 고속도로가 여러 군데 많이 개통되어 왠만한 지역은 4시간 이내에 도착하는 듯합니다. 확실히 여행하기 좋아졌습니다.
거창버스터미널에 도착 후 바로 정온선생종택으로 가는 길을 알아보았습니다. 시골에서 운행되는 버스는 서울과 달리 버스번호가 따로 없고 농어촌 버스로 종점과 종점명으로 이름이 지어진 버스가 있습니다. 간혹 시간대 마다 종점이 바뀌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탈 버스는 거창버스터미널 옆 서흥여객버스터미널에서 농어촌버스 거창-위천 방면 버스였습니다. 배차 간격은 30분 이었고 거창에서 위천면 강동정류장까지의 시간은 40분 정도 걸렸습니다.
강동정류장에서 걸어서 3분. 멀리 정온 선생 종택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넓지 않지만 점점 노랗게 물드는 논밭이 보였습니다.
정온 선생은 조선 중기의 문신입니다. 1610년 광해군 2년, 별시 문과에 을과로 급제하였고 광해군 때 영창대군의 처형을 반대하다가 10년간 귀양살이를 했고, 병자호란 때 인조가 청나라에 굴복하자 절명시를 남기고 자살을 시도했으나 목숨을 건져 고향은 거창으로 내려와 모리재에 은거하여 생을 마감했다고 합니다.
정온선생종택에는 현재 후손들이 살고있으며, 한옥스테이로 활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문화유산여행길의 시작점 정온선생종택.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 오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작은 마을을 따라 걷는 문화유산여행길의 시작. 정겨운 모습에 저절로 힐링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조금씩 산으로 올라가면서 희미해지는 길. 정돈되지 않은 둘레길. 몇 번이나 길을 헤매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되지 않아 제대로 된 길을 찾았지만 정비가 안된 것은 조금 아쉽게 다가왔습니다. 조선시대에 이 길은 얼마나 더 험난한 길이었을지 조금 짐작 가기도 하구요. 그래도 산에서 걸어가며 바라보는 거창 위천면은 정말 보기에 좋았습니다.
성령산을 넘어 현성산까지 올라가며 모리재 가는길은 생각보다 힘들지만 나름 괜찮았습니다. 오랜만에 산행을 해서 그런걸까요?? 해발고도가 높은 산은 아니었지만 뭔가 정복한다는 느낌마저 들었죠. 그렇게 현성산을 넘어 모리재가 가까워지는데…
멀리 ‘입산금지’ 라고 적힌 현수막을 보게됩니다. 이상했습니다. 한국관광공사 두루누비 사이트와 카카오맵 둘 다 확인한 결과 분명히 잘못된 길이 아닌 정확한 길인데 관리가 안된건지 왜 이런 현수막을 보게된걸까요?? 일단 이곳을 지나가니 넓은 들판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하염없이 걷다 길을 또 다시 헤메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참 여행을 하다 위기에 봉착할 때도 많지만 그만큼 생각치 못하게 도움을 받아 위기를 벗어난 적이 많았습니다.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마침 이곳을 지나가던 현지인 어르신 부부의 도움을 받아 길을 찾고 그제서야 거창의 아름다운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었습니다.
모리재 이야기
경상남도유형문화재 제307호로 지정된 모리재는 조선 중기 문신 동계 정온 선생이 여생을 보낸 곳이며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는 뜻에서 모리재 라는 이름이 지어졌습니다. 전체적으로 남부형 민가의 형식을 띈 조선시대 건축물이며 1921년에 개보수하여 현재의 모습으로 남아있습니다.
단아하고 고결한 느낌을 가진 모리재. 정온 선생이 마지막 여생을 보낸 이곳에서 온전한 느낌을 담을 순 없었지만 그래도 제 나름의 느낌을 담아 사진을 몇 장 찍어보았습니다. 그리고 5km를 걸어온지라 이곳에서 조금 휴식을 취해봅니다.
다시 발걸음을 옮겨 이번엔 강선대로 향하기 시작합니다. 현성산 중턱에 위치한 모리재에서 조금 걸어가면 나오는 아름다운 마을. 강선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강선대 정보(위치 : 경상남도 거창군 북상면 농산리)
강선대는 조선 인조 시절. 동계 정온 선생이 남한산성에서 고향으로 돌아와 살았던 덕유산 모리재 초입에 있는 명소입니다. 노송 한그루가 고사목이 되어 서 있는 바위에는 강선대라고 음각되어 있는데 옛날 신선이 내려와 노닐었다는 전설을 지니고 있습니다.
위쪽으로는 병곡천과 성천이 만나는 두물머리 아래 운청폭포, 덕산정 등이 강선대로 이어져 흐르고 있으며 강선대 아래로 용수막의 고인돌 등 오랜날의 역사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아름다운 마을 강선대. 신선이 내려와 놀았다는 뜻이 담겨있다는데 실제로 보니 진짜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생각할 정도로 아름답고 우리나라 고유의 멋이 있는 마을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조금 쉬다 더 머물고 싶었지만 날이 생각보다 일찍 어둑해지는 바람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농산리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조금만 걸어가면 보이는 노랗게 여무는 논밭 그리고 농산리 석조여래입상 이라는 불상이 있는곳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농산리 석조여래입상
경상남도유형문화재 제36호로 지정되어 있는 농산리 석조여래입상은 거창 농산리의 낮은 야산 기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 불상은 전형적인 통일신라시대 불상양식을 따르고 있으며, 신체에 비하여 다소 머리부분이 크고 전체적으로 후덕한 느낌의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만들어진 시기는 통일신라 700년 전후로 추정되고 있으며, 규모가 비교적 크고 정제된 조각수법으로 만들어져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건축물은 불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에 조금 건축물에 대해 관심을 가질 때 여러 사찰과 불교문화재를 같이 보곤 했습니다. 대부분 고려 그리고 조선시대 문화재였는데 실제로 통일신라시대에 지은 불교문화재를 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바로 농산리 석조여래입상 이었습니다. 농산리에서 조금 산속으로 걸어가면 외로이 서 있는 불상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농산리 석조여래입상을 보고 난 뒤 용암정으로 가는길. 오랜만에 가을을 알리는 듯 노랗게 여무는 논밭을 보며 저절로 힐링을 합니다. 길도 너무 아름다워 잠시 멈춰서 셀카를 여러번 찍어보기도 합니다.
용암정 정보
경상남도문화재자료 제253호로 지정된 용암정은 1801년(순조1년)에 건립되었고 1864년(고종1년)에 중수하였다고 합니다. 위천 강변에 위치하고 있고 바위와 물 경관을 바라보기 좋은 위치에 있습니다. 현재는 용암정 안으로 들어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용암정을 지나 수승대로 가는 길. 산길을 따라 그리고 옆에는 눈으로 보기에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운 계곡을 바라보며 길을 걸어갔습니다. 아름답다는 표현이 부족할 만큼 자연이 만든 예술작품을 보며 걷는 문화유산여행길. 그 길의 끝에는 수승대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수승대 정보
수승대는 백제와 신라가 대립할 무렵 백제에서 신라로 가는 사신을 전별하던 곳으로 처음에는 돌아오지 못할 것을 근심하여 근심 수, 보낼 송 자를 써 수송대라 불렸습니다. 이곳은 속세의 근심 걱정을 잊을 만큼 승경이 빼어난 곳이란 뜻으로 불교의 이름에 비유되기도 합니다. 1543년 퇴계 이황 선생님이 이름을 수승대로 명명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조인성 송혜교 주연의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분다’의 촬영장소로 유명한 수승대. 거대하지는 않지만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이곳에 걸음이 저절로 느려지고 사진을 이곳 저곳 담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물살이 세 조금은 위험할 수 있어 약간 거리를 두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눈으로도 담기 좋았지만 단지 눈으로만 담기엔 너무 아쉬움이 클 거란 생각이 들어 열심히 셔터를 눌렀습니다.
수승대를 구경하고 다리를 건너면 보이는 세익스피어 동상. 이곳이 수승대 유원지 입니다. 공휴일에 간 곳이라 사람이 많이 없었는데 평소엔 야영도 할 수 있고 쉼을 얻기 좋아보이는 곳입니다. 마지막으로 정온 선생 종택으로 돌아오는 길. 가을이 지나가는 무렵이라 그런지 이전보다 해가 빨리 떨어지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다가오는 때. 문화유산여행길 01코스를 다 돌고 다시 거창터미널로 돌아왔습니다. 옛 선조의 유산 그리고 동계 정온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길. 조금은 힘들었지만 역사적 지식과 더불어 조금의 감동을 느끼고 다시 서울로 돌아갔습니다. 저는 유명 여행지 그리고 사진 찍기 좋은 여행지를 좋아하는 편이고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가졌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뜻 깊고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하는 문화유산여행길과 같은 여행지를 한번 다녀오시는것은 어떨까요??
[필수 정보]
걷기 여행 코스 : 정온선생종택 출발 - 4.8km - 모리재- 2km - 강선대- 1km- 농산리석조여래입상-1.3km-용암정-1.8km - 수승대 - 1.1km - 정온선생종택 도착 코스로 문화유산과 빼어난 자연경관을 볼 수 있도록 12km에 약5시간 정도 소요됩니다.(단, 해설을 겸할경우 추가적인 시간이 소요될 수 있으며, 등산화 착용이 필요함 )총 소요 시간 : 2~40대 남자 기준 3시간. 조금씩 쉬며 섬의 비경을 구경하면서 둘레길을 걸어갈 경우 조금 시간의 여유를 두어 3시간 30분 정도 생각하시면 됩니다.
둘레길 난이도 : 2~40대 남자 기준으로 약 5시간 정도 걸리며 천천히 둘러볼 경우 약 6시간 정도 걸리는 길입니다. 난이도의 경우 정온선생종택에서 모리재 까지는 산 두개를 넘어가야 하기때문에(성령산, 현성산 등) 중급 이상의 난이도로 실제로 문화유산여행길을 찾는 여행자도 트래킹여행 전문기자 혹은 산악회 비중이 높습니다. 단. 천천히 걸어가면 충분히 여행할 수 있는 길이며, 모리재 이후 둘레길 코스는 원만한 코스이기에 트래킹을 즐기시는 분들께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출발점 가는 방법 : 서울을 기준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남부터미널 혹은 동서울 터미널에서 거창행 시외버스를 타고 거창 터미널에 도착합니다.(19200원, 우등 24300원) 서울에서 고창까지의 시간은 약 3시간 10분 정도 됩니다.
거창터미널 옆에 위치한 서흥여객버스터미널에서 농어촌버스 거창-위천 방면 버스를 이용해 강동 정류장에서 하차(버스비 1000원)후 걸어서 3분거리 정온선생종택에서 문화유산여행길01코스 시작하시면 됩니다.
사진찍기 좋은 곳 : 모리재 그리고 강선대마을과 수승대 부근이 사진을 찍기 좋습니다.
중간에 휴식 취하기 좋은 곳 : 정온선생종택에서 모리재 까지 가는 길은 성령산 헬기장을 제외한 다른곳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모리재 혹은 강선대마을 그리고 수승대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추천 여행 시기 : 논과 밭이 노랗게 여무는 가을을 추천합니다. 평소에도 배경이 좋은 거창이지만 가을만큼 좋은 색을 눈에 담을 수는 없을겁니다.
누구랑 함께 가면 좋을까? : 걷기 여행을 좋아하는 지인 혹은 트래킹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면 좋은 여행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