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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쥬얼꼰대 Jul 05. 2019

#3. 교통수단 마련하기

+ 아기용품 빌리기


5.6년은 지나야 자전거 앞에 태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열무의 두 번째 여름이 찾아올 때쯤 나는 자전거 앞에 아이용 의자를 설치했다. 태어난 아이는 내 생각보다 무럭무럭 자랐다. 그러고 보면 내가 모르는 일은 정말 많았다. 아버지가 된다는 게 뭘 뜻하는지, 이제 갓 태어난 아이에게 세상이 얼마나 두렵고 놀라운 것인지, 자전거 가게 아저씨가 의자를 설치하는 동안, 내 품안에서 호기심에 가득 차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열무는 정작 의자에 앉히려고 드니까 울음을 터뜨렸다. 아무래도 무서워하는 듯해 내 욕심에 괜히 돈말 날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 다시 앉혔더니 고분고분히 앉는 것이었다. 조금 달려보니 소리를 지르고 연신 고래를 돌려 내 얼굴을 바라봤다. 얼굴로 와 부딪히는 바람이 좋았던 모양이었다. 내친 김에 멀리까지, 그러니까 우리 아파트 건너편에 있는 논둑길까지 달렸다. 정말 아름다운 여름이었다. 햇살을 받은 이파리들은 초록색 그늘을 우리 머리 위에 드리웠고 바람에 따라 그 그늘이 조금씩 자리를 바꿨다. 금방이라도 초록색 물이 떨어질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나무 그늘 아래를 달리면서 나는 "열무와 나의 두번째 여름이다"라고 혼자 말해봤다. 첫번째 여름을 열무는 누워서 보냈고 두번째 여름에는 아빠와 자전거를 타고 초록색 그늘 아래를 달렸다. 세번째 여름은 또 어떨 것인가? 지금 내가 가진 기대 중 가장 큰 기대는 그런 모습이었다.
                                                                                                                         - 김연수, <청춘의 문장들> 중

삿포로에 가면 초록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동네 구석구석 다니자고 와이프와 얘기했었기에 교통수단에 대해서는 별 생각을 않고 있었다. 20대 시절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었던 김연수 작가의 에세이 장면처럼 달릴 수 있는 날이 내게도 오긴 하는구나..싶었다.

그런데..! 출발일이 다가올수록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김연수 작가의 열무도 두 번째 여름에 자전거를 탔다는데 우리 초록이에게는 무려 첫번째 여름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혹시 갑자기 비가 온다면? 아니면 날씨가 너무 더워서 도저히 자전거를 타고 나갈 수가 없다면? 집에 에어컨도 없는데???

홋카이도에서의 교통수단 옵션(?) : 렌터카, 자전거 그리고 전차!

중고자전거를 구입해서 한 달 동안 실컷 탄 후에 다시 팔고 오면 돈도 아낄 수 있겠다는 경제적인 이유도 있었기에 별 고민이 없었는데, 결국 위의 이유로 인해 렌터를 빌리기로 했다. 전철을 타는 것도 유모차를 갖고 다녀야 하니 보통 일이 아니고 말이다.

이런 모습을 상상했었는데...

당연한 얘기지만 홋카이도의 7,8월은 여행 성수기이다. 일본은 성수기라고 해서 렌터카 등의 요금이 비수기와 크게 차이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하루에 6만원이라고 쳐도 한달이면 180만원이다. (집세보다 비싸다..!) 육아휴직 해서 돈도 못버는 처지에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비싸서 맥시멈 8-90만원 정도를 머릿속에 넣고 차를 구하기 시작했다.


일단 일본에서 렌트카를 구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로 구글에서 '여행지역, 렌트카' 그러니까 'sapporo rental car, 札幌 レンタカー' 이런 식으로 검색해서 나오는 렌터카 업체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직접 예약한다. 일본은 토요타, 혼다, 닛산 등 큰 자동차 회사에서 운영하는 렌터카 계열사가 있는데(우리로 치면 '현대기아차 렌터카' 랄까?), 이용해 보진 않았지만, 토요타 렌터카의 경우 한국어 어플도 있으니 일본어를 몰라도 편하게 예약할 수가 있다. 하지만.. 비싸다!! 뭐 명성이 있는만큼 차 상태는 좋지 않을까 싶지만 말이다. 돈 크게 신경 안쓰고 (우리가 들어본) 메이커 업체에서 빌리고 싶다면 위의 회사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뭐 4-5일 빌릴거면 또 그렇게 크게 차이나는 건 아니다.


그래서 나와 같이 돈에 구애를 받는 여행자라면 두 번째 방법을 추천한다. 인터파크 항공권 사이트에 들어가면 각 항공사의 비행기 티켓을 구할 수 있듯이 일본에도 인터파크 항공권 사이트와 같은 플랫폼이 있다.

https://travel.rakuten.co.jp/cars/ (라쿠텐)

https://www.jalan.net/rentacar/ (쟈란)

여기서 여행정보를 입력하면 견적이 쭉 나오는데, 가격 낮은 순으로 정렬하면 합리적인 가격에 차를 구할 수 있다. 게다가 해당 회사 홈페이지에서 하는 것보다 라쿠텐이나 쟈란 사이트를 통해 예약하는 게 더 싸다고 한다.. 라고 렌터카 업체 사람들이 얘기해 줬고 실제로도 그렇다. 물론 라쿠텐이나 쟈란에 모든 렌터카 업체의 정보가 나오는 건 아니지만, 개별적으로 모든 걸 찾는 건 쉽지 않기 때문에 이 정도만 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위의 방법으로 한 달간 빌리려면 그저 하루 곱하기 30일분의 요금을 내야할 뿐이다. 일부 렌터카 업체들은 한 달씩 차를 빌리면 할인해 주는 요금제를 갖고 있다. 이렇게 차를 구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방법대로 하면 된다. (물론 정답은 아닐 수도 있다)


1. 최대한 빨리 구한다.

구글에서 札幌マンスリーレンタカー라고 검색하면(sapporo monthly rental car라고 영어로 치면 안나온다) 상위 노출되는 업체의 렌터카는 소형차 기준(1300cc급) 5-6만엔/월 정도 하는데 일찌감치 예약이 끝나는 모양이다. 일정이 정해졌다면 최대한 빨리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 하지만 월 단위로 렌트해주는 업체의 경우 작은 업체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영어로 대응이 안되는 수도 있을 것 같다. 또한, 국제면허증을 받지 않는 업체도 가끔 보였으므로 낭패를 당하지 않으려면 미리 체크해 봐야 한다. 아무튼, 빨리 구할수록 같은 렌터카더라도 싸게 구할 수 있는 것은 진리다. 나는 그러지 못했지만.. 큰 업체가 아닌 경우 차를 구할 때엔 연식이 얼마나 됐는지, 한국어 대응 네비게이션은 달려있는지, 후방카메라(back monitor, バックモニター라고 부른다)가 있는지, 타이어 상태는 괜찮은지.. 등등 꼼꼼하게 물어보는 편이 좋다.

2. 토요타 렌터카 monthly plan 이용

https://www.toyotarentacar.net/korea/convenience/various/monthly/

한 달 요금제가 있는 렌터카 회사는 보통 작은 경우가 많은데, 토요타 렌터카에서는 15일의 요금으로 한달을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이 있다. 알아보니 소형차 기준(1000-1300cc급 정도) 10-11만엔 정도 하는 것 같다. 하루 4만원꼴이니 나쁘지는 않은 가격인데 결코 싸지는 않다. 하지만 한국어로도 빌릴 수 있고, 큰 업체이다 보니 차량 회전이 잘 되어서 시간이 임박했어도 차를 구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3. 하나하나 전화해서 알아보기

나는 위에 썼듯이 차를 빌리지 않으려다가 갑자기 구하게 된 케이스여서 1번의 방법처럼 차를 구할 수는 없었다. (물론 나처럼 성수기에 가는 게 아니라면 여행이 임박했어도 구할 수 있을지 모른다) 2번의 방법은 예산을 초과했기에 최후의 수단으로 신치토세 공항(삿포로) 근처의 렌터카 업체에 모두 전화를 해보기로 했다. 대략 30군데 이상은 전화를 했던 것 같은데, 이 과정에서 라쿠텐이나 쟈란에 실리지 않은 업체도 꽤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들이 굳이 플랫폼 회사에 돈을 주고 광고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초록이가 잠깐 낮잠 잘 때마다 쉬지 않고 수십군데 전화하는 게 정말 힘든 일이었다ㅜㅜ 결국 찾은 업체는 ニックウ(닛쿠우)라는 작은 업체였는데, 평판을 검색해 보니 나쁘지 않은 것 같았고 가격도 여행 32일 동안 무려 8만엔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차를 구할 수 있었다!!

빌린 차!! 좀 작지만... 이효리도 타던 차니까 뭐..

공항 근처에 있는 렌터카 업체를 검색하려면

https://www.web-rentacar.com/ja

여기 들어가서 공항 검색해서 보면 된다. 한국어와 영어 모두 지원된다. 하지만, 여기에도 모든 렌터카 업체 정보가 있는 건 아니다. 난 정말 더 샅샅이 뒤져보다가 운좋게 얻어걸린 케이스라서 글로 옮기는 건 좀 애매할 것 같다.


아기 침대 등 용품을 빌려야 해서 검색하다 보니 홋카이도 지역이면

www.kasite.net

이란 곳이 가장 합리적이고 평도 좋은 것 같다. 삿포로 지역에 매장도 몇 개 있고. 단, 사이트가 외국어 버젼이 없기 때문에 크롬에서 번역으로 봐야할 것 같다. 인터넷 상에서는 빌리기 1주일 전에 예약이 되는 것 같은데, 전화로 하면 그 전이라도 예약이 가능하다..하지만 종업원이 영어를 할 것 같진 않기 때문에 일본어를 못하면... 여러 모로 불편한 건 사실이다.

베이비 체어, 아기 침대, 매트리스(메쉬소재)

전화로 이렇게 세 개를 빌렸는데 한 달에 6만원 좀 안되는 가격이다. 물론 직접 가지러 가야하지만 차를 빌렸으니까 ^^ 배송비는 10만원씩이나 하기 때문에 여간 오래 있을 계획이 아니라면 어떻게든 가지러 가는 게 맞을 것 같다. 하지만 아기침대가 내가 빌린 큐브에 들어갈지는.. 확신할 수 없다 -_-;; 이외에도 유모차, 카시트, 안전용품 등 다양한 품목이 있기 때문에 왠만한 건 들고가는 대신 빌리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제 출발까지 1주일 남짓 남았다. 여행 준비에 관해서는 와이프는 꽤 미리 준비하는 편이고 나는 아무 것도 안하다가 와이프가 시키는 걸 겨우 하는 편인데, 같이 살다 보니 중간 지점으로 수렴하는건지 여행이 2주 남았는데도 집 말고는 아무 것도 되어있지 않아서 부랴부랴 알아보고 준비를 하고 있다. 지금은 열심히 아기 프로그램이라던지 가서 다닐 헬스장(나), 꽃꽂이(와이프) 등을 알아보고 예약하는 중인데 삿포로에 가서 체험해본 후 글을 써보려 한다.


추신 : 일본 불매운동이다 뭐다 해서 기사가 많이 나오는데 이미 집도 계약을 해버린지라..... 아무튼 잘 다녀오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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