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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쥬얼꼰대 May 09. 2019

#1. 아기와 함께 홋카이도 한달살기

생각해 보면 이제껏 살아오며 일본과는 나름 인연이 깊다. 스물넷 때 인생 첫 비행기 데뷔도 도쿄행, 어쩌다 보니 교환학생도 일본에서 지냈고, 회사 다닐 때도 일본쪽 거래처가 많아서 출장도 왕왕 갔었다. 선생님이 되고나서는 더이상 출장으로 갈 일은 없어졌지만 대신 가족여행이 그 빈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일본의 모든 것을 싫어하는 인터넷 댓글러(이상하게도 그들이 '일본여성'에게만은 너그러운 건 나만의 느낌인걸까?)들이 보면 기함해 마다 않을 친(親)일파일지 모르겠으나, 그냥 지(知)일파 정도라고 해 두면 어떨까 싶다.


혐한이네 지진이네 쓰나미네 하면서도 왜 일본으로 자주 여행을 가게 될까..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봤다.

해외면서도 가깝다.

표만 잘 구하면 제주도보다 저렴하다.(최소한 비슷하다)

음식이 맛있다. (호불호는 있겠지만)

거리가 깔끔하고 사람들이 친절하다.

의외로 물가가 안비싸다.(물론 교통비는 아니다)

 + 개인적으로 일본어를 할 줄 안다. (특히 시골 갈수록 영어가 전혀 안통한다 들었다)


한국의 여름은 정말 덥고 습하다. 게다가 지구온난화 탓에 그 정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건 누구나 느낄 수 있다. 우리같은 어른들도 힘든데, 난생 처음으로 여름을 맞는 초록이 걱정이 됐다. 게다가 아직 돌도 지나지 않을테니 더워도 덥다고 말도 못할 것 아닌가? 징징거리기만 할뿐... (초록이는 배고파도, 졸려도, 똥쌌는데 모르고 있어도, 장난감을 집고 싶은데 멀리 있어도... 등등의 다양한 이유로 징징거리는데 여기에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되면 더 알기 힘들어질 것임에 틀림없다)

그리하여! 우리는 서울보다 시원하면서도 나름 affordable한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여름 한 달을 나기로 결정했다. 육아휴직도 했겠다, 와이프도 1달 휴가를 낼 수 있겠다, 있는 건 시간인데 없는 건 돈일 뿐.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극단적이지만 않다면야 그 반대 상황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이번 생에서 돈을 남들보다 많이 벌기는 좀 힘들 것 같은지라 돈을 좇다가는 마음만 힘들어지겠다 싶어 시간을 좇으며 살기로 했다..(와이프가 비웃을 것 같다 매일 돈돈거리지 않느냐며) 게다가 우리에겐 성수기 일본에 갈 수 있는 아시ah나 마일리지가 있으니 금상첨화!


- 홋카이도의 여름

     홋카이도의 여름-라벤다밭과 오타루 운하, 그리고 해바라기

13년 전 여름, 일본 친구들과 함께 도쿄에서 홋카이도 일본 최북단까지 히치하이킹을 할 때였다. 더위에 지쳐 쓰러져 가던 중 쓰가루 해협(일본 본토와 홋카이도 사이의 좁은 바다)을 건너서 홋카이도에 발을 디디자 마자 느꼈던 그 건조한 청량감! 그 느낌을 잊을 수 없어 와이프와도 이미 두 번이나 여름의 홋카이도를 찾았다. 이제 사랑하는 아들 초록이에게도 그 여름 홋카이도의 청량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서울은 북위 약 37도, 삿포로는 북위 약 43도(무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비슷하다)에 위치하는지라 당연히 삿포로가 더 시원하다. 물론 삿포로도 최근에 좀 더워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위에서 보는 것과 같이 서울에 비하면야 뭐, 시원하다고까지는 말 못하겠지만 매우 덜 더운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혹시나 일본 방사능이 걱정이 될 수는 있겠으나, 여러 일본 사이트를 검색한 결과.. 그 곳은 안전하다.. 고 생각한다. 가급적 수산물만 피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사실 말이 쉬워 한달살기지, 막상 가려고 하면 마음에 걸리는 게 참 많다. '더운데 환기도 못시키면 우리 집 식물들은 어쩌지?' '우리 자동차(쥐붕이)는 한달동안 안녕하실까?' '집안 어딘가에 버려진 유기물 때문에 벌레가 생겨서 집에 오면 난감한 사태가 벌어지지는 않을까?'... 와 같은 다소 사소한 걱정에서 시작하여 '가서 아프면 어쩌나?', '막상 갔는데 한 달 빌린 숙소가 엉망이면 어쩌지?'와 같이 생각해봐야 해결 불가능한 걱정까지.. 하지만 결정장애인 나는 지금까지 늘 그래왔듯 무언가 내키지 않으면 핑계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 법인데, 이번 홋카이도 한달살기는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앞서는 걸 보아 와이프에게 우리 정말 가자고 얘기하려 했는데 이미 와이프가 비행기표를 결제해 버렸단다. 마일리지 항공권 가능한 날짜가 7월 중순 출국, 8월 중순 귀국이라 그렇게 했단다. 내가 싫다면 돈주고 취소하려 했다는데 내가 돈을 무척 아까워하는 자린고비인 걸 잘 아는 그녀가 머리를 잘 쓰는 것 같다. 우린 늘 이런식이다. 서로 달라야 잘 산다.


이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 살 집과 가서 할 일. 그 두 가지를 생각해보고 정하려 한다. 다음 호(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에 어떻게 집을 구했는지, 그리고 어떤 계획을 짜고 있는지를 써보고자 한다.

오늘 아랫니가 첨 났다. 삿포로 가서 양고기라도 뜯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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