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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준경 Dec 04. 2018

한국에는 이미 세계최강의 '가짜뉴스' 규제가 있다

한국은 인터넷 '부분 자유국'이다

(11월22일 열린 미디어교육학회 세미나 발제 자료를 가공한 내용입니다. )


이른바 '가짜뉴스'(허위정보) 규제 논의가 뜨겁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과 언론이 '해외 사례'를 우리 입맛에 맞게 왜곡하고, 제대로 전했다 하더라도 정작 국내의 온라인 표현물 규제 상황은 언급하지 않으면서 결과적으로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전자는 학자분들에 의해 뒤늦게나마 바로잡아지고 있다. (학자분들이 발표하기 전까지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긴 문제다ㅠㅠ) 그런데 국내 표현물 규제 현황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짜뉴스 또는 허위조작정보의 수 많은 이름인 허위사실, 루머, 유언비어, 명예훼손, 차별비하, 비방 등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이미 빈 틈 없이 시행되고 있다.


1.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통신심의     


한국은 방송 뿐 아니라 인터넷상 통신 게시글도 ‘사실상 행정기구’에서 심의하는 적극적 심의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형식상 민간기구 지위를 갖고 있으나 정부여당에서 위원 6명을, 야당에서 위원 3명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정부여당 의원들이 압도적 다수를 점해 독임제 행정부처와 같은 의사결정이 가능한 구조다.     


방통심의위는 인터넷 사업자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 권한이 없기 때문에 시정요구를 결정하는데 국내 사업자일 경우 방통심의위의 제재 대부분을 수용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통신심의는 한국을 사실상의 인터넷 통제 국가로 평가 받게 만든 요인 중 하나다. 2016년 프리덤하우스는 한국을 인터넷 부분자유국으로 분류하며 “한국의 규제기관이 네이버 포털의 온라인 동성애 드라마에 대해 ‘규제’를 하라고 밝혔다”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웹드라마 ‘대세는 백합’의 동성키스 장면이 청소년에 대한 유해성이 있다며 시정요구를 결정한 바 있다.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사실상 행정기관이 인터넷 게시물을 통제하는 것으로 검열의 위험이 높다”면서 통신심의 및 시정요구 권한을 ‘민간자율단체로 이양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문재인 정부도 국정과제로 ‘인터넷상 정치적 표현물 자율규제 전환’을 제시했다.      


(1) 정부비판 게시글에 사회질서 위반     


가짜뉴스라는 표현이 나오기 이전부터 자유한국당 집권기 유언비어 등 사실과 다른 정보에 대한 대응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이 가운데 정치적 현안에 대한 허위사실에 해당하는심의를 추진하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통신심의 규정 제8조 제3항 카목’인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는 내용’ ‘사회질서 위반’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사회질서 혼란 항목의 시정요구는 82건이 있었고 이 가운데 삭제 75건, 접속차단 7건으로 100% 제재가 이뤄졌다. 2016년에는 12건에 대해 시정요구를 하고 모든 게시글이 삭제됐다.     


지난 정부 때 삭제된 게시글은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


△국정원이 세월호 침몰에 대해 맨 처음 연락을 받았고 6분이면 다 구할 수 있었다

△사드를 설치하면 300m 이내 새·나비·벌들이 먼저 즉사한다 

△전자파로 인해 꿀벌의 활동이 교란돼 멸종하고 참외가 흉년이 들어 성주는 죽음의 땅이 될 것 

△불임, 기형, 치매 발생 확대 등 사드 배치로 전자파 피해까지 겹치면 한반도는 생지옥이 될 것     

△북한 병사들이 목함지뢰를 심고 갔다는 것은 말이 안되며,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짜고 친 자작극이다

△DMZ지뢰 폭발사고는 제2의 천안함사건이라고 하면서, 국방부 조작설을 주장하는내용 


방통심의위 시정요구 예시. 단정하지 않고 추정하는 내용도 삭제했다.


이처럼 ‘사회질서 혼란’을 야기한다는 이유로 허위정보는 물론 완전한 허위라고 보기 힘든 주장, 개인의 추정까지도 과도한 조치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심의의 대상이 되는 정보가 ‘정부 정책에 대한 내용’에 집중됐는데 이는 표현물 규제에 있어 한정된 행정력으로 누구를 대변하게 되는지 드러내는 대목이다.      


최근 이 사회질서 혼란 항목의 이례적인 판단이 내려졌다. 경찰이 문재인 치매설 등 유튜브 영상에 삭제를 요청했으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해당없음' 처리하면서 사실상 기각한 일이 벌어졌다. 경찰은 변하지 않았으나 여당 추천 심의위원들은 이전과는 달랐다. (하지만 이 위험한 조항을 놔두는 한 누가 다수가 되느냐에 따라서 다시 상황이 바뀔 수 있다.)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45743


(2) 풍자 페이크뉴스 심의     


2017년 ‘가짜뉴스’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되면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관련 게시글에 대한 대응에 나섰다. 2017년 3월 경찰청은 ‘가짜뉴스’를 모니터링한 결과 19건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삭제 또는 차단 요구하고 5건을 수사 중이라고 밝힌 것이다.     


당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요청을 받은 안건 가운데는 풍자 목적의 페이크뉴스가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게 ‘해외 석학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우려한다’고 소개한 기사 형식의 글이다. 글에 따르면 미국 스탠포드대 국제정치학 겸임교수인 시몬 리트나 소장은 “(한국) 대통령 탄핵의 흐름은 매우 괴이하고 음험한 바탕을 깔고 있다”고 주장했고 프랑스 제논대 정치외교학 박사인 장 자크 비랄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다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시몬 리트나와 장 자크 비랄은 일본 애니메이션 ‘천원돌파 그렌라간’의 등장인물이다. 


     

풍자란 무엇일까. 속는 사람도 아닌 사람도 있어서 의외로 모호하다.


경찰은 “베트남계 미국인 지질학자이자 고생물학자인 앤서니 브리튼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을 규탄하였다”는 내용의 게시글도 삭제 요청했다. 앤서니 브리튼은 포르노 배우인데 ‘지질학자’라는 직업은 남성의 성기를 뜻하는 표현에서 따 온 것으로 보인다. 해당 게시글은 ‘박사모’ 등 친박성향 카페에 게재됐는데 당시 누리꾼들이 게임, 애니메이션 캐릭터 이름을 해외 석학처럼 꾸며 친박 커뮤니티에 올려 속이고 그 결과를 커뮤니티에 공유하는 일이 유행처럼 번졌다.      


앤서니 브리튼은 포르노 배우라고 한다. 당시 친박 그룹을 대상으로 이렇게 조롱하는 기사 작성이 유행이 된 적이 있다.


일간베스트 게시글인 “[긴급!!!] JTBC방송 극우사이트 일베정게회원들 고소”는 ‘패러디’라는 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JTBC가 일베 회원들을 고소했다는 내용을 비롯해 손석희 앵커가 “오늘 브리핑에서는 저희 JTBC가 존경하고 언제나 본 받아 싶어하는 인물 괴벨스를 소개합니다” “저도 이 괴벨스를 너무나 좋아하고 존경해서 손괴벨스라는 별명도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손석희 앵커가 이런 표현을 쓸 가능성이 없는 데다 작성자는 “JTBC 뉴스 패러디 반응 좋아서 다시 한번 써본다. ㅋㅋㅋ”라고 밝혔다. 댓글에서도 풍자로 받아들이는 누리꾼이 많았다.      


이때 심의 요청된 내용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내부 반발 등으로 제재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이처럼 풍자나 패러디 성격의 게시글은 사람에 따라 속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실제 관련 게시글의 댓글을 보면 허위임을 알고 쓴 글과 속은 것처럼 보이는 글이 섞여 있다. 이는 정부에서 가짜뉴스를 규제할 경우 풍자 목적을 예외로 둘 때 적용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을 드러낸다.     


(3) 통신심의규정상 모욕과 차별 비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통신심의규정은 사회적 소외계층을 비하하는 내용을 비롯해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인종, 지역, 직업 등을 차별하거나 이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내용도 심의대상으로 하고 있다.      


방통심의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관련 심의는 2015년 1184건, 2016년 3022건, 2017년 1356건, 2018년 10월 기준 2390건으로 나타났다. 시정요구는 2015년 891건, 2016년 2455건, 2017년 1166선, 2018년 10월 기준 2186건이다. 2017년 방통심의위 공백이 길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매년 심의 및 시정요구 건수가 늘고 있다.      


지난해 경찰이 ‘비하’를 이유로 심의 요청한 게시글 가운데는 친박집회 당시 경찰의 진압을 왜곡해 비판하는 내용이 다수 있었다.이 외에도 뉴스 화면을 합성해 ‘박근혜 전 대통령 사망’ 표현을 쓴 경우도 있는데 배경으로 봉하마을이 나온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고인 모욕 요소’가 들어간 게시글이다.      


차별비하 게시글 가운데는 워마드와 일간베스트 등 극단적 성향을 드러내는 커뮤니티 게시글이 적지 않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워마드 게시물 시정요구 건수는 552건, 일간베스트저장소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1417건이 시정요구를 받았다. 대부분이 차별과 비하 게시글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제재한 워마드 게시글 가운데는 △‘한국 남성은 신체적인 장애를 가졌다’ △‘지나가는 노인을 죽이고 싶다’ △‘50대 이상은 고려장을 해야한다’ 등의 게시글이 있다.      


차별비하 게시글에 대한 대응 자체는 큰 논란이 벌어지지 않지만 무한한 인터넷 공간 속에서 특정 커뮤니티를 중점적으로 모니터링해왔는데, 회원수가 많은 일간베스트와 실제 게시글 조회수가 높지 않은 워마드를 똑같이 집중해 들여다보는 게 맞는지,미러링 게시글에서 맥락을 뺀 체 차별비하 게시글로 보는 게 적당한지. 차별비하의 기준이 명확한지 등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이는 국내에 차별비하, 나아가 혐오표현을 규정하는 법은 물론 사회적 논의가 미비한 사실과도 연관이 있다.      


2. 임시조치     


임시조치는 해외의 그 어떤  규제보다 강력한 '가짜뉴스' 규제다. 댓글, 블로그 게시글 등이 사실이어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차단하고 삭제하기 때문이다. 임시조치는 특정 게시글로 자신의 권리가 침해됐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으면 해당 게시글을 30일 동안 무조건 차단하고 이 기간 동안 이의제기가 없으면 삭제하는 정책이다. 권리침해 신고는 무조건 수용하는 반면 게시글을 차단 당한 이용자가 이의제기를 하는 절차가 복잡해 삭제되는 글이 부지기수다.      


지난 총선 기간 시사블로거 아이엠피터(임병도씨)는 총선에 출마한 박기준 전 지검장과 관련한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임시조치’를 당했다. 경남도민일보 김주완·김훤주 기자가 공동운영하는 시사 팀블로그 ‘지역에서 본 세상’은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 책에 나온 대목을 블로그에 올렸다 임시조치를 당했다. 박기준 전 지검장은 검사 시절 섹스 스폰서 의혹이 불거졌던 인물이다.   임병도씨는 오마이뉴스 기사를 통해 “글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명예훼손으로 삭제요청을 했으면 제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가서 심의를 받았으면 합니다. 무조건 자기 이야기가 비판적으로 나온다는 이유로, 명예훼손 게시물로 신고하니 참 답답합니다”라고 호소했다.

  

남양유업은 2대리점 운영상 갑질 논란이 불거졌을 때 이를 지적한 기사 내용을 링크한 인터넷 게시글을 임시조치 신청했다. 박선희 동아일보 기자는 지난 2일 기자수첩을 통해 “제법 규모 있는 유아용품업체 서비스에 실망한 경험을 썼더니 해당 회사가 문제를 삼았다”며 자신의 블로그 글이 임시조치 당한 사례를 지적했다.     


이처럼 임시조치에 의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정치인이나 기업인과 관련한 불편한 사실을 언급하는 것은 물론 특정 업체의 제품을 비판하는 내용의 후기까지도 사라지고 있다. 2012년부터 2017년 6월까지 국내 양대 포털의 임시조치 건수는 네이버 164만3528건, 카카오 44만2330건에 달한다.     


올해 방송통신위원회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포털 임시조치 제도 개선을 연말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의 개선안은 게시글 작성자에게 이의제기 절차 등 반론기회를 부여하고 반론이 나올 경우 명예훼손 분쟁조정위원회 회의를 통해 10일 안에 임시조치가 적절했는지 결정을 내리게 되는 내용이다. 그러나 지난 10월 방통위는 임시조치 제도에 허위조작정보를 신설해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국정감사 때 논란이 되자 이효성 위원장은 “우려를 잘 알고 있다. 임시조치 등 표현의 자유를 위해 개선하겠다고 제시한 공약도 잘 안다. 그런 점들이 잘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3. 선관위의 게시글 삭제요청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의외로 심각한 제도다. 선거기간마다 인터넷 공간에도 공직선거법에 적용되면서 후보자와 관련한 허위사실 및 비방 정보에 대한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프랑스에서 선거 기간 가짜뉴스에 사법부가 즉각 대응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이 통과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한국에는 이미 선거기간 ‘사법부’보다 판단의 합법성이 떨어지는 행정기구인 선관위가 임의로 허위사실을 판단해왔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30919

 

선거기간 허위사실 유포 및 비방 항목으로 삭제된 게시글은 19대 총선 때 682건, 18대 대선 때 4012건, 6회 지방선거 때 2592건, 20대 총선 선거 때 4717건, 19대 대통령 선거 때  2만6378건에 달하는 등 증가하는 추세다. 이 가운데 2016년 미디어오늘과 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팀은 중앙선관위의의 삭제자료(지역 선관위 삭제 자료 제외) 1166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겼다.     



지난 총선 기간 후보자를 비판하는 게시물 중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에 관한 게시물이 가장 많이 삭제됐다. 관련 삭제 및 블라인드 건수는 192건에 달해 중앙선관위가 총선 기간 삭제한 전체 1166건 중 6분의 1을 차지했다. 이 중 1건이 ‘비방’을 했다는 이유로 삭제됐으며, 다른 191건의 게시물은 자녀 부정입학 등과 관련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삭제 및 블라인드 처리됐다.      


“장애인 전형 반짝 생겼다가 없어진...의혹 해명할 차례.” “나경원 의원 딸 입학 후 장애인 전형 폐지.” 삭제된 게시물은 대부분 이런 식이다. 뉴스타파의 ‘나경원 의원 자녀 부정입학 의혹’보도 중 “나경원 의원의 딸이 성신여대에 합격한 이후 같은 전형의 합격자가 없었다”고 밝힌 내용을 언급하면서 “전형이 사라졌다”는 표현을 쓰면 허위사실이라는 것이다.      


엄밀히 따져보면 합격자가 없을 뿐 전형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사실관계가 틀린 건 맞지만 맥락상 명백한 허위라고 보기 힘들다. 또한 삭제된 대부분의 글이 부정입학 의혹 자체를  비판하거나 나경원 의원의 해명을 요구하는 내용으로 ‘전형의 존폐여부’는 핵심적인 내용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나경원 의원측이 일부 사실이 다르다는 점을 들어 게시물 전체에 대해 삭제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없는데도 ‘허위사실’을 적시했다는 이유로 삭제된 경우도 있었다. MLB파크의 댓글은 “‘우리엄마가 나경원이야’(라고 나경원 의원의 딸이 면접 중 발언한 것) 말고도 관련된 의혹은 더 있다”고 밝혔을 뿐인데 삭제됐다.       

입학 다음해 해당 전혁 학생을 안 뽑았다는 게 기사 내용인데, 폐지됐다고 쓰는 건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기사 감상도 이렇게 꼼꼼하게 살핀다.


당시 선관위 담당자에게 "이건 대체 왜 지웠냐"고 물었는데 "잘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181건은 후보자 비방으로 삭제됐는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네이버 뉴스 댓글 중 윤상현 의원에 대해 “전두환 장군 청와대 있을 때 딸과 결혼해서 대통령 사위로 사시다가 (중략) 이혼하고 돈 많은 재벌가 롯데사위로 갈아타시고”라고 쓴 댓글은 허위사실은 아니지만 후보자를 비방했다는 이유로 삭제됐다.      


유승민 의원의 얼굴을 ‘내시’에 합성한 이미지를 트위터에 올린 유저들의 게시물 10여건이 삭제되기도 했다. 정치인을 풍자한 이미지지만 선관위는 이를 ‘비방’으로 본 것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비방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있고, 이를 참고해 집행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비방’의 특성상 자의적인 해석이 들어갈 여지는 여전히 크다.      


이 사진의 삭제 이유는 '성별비하'다. 성별비하가 뭘까..;;


이처럼 무분별한 삭제를 하면서도 삭제 대상에 대한 기한이 정해져있지 않은 것도 문제다. 2012년 7월2일 김X봉씨가 작성한 페이스북 게시글이 후보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담았다는 이유로 2016년 3월 삭제됐다. 중앙선관위가 20대 총선 기간 삭제한 게시물 중 11건이 2015년 이전에 작성된 게시물이다. 선관위는 법으로 삭제할 수 있는 기한이 정해져있지 않기 때문에, 민원이 들어오면 받아들인다는 입장이다.      


이용자들은 소명을 할 기회가 있지만, 형식에 그치고 있다. 실제 20대 총선 때 전국 선관위가 삭제한 전체 게시물 1만7101건 중 이의제기 건수는 단 한건도 없었다.      


4. 자율규제     


한국인터넷자율규제기구 차원의 대응도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이 속한 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이미 ‘혐오차별 표현’ 규제를 갖고 있다. KISO는 2014년 ‘차별적 표현 완화를 위한 정책’으로 지역, 장애, 인종, 출신국가, 성별, 나이 직업 등으로 구분되는 대상에 모욕적이거나 혐오적인 표현방식을 써 굴욕감이나 불이익을 현저하게 초래할 경우 삭제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내용을 규정에 포함했다.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40677


그러나 자체 심의 결과를 보면 2014년 이후 KISO는 93건의 게시글을 심의했는데 이 가운데 2건만이 ‘차별적 게시물’ 심의였다. 하나는 ‘개쌍도’라는 글이고 다른 하나는 ‘동성애는 정상이 아니다’라는 글이다. 그런데 KISO는 ‘개쌍도’는 삭제하고 ‘동성애는 정상이 아니다’라는 글은 삭제하지 않았다.      


‘실시간 검색어’ ‘연관 및 자동완성 검색어’에 대한 대응도 있다. 네이버의 경우 사업자가 기준에 의해 조치를 한 다음 KISO측 위원으로 구성되는 위원회를 통한 검증보고서를 작성해 공개하고 있다. KISO 규정은 ‘루머’ ‘청소년 유해물’ ‘욕설/비속어’ ‘명예훼손’과 관련한 키워드를 차단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검증위원회가 작성한 검증 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는 한화그룹 3남 김동선씨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여 ‘김동선 정유라 마장마술’ 연관검색어를 차단했다. 네이버는 또 ‘박근혜 7시간 시술’ ‘최태민 박근혜 아이’ ‘박근혜 정유라 딸’ ‘박근혜 마약설’ ‘박근혜 혼외자’ 등의 키워드를 ‘루머’라고 판단해 차단했다.      


기업과 관련한 소비자 불만도 대거 차단됐다. 보고서는 2016년 하반기에 ‘시원스쿨 솔직후기’ ‘청라 프루지오 철근’ ‘석플란트 후기’ ‘우주마켓 후기’ 등의 자동완성 검색어가 차단됐다고 예를 들었다. 후기나 제품 리뷰 등 자동완성 검색어가 사실과 다르거나 검색 결과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나올 수 있다는 이유였는데 실제 이 같은 일은 비일비재한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네이버는 ‘박근혜’와 ‘극혐’을 결합한 연관 검색어는 ‘욕설’이라는 이유로 차단했다. 


중립적인 단어라도 검색 결과에 뜨는 내용이 이용자의 알권리보다 명예훼손의 정도가 클 경우 차단했다. 검증위는 ‘XX제품 후기’를 삭제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보지만 ‘XX제품 솔직후기’는 삭제해도 된다는 입장이다. 네이버는 ‘X투어 환불’ 검색어가 해당 기업에 부정적인 인상을 주는 데다 실제 해당 기업의 환불이 잇따랐다는 증거 기사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차단 조치했다.     


지금까지 KISO가 일반인이 거의 방문하지 않는 KISO사이트에 올려놓고서 ‘검증’이라고 해온 점도 문제가 있다. 지난해 연합뉴스가 ‘국회의원실’이 출처라고 강조하며 검증위 보고서 내용을 공개했을 때 네이버는 “이미 온라인에 공개된 보고서”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당시 보도는 파급력이 컸다. KISO나 네이버가 자료 공개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을 방증한다.      


5. 인터넷 공간의 언론 심의     


(1)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언론도 예외는 아니다. 선거기간 인터넷 언론은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라는 별도의 기구를 통해 심의를 받게 된다. 이 기구는 정치권, 학계, 업계 등에서 추천을 받은 위원들이 심의를 한다. 온라인 언론보도가 ‘규제의 사각지대’라며 선거기간 심의제재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2004년 선거법이 개정돼 선거관리위원회 산하기구로 설립된 결과다.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28877


그 결과 인터넷언론을 향한 심의제재가 전방위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2004~2014년까지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는 1229건의 기사에 제재를 내렸다. 심의의결내역을 살펴보면 기준이 모호하고 추상적인 공정성과 객관성을 잣대로 한 제재가 많다. 공정성에 대한 제재만 404건, 객관성에 대한 제재가 159건에 달한다.      


심의위는 박기준 예비후보(전 부산지검장)의 출마를 알리는 과정에서 섹스스폰서 검사 사건을 언급한 민중의소리 보도가 ‘불공정’하다며 경고제재를 내렸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과장하고 명확한 근거 없이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했다”는 이유였다. 박기준 예비후보가 직접 “금품제공과 성접대는 사실무근으로 이미 무혐의 판결을 받은 사안”이라며 이의제기를 했고 심의위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박기준 예비후보에 대한 의혹제기는 충분한 증언과 정황이 있는 사안이다. 무혐의 판결도 공소시효가 끝났기 때문이지 의혹에 대한 판단은 아니었다. 같은 사안에 대한 인터넷 게시물의 명예훼손 여부를 두고 방통심의위가 “공적 관심 사안이며 의혹 제기 수준으로서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기각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심의위가 문제적 보도로 판정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사실과 달라지기도 한다. 2014년 지방선거 당시 김양수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자가 선거운동 도중 주민들에게 욕설을 했다는 사실을 보도한 장성군민신문이 ‘경고’조치를 받았다. 김양수 당시 후보자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며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민원을 제기했고 심의위는 “후보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일방적 주장만을 계속적·반복적으로 보도했다”며 경고 제재를 내렸다. 김양수 후보자는 장성군민신문과 해당 기사를 쓴 기자가 ‘허위보도’를 했다며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반전이 있었다. 법원에서 김 후보자의 욕설은 사실로 밝혀져 김 후보자는 주민들과 기자에 대한 명예훼손, 무고죄 등으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20대 총선 당시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는 나경원 의원 자녀의 부정입학 의혹을 다룬 뉴스타파에 중징계를 내렸고, 중앙선관위는 허위사실이라는 이유로 관련 의혹을 제기한 게시글을 다수 삭제했다. 그러나 뉴스타파는 2심 판결에서 일부 허위가 있지만 합리적 근거를 갖춘 의혹이라는 판단을 받았다.      


심의의 모호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사례가 경기헤럴드 심의 건이다. 2012년 총선 때 경기헤럴드는 “민주통합당 이학영 후보의 숨겨진 도덕성”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이 후보가 민주화운동 자금마련을 위해 강도행각을 벌였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심의기구마다 판단이 엇갈렸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는 “사실에 근거한 보도”라며 ‘기각’한 반면 종이신문을 대상으로 심의하는 선거기사심의위는 ‘경고’ 제재를 내린 것이다.       


(2)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유사방송정보 조항     


통신상의 인터넷 콘텐츠를 ‘통신’이 아닌 ‘방송’으로 심의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방송법 시행령 21조는 ‘방송과 유사한 정보의 심의’를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유사방송정보라고 하는데 방송사업자나 중계유선방송사업자가 ‘방송’ ‘TV’ ‘라디오’ 등 명칭을 사용하면서 일정한 편성계획에 따라 유통시키는 정보를 말한다. 방송과 같은 기준으로 심의할 수 있ㄷ.


이 조항은 사실상 사문화됐으나 2018년 11월 16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관련 심의를 추진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최근 EBS 인터넷 강의를 통해 EBS 강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욕설을 연상케하는 내용의 강의를 해 논란이 됐고 장해랑 EBS 사장이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는데 방통심의위 방송소위가 유사방송정보로 간주해 심의에 착수한 상황이다.     


그러나 ‘유사 방송’이라는 기준 자체가 모호하고, 통신심의와 중복심의 우려가 있고, 방송사 뉴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과잉 대응, 똑같은 플랫폼에 올라온 콘텐츠임에도 제작 주체에 따른 차별, 방송사 본사가 운영하는 뉴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제재는 가능하지만자회사 뉴미디어 콘텐츠에는 제재가 불가능한 점 등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통신으로 하면 되는데 왜 굳이 방송 심의를 할까? 게시글 유포중단이 목적인 통신심의는 게시글이 삭제되면 착수할 수 없지만 방송심의는 가능하다. 또한 통신심의는 법적 강제력이 있는 법정제재를 내릴 수 없지만 방송심의는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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