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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같은 아빠

by 세둥맘

아빠는 머나먼 고향에서 혼자 사신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넓은 아파트를 혼자 청소하고 끼니도 적당히 식당에서 해결하시면서 그렇게 혼자 살기를 고집하신다. 실버타운 동영상도 보내드리고 아무리 설득해도 소용이 없다. 혼자 자유롭게 사는게 좋다고 하셨다. 남동생네는 더 먼 타국에 살고 있다. 남동생이 권해준 위치 추적 앱을 깔았다. 아빠의 동선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지지난해에 아빠가 어지럼증으로 혼자서 119를 불러 응급실로 간 일이 있기 때문이다. 혹여라도 아빠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평상시에 아빠는 일부러 운동을 하기 위해서라도 지하철을 몇 정거장 타는 수고로움을 가뿐히 여기고 식당으로 식사를 하러 다니신다. 항상 위치 추적 앱은 하루에 한 번 씩은 이동경로를 표시해준다. 위치 추적 앱이 조용할 때는 크리스마스나 공휴일 같이 다른 사람들이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때이다. 지난 성탄절에는 답답하게 집에만 계시는 것으로 확인되어 내 마음도 꽉 쪼아들었다. 며칠 전 앱을 확인해보니 이틀을 연달아 집에 계시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무슨 사달이 난게 분명했다. 얼른 전화를 드렸다.


감기가 드셨단다. 어제 밤에는 서러워서 우셨단다. 아플 때 혼자 있으면 서러운 법이라고 말씀드렸다. 나에게 전화를 하려다 내가 걱정할까봐 안 하셨단다. 아빠 전화하셨으면 바로 내려갔을 텐대요! 그러고는 혼자 아픈 몸을 이끌고 병원에 가서 링겔을 맞고 오셨단다. 또 곡기는 죽집에 가서 해결하고 오셨단다. 눈물이 났다. 산책을 하면서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 아빠가 편찮으신데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고작 전화를 드리는 것 뿐이었다. 아침 일찍 다시 전화를 드렸다. 아빠! 좀 괜찮으세요? 멩 그렇다. 목이 너무 아프다. 차도가 없다! 아빠! 요즘 감기가 진짜 독해요! 미지근한 물 많이 드세요!


2주 전 혼자 계신 아빠가 안스러워 차를 끌고 내려가서 고기랑 차를 사드리고 왔다. 방학을 맞아 집에 있는 둘째도 함께 였다. 이서방이 둘째보고 방학 때는 아르바이트라도 하래요! 아르바이트? 하하하! 교사인 둘째가 방학에 쉬니까 남편이 한 말을 들려주니 즐겁에 웃으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 때만 해도 아빠는 피부과에서 점을 빼서 얼굴이 더 뽀샤시해지고 볼살이 통통해지신게 십년은 더 젊어지신 듯 했다. 즐거워하시는 모습이 꼭 어린아이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건강하게 잘 계시는 아빠를 보고는 마음 한켠이 넉넉해지면서 안심하고 돌아왔었다. 그런데 편찮으시다니!! 요 며칠새 안 좋은 일이 있었는데 아빠까지 아프시니 더 서러웠다. 사무실에 혼자 있으면서 엉엉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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