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빈땅 Dec 22. 2023

6. 당사국총회(COP)는 왜 하나?

앞서 소개드린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그래프를 보시면 흥미로운 있습니다. 바로 코로나19 사태 직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5.7%나 감소했다는 것입니다. 역사상 지금껏 이렇게 많은 비율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극적으로 감소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혼란과 충격이 컸지만, 지구 전체로 봤을 때는 그나마 잠시라도 기후변화 시계가 늦춰졌던 것이죠.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습니다. 팬데믹 종료 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바로 전 고점을 갱신하며 보기 좋게(?) 다시 우상향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걸 막기 위한 회의가 하나 있습니다. 유엔 기후변화협약(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당사국총회(Conference of the Parties)인데요. 세계 각국 정부가 매년 만나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로, 줄여서 COP(콥)이라고 부릅니다. 1995년 독일에서 첫 당사국총회가 열렸고, 2023년인 올해 28번째 당사국 총회가 열렸습니다. 여러분이 익히 들어보셨을 교토의정서나 파리협약도 이 회의에서 나온 결과물입니다. 현재는 2016년 합의된 파리 협약에 따라 2030년까지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시대(1850년에서 1900년 사이의 평균 온도) 대비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한 노력들이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정말 노력 중인 게 맞는지 의심스럽습니다. 말씀드렸듯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어든 것은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고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전보다 상승세가 더 가팔라진 것처럼 보이는 구간마저 있습니다. 당사국총회는 매년 개최되고, 아랍에미레이트에서 개최된 올해 COP28에는 97,000여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세계 각지에서 모였습니다. 참석자도 다양합니다. 각국 정상에 정부 관계자, 기업 CEO, 전문가, 국제기구 관계자, NGO 대표 등등 수많은 사람들이 모입니다. 이 무슨 낭비인가요?


2021년 11월 스코틀랜드 주간지 선데이 메일 기사에 따르면,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렸던 COP26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120여 국 정상들이 전용기를 이용하였습니다. 각국 정상들과 주요 인사들이 타고 온 전용기는 모두 합쳐 400여 대에 달했는데, 이들이 내뿜은 이산화탄소만 1만 3000t으로 스코틀랜드 주민 1,600명의 연간 배출량과 맞먹는 수준이었습니다.  


비행기는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운송수단 중 하나입니다. 개인으로 따지면 미국 뉴욕으로 비행기를 타고 여행 1번만 다녀와도 연간 배출량을 모두 소진하는 것과 같은 수준이죠. 그래서인지 몇 년 전부터 북유럽과 같은 서구 선진국에서는 이미 '부끄러운 비행(flight shame)'이라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항공 여행을 지양하자는 것이죠.


2019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화석연료를 쓰지 않기 위해 스웨덴에서 뉴욕까지 배를 타고 이동하였습니다)는 세계 지도자들을 면전에 두고 이렇게 외쳤습니다.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나(How dare you)!"


이어 "나는 여기가 아니라 바다 반대편 내가 다니는 학교에 있어야 한다. 당신들이 책임지지 못할 빈말들로 내 어린 시절과 꿈을 앗아갔다. 생태계 전체가 무너지고, 대규모 멸종의 시작을 앞두고 있는데 당신들은 돈과 영원한 경제 성장이라는 꾸며낸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당신들은 우리를 실망시켰고, 우리는 당신들의 배신을 깨닫기 시작했다. 미래 세대의 눈이 당신을 향해 있다. 만약 우리를 실망시키는 쪽을 선택한다면 우리는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속이 다 후련해지는 일갈이었는데요. 아쉽지만 그레타 툰베리의 외침 이후에도 세상은 바뀌지 않았고,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내년에도 당사국총회는 열릴 것이고, 수많은 세계 정상과 기업 CEO들은 전용기를 이용할 것이며, 일부 참석자들은 또 한 번의 해외여행에 콧노래를 부를 것입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어김없이 증가할 테고요.                                                                    


(출처: https://giudansky.com/illustration/how-dare-you)


 

매거진의 이전글 5. 너무 편리해서 미칠 지경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