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콘텐츠는 2018년 한국관광공사 의뢰로 다녀온 경상남도 남해군 남해 바래 길 5코스 둘레길 취재여행 후 작성되었습니다.
국내의 여러 여행지를 돌아다녔지만 남해는 제가 한 번쯤 꼭 가보고 싶었던 곳입니다. 왠지 상상만으로도 힐링이 되고 마음속 응어리가 씻겨 나올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저의 바람은 주위에서 다들 한 번쯤은 꼭 다녀오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도 한몫했습니다. 그런데 이곳을 겨울에 다녀오게 될 줄이야… 남해를 겨울에 다녀온다는 이야기를 주위 사람들에게 하니 다들 겨울 바다가 매력적이라고 나중에 사진을 보여달라고 합니다. 겨울바다의 로망을 가진 남해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번 떠나보기로 합니다.
남해바래길 5코스 화전별곡 길 이야기
“바래”는 옛날 남해 어머니들이 바다를 생명으로 여기고 가족의 생게를 위하여 바다가 열리는 물때에 맞추어 갯벌에 나가 파래나 미역, 도동 등 해산물을 손수 채취하는 작업을 말하며, 그때 다니던 길을 “바래길”이라고 합니다. 그중 화전별곡 길은 남해군 삼동면 내산을 중심으로 미조면 천하 몽돌 해수욕장에서 내산을 넘어 독일마을을 지나 물건 방조어부림까지 이어지는 14.7km 구간의 둘레길입니다. 바다, 산, 강을 두루 접하면서 조선 중기 문신 자암 김구 선생의 화전별곡에서의 유유자적한 삶을 느낄 수 있고, 남해의 옛 이름 “화전”의 본 뜻을 체험할 수 있는 길입니다.
남해 공용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약 50분. 저 멀리 바다가 보이고 한가로운 어촌 마을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남해 농어촌버스는 버스에 따라 다르지만 안내방송이 안 나오는 경우 그리고 벨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이럴 땐 버스기사님께 행선지를 여쭤보고 행선지에 도착할 때에 내려달라고 요청을 해야 합니다. 저는 천하마을을 조금 지나쳐 내렸습니다. 서울의 버스에 익숙한 저에게는 생소한 환경이었죠.
천하마을(천하 몽돌해수욕장)
남해바래길 5코스 화전별곡 길의 시작점은 천하마을 그리고 천하 몽돌해수욕장입니다. 그리고 이곳은 남해바래길 4코스 섬노래 길과 5코스 화전별곡 길의 시작점 이기도 합니다.
비가 주인공인 “드라마 상두야! 학교 가자!” 초여름 풍경 촬영지였던 천하(川下) 마을은 내천 아래에 있는 마을이란 뜻을 가진 마을 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름대로 바다로 흘러드는 하천이 있죠. 이는 미조면 사람들의 식수원 이기도 한데 수원지는 천하 저수지인데 그곳에서 맑은 물이 흘러 내려옵니다.. 주변 해수욕장에 비해 잘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느 일반 해수욕장에서 느낄 수 없는 매력을 가진 곳이기도 합니다.
천하마을을 지나 내산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은 생각보다 험하진 않지만 구불구불 이어진 산행로를 갑자기 오르다 보니 조금은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갈대길을 걸어 다니며 간간히 보이는 남해의 전경을 바라보며 조금 쉬니 마음이 조금은 씻겨 내려가고 이내 편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죠.
내산 전망대
내산을 약 한 시간에서 두 시간 정도 오르고 나면 남해의 아름다운 전경을 볼 수 있는 팔각정이 있습니다. 한려 정이라는 팔각정이 있는 이곳은 내산 전망대입니다. 이곳에 올라와보니 한 중년부부가 있었습니다. 아래 편백 자연휴양림에서 올라와 이곳 내산 전망대에서 남해바다를 바라보며 한참을 감상하고 있었습니다. 무언가 고민이 있었고 이를 남해 전경을 보며 풀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는데 자연이 주는 힐링이 무엇인지를 한 번쯤 다시 생각하게 되더군요. 그저 “좋다”라는 단어만으로 표현이 안 되는 무언가가 있는 자연 속에서의 힐링…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저도 멍하니 전망대에서 남해바다를 바라보며 멍하니 힐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내산 전망대는 사람이 넋 놓고 바다를 볼 수밖에 없는 마성의 공간인 것 같습니다.
남해편백 자연휴양림
1998년에 개장한 남해 편백 자연휴양림은 천하마을 위에 내산을 넘어가는 곳에 위치한 편백나무가 울창한 숲입니다. 산림청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는 편백 자연휴양림은 드넓은 바다와 감성적인 공간이 떠오를 거 같은 남해의 기존 이미지과 다르게 내산 안쪽에 편백, 소나무와 단풍나무가 울창하게 군락을 이루고 있고 이로 인해 피톤치드라는 단어가 저절로 떠올려질 만큼 내륙과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자연휴양림은 국립시설로 산림청에서 관리합니다. 총 39개의 휴양림이 있는데 편백을 휴양림 이름으로 딴 곳은 남해 편백 자연휴양림이 유일합니다. 실제로 남해바래길 5코스 화전별곡 길을 다녀온 사람들은 편백 자연휴양림을 다녀오고 내륙여행을 다녀온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곤 하죠.
늦가을 단풍여행 명소로 유명한 남해 내산 서당처 마을과 내산 저수지는 겨울에는 온전한 매력을 느끼기 쉽지는 않았지만 도시생활을 하는 저에게 있어 가끔씩 여행을 통해 찾는 시골마을의 정서와 정취는 색다름과 동시에 정겨움을 느끼게 되는 그런 곳입니다.
서독 파견 광부 간호사의 여생을 보내는 작은 독일마을
남해 독일마을은 1960~70년대 어려운 시기에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독일로 파견된 광부 간호사로 헌신한 독일 거주 교포들을 위해 고국으로 돌아와 함께 모여 살며 우리나라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도록 남해군에서 조성한 마을입니다.
2001년 남해군이 부지와 연결도로 수도시설, 전기시설 등의 인프라를 제공하고, 독일에서 거주하던 광부, 간호사들이 직접 개별적으로 부지를 구매하여 독일식 가옥을 짓기 시작하여 마을이 조성되었는데 건축자재의 경우 독일에서 직접 가져온 자재와 독일 양식의 주택으로 건립되었습니다. 2006년 방영된 MBC 드라마 환상의 커플을 통하여 전국에 알려진 독일마을은 KBS 1박 2일 등 여러 방송을 통하여 현재는 유명한 관광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보통 독일마을에 대한 평이 좋은 경우도 있지만 즐길 거리가 없어 별로라는 이야기를 사람들이 많이 하곤 합니다. 이 부분은 당연한 이야기라 생각이 드는 게 원래 독일마을은 파독 광부 간호사들 분들이 고국인 대한민국에서 여생을 마칠 수 있도록 조성된 마을입니다. 독일에서 들여온 자재로 파독 광부 간호사 분들이 살았던 독일의 분위기와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어져 관광의 요소가 있을 수 있겠지만 애초에 이 마을의 설립목적은 관광마을이 아닌 이들의 생활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관광시설이 들어서 있지만 실제 사람이 사는 마을이기에 단순한 관광지와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분위기는 많이 다르지만 북촌 한옥마을과 비슷한 성향을 가진 곳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는 이곳 독일마을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곳으로 가려고 했지만 교통편의 문제도 있고 무엇보다 독일마을에 대해 자료를 찾던 충 이곳에 관련된 이야기에 감동을 받아 하루 머물면서 독일마을의 정취 그리고 이곳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고 싶었던 이유가 강했습니다. 최근엔 관광마을로 많이 알려지면서 본래의 마을 설립 취지와 조금 달라진 것도 있지만 그래도 독일마을 그리고 몇십 년 전 파독 광부와 간호사 이야기를 접하다 보니 이곳이 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독일마을에서는 파독 박물관 그리고 원예에 술촌에서의 정원을 감상하는 것 그리고 여러 가지 독일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특히 저는 슈니첼과 굴라쉬에 눈길이 가 저녁식사로 슈니첼과 굴라쉬를 주문했습니다. 상당히 맛이 있고 색다른 느낌이라 좋았죠. 남해는 저에게 있어 색다른 매력과 음식을 많이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곳입니다.
물건 방조어부림
독일마을에서 조금 내려가면 보이는 작은 어촌 물건마을. 이곳에 위치한 물건 방조어부림은 남해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반원 형태로 이어진 물건마을 해안을 따라 느티나무, 팽나무, 푸조나무, 이팝나무, 모감주나무 등 여러 종류의 나무가 완만한 곡선형으로 이어져 바다와 육지의 경계를 나누는 녹색 띠를 두르는 모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곳의 길이는 1.5㎞정도에 총면적은 약 2만 3438 m2에 다다른다 합니다.
물건 방조어부림은 이름 그대로 강한 바닷바람과 해일 등을 막아 농작물과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방조 숲으로 물고기가 살기에 알맞은 환경을 만들어 물고기 떼를 유인하는 어부림의 역할도 같이 하고 있습니다.
물건 방조어부림을 이루고 있는 식물을 살펴보면 높이 10∼15m인 팽나무, 푸조나무, 참느릅나무, 말채나무, 상수리나무, 느티나무, 이팝나무, 무환자나무 등의 낙엽활엽수와 상록수인 후박나무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 300년 이상 된 수종이 많아 천연기념물 제150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습니다. 현재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과 평소에 볼 수 없는 식물 등이 한 곳에 모여 있습니다만 겨울에는 이러한 매력이 조금 떨어지는 것 같아 살짝 아쉽습니다.
물건 방조어부림을 기준으로 바다 쪽으로는 산책하기 좋은 몽돌해변과 아름다운 물건항이 자리 잡았으며 오른편 방파제 쪽으로는 누구나 요트를 쉽게 배울 수 있는 남해군 요트학교가 있습니다.
물건 방조어부림에서의 짧은 힐링을 마치고 다시 독일마을로 돌아와 파독 박물관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노력 그리고 절박한 이야기를 듣고 이를 통한 대한민국의 발전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둠이 다가오는 독일마을의 한 펜션에서 하룻밤을 보냅니다. 남해바래길 5코스 화전별곡 길을 여행하며 자연이 주는 힐링 그리고 독일마을에서 느낀 역사의 한 흐름과 감동이 담긴 이야기는 여행하는 시간 동안 저에게 잔잔하면서도 거친 마음속 울림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이 마음속의 울림을 여러분께 전달하고 싶었고 또 기회가 된다면 같은 코스를 여행하시면서 제가 느꼈던 감동을 한번 느끼셨으면 합니다.
[필수 정보]
걷기 여행 코스 : 천하 몽돌해수욕장 - 남해편백휴양림 - 나비 생태공원(나비&더 테마파크) - 화암교 - 독일마을 - 물건 방조어부림. 출발지점은 천하 몽돌해수욕장에서 시작되며, 도착지점은 물건 방조어부림에서 코스가 종료되는 비순 환형 둘레길입니다. 기존 나비 생태공원 그리고 화암교는 보수공사 중인 점 그리고 독일마을 가는 길목에 있는 작은 교량이라는 특성 외 다른 특징이 없기에 동일 코스 내 인상적인 풍경을 볼 수 있는 내산 저수지와 내산마을을 보고 가는 것도 좋다 생각합니다. 총 14.7km. 약 5~6시간 소요.
둘레길 난이도 : 코스 초반 천하마을에서 내산 전망대까지 산을 오르는 코스가 있습니다. 내산은 해발 400mm 수준의 산이지만 구불구불 이어진 등산로가 생각보다 길어 초심자는 조금 힘들 수 있습니다. 내산 전망대 이후의 코스는 남해편백휴양림까지 내리막길로 조금 쉬워지고 남해편백휴양림에서 독일마을까지는 대부분의 코스가 평지로 쉬운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2~30대 남성 기준으로 5~6시간 소요되며 휴식시간을 넉넉하게 잡는다면 6시간 이상 소요되는 거리입니다.
출발점 가는 방법 : 남해를 여행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많지 않은 교통편이 그 이유인데요. 그래서 자차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 여러 가지 루트가 있습니다.
남해 공용버스터미널을 기준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남해 공용버스터미널에서 남해-미조 방면 농어촌 버스 탑승 - 천하마을 하차 - 남해바래길 5코스 화전별곡 길 걷기 여행 시작.
남해 농어촌 버스의 경우 벨이 없거나 안내방송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버스 탑승 시 버스기사님께 행선지를 알려주는 것이 편안한 여행을 하는데 도움이 되실 거라 생각합니다.
참고로 남해는 기차역이 없습니다. 남해 공용버스터미널 혹은 복천역에서 다른 교통편으로 갈아타야 합니다. 서울에서 출발하는 경우 당일치기 여행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그 이유는 소요시간의 문제 그리고 남해 농어촌 버스의 배차간격으로 인한 문제도 있기에 가급적이면 시간을 넉넉히 두고 여행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사진 찍기 좋은 곳 : 남해는 정말 예쁜 포인트가 상당히 많습니다. 어디 하나를 콕 집어서 좋다 할 수 없고 천하 몽돌해수욕장부터 종료 지점인 물건 방조어부림 모두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하나하나 멋진 장소라 할 수 있습니다. 어디서든 당신의 사진은 인생 샷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중간에 휴식 취하기 좋은 곳 : 둘레길 여행 중 중간에 내산 전망대 그리고 남해편백휴양림 그리고 독일마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내산마을이나 화암교 쪽은 쉴만한 공간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추천 여행 시기 :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겨울도 좋고 초여름이나 가을에 화전별곡 길을 여행한다면 더 멋진 여행이 될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그만큼 매력적인 장소가 남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