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 1인 & 대원 1인, 소수 정예 원정대의 기원
나랑 이비사 갈래?
이비사 원정대는 사실 그렇게 거창하지는 않다.
대장 1인, 대원 1인으로 구성된 소수 정예의 조직.
(대장은 바로 나, 대원은 나의 남편이다)
남편과 연애를 시작한 건 2008년 5월 경이다. 남편은 'DJ'를 업으로 삼고 있기에, 이비사에 한 번도 가본 적 없지만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선망하고 있던 사람이었다. 나는 그 앞에서 '이비사에 다녀왔다'며 남의 속도 모르고 쉴 새 없이 자랑을 늘어놓았더랬다.
다행히 어떤 불평 한 마디 하지 않던 그는, 어느 날 이비사와 그곳에서 활동하는 DJ를 테마로 만든 영화 <It's All Gone Pete Tong(2004)>을 같이 보자고 했다. 자극적인 스토리의 배경으로 흐르는 아름다운 자연과 화려한 클럽의 광경과 나를 번갈아 보며 반짝이는 눈으로 '저기는 가봤어? 진짜 저래?'라는 질문을 반복했다. 그 눈빛을 보며 나는 결심했다. '아! 이 사람과 이비사로 떠나야겠군.'
그는 그렇게 '이비사 원정대'로 낙점되었고 나는 틈만 나면 그에게 사인을 보냈다.
그러나 이 사람, 돌부처인가? 그 좋다는 곳에 가자고 하는데 미동도 없다.
의외로 겁이 많은, 낯선 것을 두려워하는 이 사람을 어떻게 1만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 데려가지?
IBIZA TMI_03 : 이비사를 주제로 한 영화 <이츠 올 곤 피트 통(2004)>
스페인 이비사의 화려한 저택에 살며 화려한 생활을 누리는 천재적 재능을 가지고 있으나 청력을 상실하는 위기에 놓인 (가상의) DJ가 주인공인 영화다.
마약 중독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어 시청에 주의 요함. 그러나 이비사의 클럽 문화와 라이프스타일, 아름다운 풍경이 궁금하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코믹함을 즐기기에 좋다. 이비사를 주제로 한 만큼 음악과 사운드의 시각화가 돋보여 눈도 즐겁다.
이비사에는 이 영화의 제목에 사용된 '피트 통'과 동일한 이름의 DJ가 실제로 존재한다. 영국 출신의 DJ로 BBC 라디오 1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다양한 클럽과 페스티벌의 무대에 서고 있는 일렉트로닉 뮤직 씬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거장이다.
이비사에서 운이 좋다면 진짜 '피트 통'을 지척에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에게 당신이 주인공인 영화를 봤다고 해서는 안됩니다. 영화는 영화일 뿐!)
*이비사가 궁금하면 한 번 즈음 봐도 좋을 영화,
<It's All Gone Pete T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