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치~~ 두두둥~
회사로 출근해 가방을 벗고, 아우터를 벗고 나면 덜도 말고 더도 말고. 딱 업무 시작 시각인 9시다. 언제 맞춰 두었는지, 9시가 되면 알람이 울린다. 알람이 채 한 번 울리기 전에 잽싸게 끄고 나면, 컴퓨터를 켜 놓은 다음 머크컵을 들고 커피머신 앞으로 움직인다.
사원중 누군가가 가져다 놓은, 서울우유 법랑 컵을 커피 머신 위에 올리고, 회사에서 자랑하는_그러나 내 입에는 도저히 맞지 않는_산미 가득한 원두로 에스프레소를 내린다.
머그컵에 뜨거운 물을 소량 붓고, 에스프레소를 부은 다음, 법랑 컵을 헹구어 놓는다.
커피 향이 제법 향기롭다. 그런 다음 종이컵을 꺼내, 믹스커피를 한 잔 탄다. 그리곤 기껏 준비한 아메리카노를 두고, 믹스커피를 들고 회의실로 들어간다.
회의실 창가 가까이에는 나만큼이나 이 삭막한 콘크리트 건물 속에서 살려고 발버둥 치는 초록이들이 자리 잡고 있다. 딱 햇살도 초록이 나란히 서 있는 동선까지 넘어 들어온다.
창문을 살짝 열고, 햇빛이 비치는 창가에 서서 밖을 내려다보면, 한적한 도로 위로 차가 한 둘 지나간다. 따뜻하고, 공기는 상쾌하며, 믹스 커피 한 모금에 달달해진 기분은 마치 오늘의 일과를 잊어버린 사람처럼 무념 상태로 만들어 준다.
햇볕을 곁들여 명상을 하듯 믹스 커피를 천천히 마신다. 아껴 먹던 솜사탕이 바닥을 드러낼 때의 아쉬움처럼, 믹스 커피가 사라져 가는 것은 슬프다. 이제 곧 저 회의실 문 밖을 나가면 전투가 기다리고 있다. 숨 막히는 공기 속에 내 몸을 던지고, 어떻게든 오늘을 살아내야 하는, 워우워~~ 나는야 직장인.
한숨을 크게 들이쉬고, 회의실 문을 열고 나가 다 마신 종이컵을 정리하고. 아메리카노가 담긴 머그컵을 들고 자리에 앉으면 대략 5분이 지난다. 아직은 회사 대표나 임원진이 출근하기 전이다.
가끔씩은 아침 나의 루틴이, 너무도 경건하게 치러져 웃음이 날 때도 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기도하는 나를 발견했을 땐 말이다.
제발 오늘은 성과 있는 하루가 되게 해 주세요.
그렇게 커피에 에이스 과자를 찍먹 하듯 믹스 커피에 기도를 곁들이는 것이다.
어떻게든 잘 적응해 보려고 나름 만든 나만의 숨 쉴 구멍이지만, 이 정도 5분 땡땡이는 괜찮지 않을까? 담배 피우러 나가는 사람들보다 나의 땡땡이 시간이 더 짧을걸?
출근직후의 땡땡이를 합리화시키며 오늘도 밥 대신 밀어 넣은, 믹스 커피 한잔의 가슴 울렁거림에 향기로운 아메리카노의 향기를 더하며 컴퓨터 창을 열어본다. 아 참! 신맛 나는 커피는 마시는 것 대신 향기를 맡는 용으로 활용한다! 빛 좋은 개살구라더니 향기는 좋은데 맛은 꽝이다.
나도, 향기만 좋은 원두를 닮았을까? 보기엔 괜찮은 직원인데 (으응? 정말?), 실속이 있는 직원일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슬기롭게, 오늘도 땡땡이로 잘 시작했다.
모든 직장인이여~ 살아남기 위한, 당신만의 슬기로운 땡땡이를 응원한다!
오늘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