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건 파일럿과 정복자 캉이 네...
전쟁의 역사를 말할 때 가혹함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새삼스럽겠으나 한국의 현대전을 말할 때 6.25의 장진호 전투의 혹독함을 빼놓을 수 없는 듯하고, 살을 에는 지옥 같은 전장의 환경과 공산주의의 확산을 어떻게든 봉쇄하겠다는 자유진영의 안간힘 등 여러모로 긴장감이 고조된 시기였으리라 본다. 그로 인행 중공군이 가세한 6.25의 국면엔 공중전으로 대변되는 현대전의 양상이 본격화되었고, 이 당시의 영상 자료는 훗날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같은 작품들에도 영향을 줬던 모양이다. 현대사의 얼룩이 당대의 테크놀로지에 끼친 영향을 생각하면 역시나 씁쓸한 사실.
그래도 영화 산업은 이 시기의 실화를 기반으로 적지 않은 예산으로 작품을 내놓았고, J.D. 딜라드 연출의 본작이다. 의도적인 캐스팅일 수 있겠으나 [탑건 매버릭]의 글렌 파월, 엇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앤트맨 앤 와스프 : 퀀텀매니악]의 조너선 메이저스 출연작이다. 골 깊은 인종차별의 역사야 우리 같은 외보의 시선에도 대중매체를 통해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라 이를 바탕으로 한 두 사람의 각별한 우정과 전장 속의 신념을 그려내고 있다. 여기에 [탑건]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당대 미 해병의 자랑이었던 콜세어 함상 전투기가 보여주는 미그기와의 전투 장면은 나름의 볼거리다. 마이클 베이의 [진주만], 롤랜드 에머리히의 [미드웨이] 등의 작품에 비하면 한층 덜 미국 뽕이기도 하고...
에피소드로 삽입된 프랑스 칸 해변에서의 리즈 테일러와의 대면 장면은 그저 전쟁 회고록 작가의 터치려니 생각한다. 그렇지 않아도 차별의 시선을 이겨내며 인생의 끝자락까지 임무에 헌신한 참전 현역의 이야기니 그 정도야 이해를 할 대목이니. 메시지나 기본적인 이해의 폭 안에서 예상 가능한 흐름을 가지고 있다. 나를 비롯해 시청한 이들 상당수에게 큰 기대와 만족을 줄 작품은 아니었으이라. 그저 지난번의 [서부전선 이상 없다]과 더불어 전장에서의 환경과 가혹함에 대해 혀를 찰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