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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쥬얼꼰대 May 09. 2020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는데도 봄 같지가 않구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이 말은 중국 전한시대 왕소군(王昭君)을 두고 동방규가 지은 시구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왕소군은 황제의 궁녀로서 절세의 가인이었지만 흉노와의 화친정책에 의해서 흉노왕에게 시집을 가게 된 불운한 여인이었는데, 동방규의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고 한다. ‘이 땅에 꽃과 풀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


지난 설날 연휴 때부터 우리나라에 비로소 모습을 비추기 시작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미처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기도 전에 곳곳이 파고들어, 개개인의 삶에 작든 크든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되었다. 그때만 해도 날이 따뜻해져 봄이 오면 좀 물러가겠지 하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개나리가 피고 따뜻한 바람이 불어와도, 심지어 한낮에 걸어 다니면 땀이 살짝 날 정도의 기온에 벚꽃이 만개했는데도 코로나와 관련된 상황은 더욱 악화될 뿐이었다. 결국 그렇게 2020년의 봄이 왔는데도, 우리는 온전히 봄을 느끼고 즐길 수가 없었다.


우리 가족에게 3월은 꽤 중요한 달이었는데, 우선 내가 복직을 할 예정이었고 아이는 어린이집에 입소하기로 되어있었으며, 와이프는 3,4월 두 달 동안 휴직을 하며 아이의 어린이집 적응을 돕기로 했다.

하지만 복직을 며칠 앞둔 2월 중순, 나는 돌연 육아휴직을 6개월 연장했다. 갑작스런 결정의 이유는 몇 가지 있었는데..


2월 말까지 혼자 힘들게 집에서 아이만 보다가 바로 3월 2일부터 바로 복직해서 신학년 초의 아노미를 감당하자니.. 뭔가 너무 억울(?)했다. (물론 힘든 것과는 별개로 아이는 너무너무 사랑스러웠다..^^)

와이프가 5월 말부터 스웨덴으로 출장을 가는데, 아이를 데리고 같이 가자며 살살 꼬드겼다. 혼자 가면 열흘만에 후딱 다녀오겠지만, 같이 가면 출장 일정도 늘리고 약간의 휴가를 써서 1달(!!) 간 스웨덴에서 살고 오자고 하였다. 물론 스웨덴에 가는 것도 좋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복직해서 따라가지 못한다면 육아 관련 도움을 받을 곳이 일체 없는 상황에서 아빠 혼자 일하며 아이를 케어하는 것은... 뭐 할 수는 있겠으나... 웬만하면 피하고 싶은...

3월부터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 있는 동안에는 애기 아빠엄마가 아니라 연애하는 기분(?)으로 잠시나마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하지만 결국 코로나의 영향으로 인해...

복직했어도 개학이 연기됐기 때문에 바로 힘들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스웨덴 가는 비행기표가 자동캔슬 되었다... 물론 그렇게 되지 않았어도 도저히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

3월부터 둘이 하루 종일 붙어있긴 했지만 아이도 함께여서... 연애하는 기분까지는...ㅎㅎ


사실 우리는 힘든 축에 끼지도 못하고 오히려 아빠엄마가 아이를 24시간 아이를 같이 본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지만, 아무튼 '인생이 마음먹은 대로 안되긴 하는구나.. '를 여실히 깨닫게 된 2020년 봄이었다.

육아휴직 했던 1년, 매일 혼자 집에서 아기를 키우며 챗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 속에 브런치를 열심히 해보고자 했던 나의 마음과는 달리 글 작성은 쉽지가 않았다. 모든 게 마음처럼 잘 되지 않는 법이라고 생각하니 앞으로 브런치를 열심히 해보고자 생각하는 것 또한 망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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