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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양이야기 Jul 15. 2024

인권 확장 가능성

<프랑켄슈타인> 수업 후기

 이 책을 읽기 전에 <리쾨르가 들려주는 해석 이야기>를 읽었다.


문명은 인간다움에 필요하기는 해도 충분하지는 못합니다. 문화는 상상적이며 창조적입니다. 따라서 인간다움을 충분하게 하는 것은 바로 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p.105
"책은 쓰는 행동과 읽는 행동을 두 편으로 갈라놓는다. 이들 두 가지 사이에는 아무런 의사소통도 없다. 독자는 글 쓰는 행동을 결여하고 있으며, 저자는 읽는 행동을 결여하고 있다!" p.118


 문화를 느끼며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과 상황에 공감해 볼 수 있다면 역사를 조금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수업을 준비하면서 책을 읽고 자신의 것을 창조해 보는 시간이 얼마나 값지고 책을 쓰는 저자의 입장이 되어보는 소중한 경험이 너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수업 말고도 다른 분야나 다른 수업에서 동일하게 느꼈던 '실사구시'가 필요하다는 거다. 문학을 읽고 실제로 창작활동을 하게 되면 어떤 결과를 얻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드디어 <프랑켄슈타인> 수업 당일이 되었다. 사실 이 책을 선정하고 나서 걱정을 하긴 했다. 짧은 축약본이 아니라 완역본을 읽어보기로 했는데 역시나 너무 두꺼운 분량을 이기지 못하고 다 읽지 못했지만 요약본을 통해 내용 숙지는 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등장인물의 성격 차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목으로 시작을 했다.

나는 현실 세계와 관련된 사실을 탐구하는 일이 즐거웠다. 반면 그녀는 시인들의 신기루 같은 창조물을 좇느라 분주했다. 내게 세상은 비밀이었고, 나는 그 비밀을 알아내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에게 세상은 텅 빈 여백이어서, 자기만의 상상력으로 그 여백을 채우고자 갈망했다. p.44


 이후 프랑켄슈타인이 가지고 있었던 큰 질문을 토대로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이야기했다.

특별히 내 관심을 끌었던 현상들 중 하나는 인간 신체, 아니, 생명을 부여받은 모든 동물들의 신체 구조였다. 나는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 대체 어디서 생명의 원리가 발생하는 것일까? p.63


 당시 여성들의 상황과 저자가 여성으로서 느꼈을 감정에 대해 책에 간접적으로 엘리자베트를 통해 발언했다는 사실을 짚어보기도 했다.

엘리자베트는 내가 떠나는 이유를 이해하고 인정했지만, 단 한 가지, 자신도 견문을 넓히고 지식을 도야할 수 있는 똑같은 기회를 가지지 못하는 점을 아쉬워했다. p.208


 마지막 괴물의 긴 발언 중에 아래 질문을 가지고 나의 생각은 어떤지 이야기하면서 자신만의 질문을 만들어봤다.

사랑과 우정을 갈구했지만 계속 거절당했다. 그런데 이것이 부당하지 않은가? 전 인류가 내게 죄를 지었는데, 나만 유일한 범죄자라는 멍에를 써야 하는가? 어째서 당신은 자기 친구를 경멸하며 문간에서 몰아낸 펠릭스를 미워하지 않는가? 어째서 자기 아이를 구해준 은인을 죽이려 했던 시골 사람을 비난하지 않는가? 아니, 이 사람들은 덕스럽고 흠 없는 존재들이겠지! 불행하고 버려진 내가 추물이니, 당연히 면박당하고 발길에 차이고 짓밟혀 마땅하겠지. 심지어 지금도 이런 불의를 생각하면 피가 끓어오른다. p.301


괴물에게 인권을 부여해야 하는가?

 

괴물은 프랑켄슈타인의 창작물이다. 창작물은 사유재산에 속하기 때문에 따로 인권을 가질 수 없도록 현행 법은 구성되어 있다. 게다가 반려동물도 개인의 자산으로 분류되어 있지 하나의 개체로 권리를 인정받지 못한다. 누군가 반려동물을 죽였다고 살인죄로 처벌받지 않으니까 말이다.


 이런 이야기가 오가면서 예전에 노비나 노예도 주인의 재산으로 취급받았던 에피소드까지 나와 더욱 열기가 높아졌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법과 제도가 변경되고 인권의 개념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아니 이 질문을 통해 알게 된 거다. 하나의 질문으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거의 기진맥진이 되어 버렸다.


 이제 드디어 창작의 시간이다. 자신만의 소설을 써보기로 했다. 전체 이야기를 나 혼자 써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체계적이거나 즉흥적일 수밖에 없다. 체계적이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즉흥적이더라도 어떤 규칙을 따라야 하는지 스스로 생각해 봤다. 배경 설정과 등장인물을 정해야 하는 것까지 이야기를 나눠봤다. 글의 제목을 먼저 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어 제목이야말로 가장 마지막에 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 나만 하더라도 책을 출판할 때 제목을 가장 마지막에 정했었다.


 소설을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쓰는데 낯선 형태의 글쓰기를 하다 보니 내용을 보여주기엔 부끄러운지 아예 보지 못했다. 그 시간에 나도 같이 소설을 쓰기로 해서 그동안 미뤄뒀던 소설 쓰기를 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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