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은 충북도의회 의사입법담당관실 입법정책팀 의정지원관
지난 19일 충북문화재단에서는 ‘지역문화활성화를 위한 기초문화재단 설립의 필요성’을 주제로 기초문화재단의 설립 필요성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민선 7~8기 전국 지역문화재단의 3분의 1이 이 시기에 설립된 걸 보면 문화는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임이 분명하다.
1988년 정부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을 통해 문화·예술의 사무를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로 규정, 2014년에는 「지역문화진흥법」을 제정했다. 이를 기점으로 전국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문화재단을 설립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현재 기초 125개, 광역 17개의 지역문화재단이 설립되어 있다. 충북은 광역재단인 충북문화재단을 비롯해 청주, 충주, 영동, 제천 4곳에 기초재단이 있다. 또한 2025년 출범을 앞둔 진천, 괴산은 재단 설립 조례는 있지만 아직 재단이 설립되지 않았다.
2023년 12월 기준 통계청에 따르면 충북은 청주, 충주, 진천, 증평, 음성을 제외하고, 나머지 6개 지역이 인구 소멸 위험지역이다. 이러한 지역에 지역문화재단을 설립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재단 설립을 위해서는 지역민의 적극적인 요구와 예산, 설립의 근거가 되는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이때 실익을 따져봐야 하는데, 구체적 성과를 도출하기 어려운 문화는 더욱 어려움에 부닥친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만들어진 지역문화재단이 제 역할을 해내려면 몇 가지 조건이 있다.
먼저, 지역문화재단은 「지역문화진흥법」의 지역문화진흥 기본원칙에 따라 단순히 지역 축제를 개최하는 곳이 아닌 지역 간 문화 격차 해소, 지역민 삶의 질 향상, 지역 문화원형 보존, 지역 예술생태계 구축, 지역 예술인 지원 등을 하는 곳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토론회 발제자인 박상언 미래콘텐츠문화연구소 대표는 “지역문화재단의 핵심 가치는 자율성·책임성, 현장성·전문성으로 사업에만 중심을 두지 말아야 한다”며 “지역문화진흥을 위해 설립된 지역문화재단의 기본원칙과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언급했다.
둘째, 지역문화재단은 문화를 생산해 내는 사람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충북에는 충북대, 청주대, 서원대를 비롯해 9곳의 대학에서 문화예술 관련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이들은 졸업 후 상대적으로 문화가 발달한 수도권으로 일을 찾아 떠난다. 지역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이들이 근무할 수 있는 일자리와 예술인들에게는 창작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지역의 예술인, 예술강사, 기업 등도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이 된다. 이들을 통해 만들어지는 문화가 지역주민문화 향유 수준과 행복의 양에 영향을 미친다.
마지막으로 지역문화재단은 정부가 문화자치 실현을 위해 정책적으로 만든 지자체 출연기관이지만 법으로는 설립에 강제성이 없다. 이는 지자체 장의 의지에 의해 지역문화재단의 설립과 해산이 자유롭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국가의 경쟁력인 저작권, 미술 유통 등은 안전한 법망 안에서 창의성을 발현하고 있지만, 정작 지역 자치에 일조하고 있는 지역 문화는 느슨한 편이다. 지역문화재단이 없어지더라도 행정기관, 문화원, 단체, 예술인 등을 통해 문화는 이어갈 수 있지만 정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전문 조직이 필요하다. 한순간 실업자가 되어야 하는 직원, 지원이 끊긴 예술인, 이로 인해 문화향유권을 잃어버린 지역주민이 나오지 않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법적 안전망이 필요하다.
지역문화재단 설립은 법으로는 강제성이 없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주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하고 있는지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도 있다. 양효석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 사무처장이 이번 토론회에서 소개한 프랑스의 작은 도시 아비뇽의 사례처럼 충북에도 기초문화재단 설립으로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축제가 지역주민들에게 1년의 삶을 책임지는 세계적인 문화행사를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더퍼블릭 / 오홍지 기자 dltmvk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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